올림푸스 군, 모델이 되다   

2008. 6. 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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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400에 50마만 가지고, 집 앞 공원에서 심심풀이로 찍어 봤습니다. 요즘엔 E-400만 가지고 다니네요. E-330과 E-3가 장롱 속에서 울고 있답니다. 역시 가벼운 게 최고!
모델이 없는 관계로, 불쌍한 올림푸스 렌즈캡군(君)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델이 되어야 했습니다. 올림푸스 광고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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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의 옥탑방   

2008. 6. 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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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의 옥탑방


누워 어둔 천정을 본다
비가 오면 그대로 들이치는 창가엔
그가 잊고 떠난 구겨진 담뱃갑
취객의 노래 소리, 혹은 주인집의 때늦은 설거지 소리,
그리고, 심장 소리

그는 이곳에 와서 조금 울고 싶었을까
모퉁이로 사라지며 시든 그의 젊음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오르며 빙긋
수줍은 머리를 긁고 빙긋
물 말은 밥 후루룩 먹고 빙긋

잔기침처럼 떠도는 그의 자취에
골 패인 시간만 자꾸 흐르고

아직 멀고 먼 새벽,
비 듣는 창 너머로
발돋움한 그리움은
뵈지 않는 별처럼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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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는 Future Backward 방식의 시나리오 도출 방법을 알아 보았는데, 이번 회부터는 시나리오플래닝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는 Future Forward 방법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종합해 보면 그림 1과 같이 모두 6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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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 시나리오 방향 설정
시나리오플래닝의 첫 번째 단계는 시나리오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시나리오의 방향은 핵심이슈 파악과 시나리오 틀 설정으로 나눌 수 있다. 핵심이슈 파악이란, 시나리오플래닝에 의해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무엇을 의사결정 내려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핵심이슈 파악은 시나리오플래닝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막연하게 그려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해 놓은 다음에 미래가 현재 우리 회사의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과연 모 지역의 집을 사야 하는가, 모 대학의 OO학과에 입학해야 하는가 등이 될 수 있으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사업확장과 다각화를 진행해야 하는가, 신규설비를 구축해야 하는가, 현재보다 인재를 더 많이 보유해야 하는가와 같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를 찾는다. 이를 ‘핵심이슈’라 부르는데, 시나리오플래닝이란 이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핵심이슈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시나리오플래닝을 한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격으로 ‘뜬구름 잡기’식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핵심이슈를 규정했다면 ‘시나리오의 틀’을 결정해야 한다.(그림 2 참조) 시간범위, 지리범위, 시나리오 테마가 그것이다. 시간범위란, 5년 후의 미래, 20년 후의 미래 등 몇 년 후의 시나리오를 그려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시간범위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정보통신이나 IT 업체에게 20년 후의 미래는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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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런 업체는 3년이나 5년 정도의 시간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나 국민의 식생활 변화 등에 관련된 시나리오를 도출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내다봐야 할 것이다. 시간범위는 또한 조직 내에 이미 수립되어 있는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만약 향후 5년까지의 사업투자전략이 이미 수립되어 실행 중에 있다면 굳이 3년 후의 미래를 그려본다고 해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5~10년 후의 미래를 시간범위로 채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시간범위 말고도 지리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집을 사야 하는가라는 이슈가 핵심이슈로 정해졌다면, 시나리오의 초점을 잘 잡기 위해서 집을 사야 하는 지역이 서울인지, 서울 내에서도 어느 지역인지를 규정해야 한다.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가라는 것이 핵심이슈라면, 김치냉장고의 타켓시장이 지리적으로 어디까지인지를 참고로 하여 지리범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시간범위와 지리범위를 정한 다음에는 ‘시나리오 테마’를 결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테마를 잘 정하냐 잘못 정하냐에 따라 도출된 시나리오의 Quality가 달라지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시나리오 테마를 결정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나치게 테마를 좁게 설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핵심이슈가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로 정해졌다면, 시나리오 테마를 ‘김치냉장고의 미래’라고 규정짓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김치냉장고라는 제품은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의식변화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나리오 테마를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의 미래’이라고 넓게 결정해야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다양한 시사점을 시나리오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Step 2. 의사결정요소 파악
시나리오플래닝의 두 번째 단계는, Step 1에서 결정한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지를 밝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이슈인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시장의 크기와 성장률, 경쟁사의 제품 또는 대체재, 혹은 정부의 관련 정책 등이 될 수 있는데, 이것들을 ‘의사결정요소’라고 부른다. Y를 생산설비 확장 여부이고 Xn 이 의사결정요소라고 한다면, Y = f(X1, X2, X3, …) 형식의 함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의사결정요소를 찾다 보면 고려해야 할 요소의 수가 굉장히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의사결정요소의 수가 많으면 오히려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뿐더러 두루뭉실한 결론만 내리기가 십상이다. 의사결정요소는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한 가장 1차적인 것이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분명히 김치냉장고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1차적인 답은 줄 수가 없는 다분히 간접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것들은 의사결정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같은 요소는 따로 ‘환경요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Step 3에서 다룬다.

또한 의사결정요소는 우리 내부의 것이 아닌 외부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즉 우리가 통제할래야 할 수 없는 요소만이 의사결정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금 확보 능력, 재무상태, 인력 등은 생산설비 확장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것들이지만, 적어도 내부적으로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의사결정요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 같은 내부적 요소는 시나리오가 도출된 다음에 각 시나리오별로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할 점들이라 하겠다.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김치냉장고 생산설비를 확장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 크게 2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김치냉장고 시장은 성장할 것인가(시장성장률)와 김치냉장고 시장의 수익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성장률은 고객수의 증가와 대체재의 출현에 의해 좌우된다. 시장의 수익성은 김치냉장고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 잠재경쟁자의 여부, 기존 경쟁사들의 출혈경쟁 여부, 고객들의 가격인하에 대한 압박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림 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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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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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사주는 상사는 싫어요!   

2008. 6. 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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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부하직원들을 깊이 신뢰한다면 때때로 불가능한 일을 완수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햇병아리 컨설턴트 시절, 뭣도 모르고 바쁘게만 뛰어다닐 줄만 알았던 나를 이제 명함 정도는 내밀 수 있을 만큼으로 성장시킨 것도 바로 상사가 나에게 보여 준 신뢰의 힘 때문이다.

어느 날 까다로운 의뢰가 들어왔다. 고객의 의뢰란 것이 뭐든 까다로웠지만, 그 의뢰건은 수수료도 기간도 터무니없었음에도 원하는 주제가 거의 1~2년은 좋이 연구해야 할 박사 논문 감이었다.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난제중의 난제였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논란 끝에 결국 그간의 고객관계를 고려해 수주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과연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고생만 하고 말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뒷걸음질쳤다. 여러 사람의 손사래에 표류하던 그 일은 마침 프로젝트를 끝내고 쉬고 있던 나에게 떨어졌다.

누구는 동정의 눈빛으로 띠면서 ‘대충 하는 척만 하라’며 위로주(酒)를 자청하기까지 했다. 누구는 고소한 듯 묘한 미소를 보였다. 마음 속에서 ‘거부의 악마’와 ‘도전의 천사’가 싸웠다. ‘해? 말아? 난 아직 경험도 실력도 보잘것없어. 섣불리 했다가 욕만 먹는 건 아냐?’ 라고 우울해지다가도 ‘아니지, 이번에 뭔가 보여줘야지. 그래, 비웃어라. 정말 멋진 걸 만들어 보겠어.’ 라는 용기가 불끈 솟아나기도 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까라면 까야지’, 애송이 컨설턴트로서 거부는 용납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봐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상사가 나를 불렀다. 그 후 몇 분이 흐르고 상사의 방을 나올 때, 나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부드럽지만 강한 목소리로 “이 일은 아주 중요하고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자네가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고 믿고 훌륭히 끝낼 것이라고 확신해. 같이 해 보자.” 라며 신뢰의 굳은 악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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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용기백배된 나는 결국 해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스스로를 일으켜야 했다. 시나리오플래닝은 바로 신뢰가 빚어낸 조그마한 결정체였다. 맨땅에 숱하게 헤딩하며 2개월 밤낮을 매달린 결과였기에 아직까지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멋진 1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라. 나를 믿어 준 상사 덕이다.

만약 그가 초조하고 의심에 찬 얼굴로 “할 말이 없군.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간이 별로 없어. 어떻게든 기간 안에 내놔 봐.” 라고 말했더라면? 프로젝트는 엉망이 될 게 뻔했고, 확신컨대 이렇게 컨설팅으로 밥 벌어 먹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컨설팅 때문에 고객사의 직원들과 인터뷰할 때가 많은데, '술' 이야기가 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관리자들에게 직원들의 '감성 관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고 자랑스레 말하거나, 혹은 자기가 너무 바빠서 얘들 술도 못 사준다면서 직원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인사불성 될 때까지 술 마시면서 '으쌰으쌰'하면 팀의 화합이 강화된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과연 그럴까?

삼성전자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어떤 상사와 일하고 싶으냐.’ 란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하를 믿고 맡기는 상사’를 첫째로 꼽았다. 술 잘 사주고 잘 놀아주는(?) 상사는 아예 리스트에 오르지도 못했다. 술 많이 사주고(실은 자기가 마시고 싶으면서) 토닥거려 주면 부하직원들이 충성할 거라 기대한다면, 당장 사표를 쓰는 것이 어떠한가? 일일이 끼고 앉아서 모든 걸 챙겨주는 것이 부하직원을 위하는 일이라 믿고 있다면, 말리지 않을 테니 계속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라.

부하는 자신을 믿어 주는 주군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법이다. 재활의 명장으로 불리는 김인식 감독은 선수가 계속 실수를 해도 참는다. 속이 썩고 또 썩어도 참는다. 그 선수가 제 몫을 해줄 때 비로소 소처럼 웃는다고 한다. 부하를 믿지 못하는 상사들이여, 믿고 맡겨라! 그러면 그들이 반드시 해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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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박사의 공(空) 사상   

2008. 6. 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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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됐지만 작년 9월에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공병호가 토론을 했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환경주의자(이런 호칭이 적당할지 모르지만)와 신자유주의자가 맞붙어 논쟁을 벌인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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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네이버

날카로운 설전이 오갈 것을 기대했지만, 토론 자체는 매우 평이해서 하품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흥미로웠던 것은 문국현의 확신에 찬 말투와 경험에서 우러난 논리, 그리고 그와 반대에 아주 가벼운 공병호의 논리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토론에 누가 승자고 패자라는 개념은 온당치 않지만, 자칭 타칭 보수논객이라던 공병호가 문국현 앞에 '깨지는' 모습을 보니 은근히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병호는 토론 후에 자신의 특기인 펜으로 앙갚음을 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내가 만난 문국현'이라는 칼럼을 내고는 지난 번 토론에서 진것이 분했던지, '반기업적 인사'라고 문국현을 공격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 답지 않게 아주 부드러운 문체로 문국현의 사상이 반기업적이고 좌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논하면 공병호의 눈에는 모두 좌파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토론에서는 문국현의 생각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는 학생 같은 태도를 보이다가, 뒤에서 문국현을 까는 행위는 좀 비겁하다. 치사하다. 그것도 장문의 칼럼으로, 동어반복에, 어설픈 신자유주의 이론을 덧대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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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네이버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라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길 바란다. 자신이 신봉하는 主義와 사상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고집을 버리기 바란다. 자기 생각이 틀리면 인정하고 수정하는, 탈(脫)사상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어떠한가?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공병호는 걱정하지 말라고 여유를 보인다. 그의 책 '인생경제학'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혹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하지만, 가격 상승은 대체재 등장이나 공급량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원유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메이저 정유사를 중심으로 그동안 채산성 문제 때문에 고려하지 않던 유정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중략)…경제학적으로 고갈이라는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원유 채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유정을 개발해도 채산성이 맞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에만 천착한 경제학 박사의 어이 없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월간조선 10월호에는 공병호의 기고문 이외에 흥미로운 것이 하나 더 있다. 모 교수가 '지구온난화는 재앙이 아니다. 오래된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실렸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온난화를 가져온다는 가설은 틀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난 과학자가 아니라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사람의 주장을 논박할 능력은 없다. 심증적으로 그 주장에 반대하는 마음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이아'가 자체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이제 곧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제임스 러브록(가이아 이론의 주창자)의 경고를 외면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가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물론 중요한 문제이다.) '환경 보호'를 외치면 자동적으로 反시장, 反기업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좌파로 몰아 붙이고, 반대로 신자유주의를 외치면 反환경론자로 낙인 찍어 버리는, Automatical Dichotomy(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다.

좌파가 환경론을 무기로 삼고 우파를 공격하는 이유는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우파(신자유주의자 포함)가 환경론자들을 좌파로 모는 이유도 역시 알 것 같다. 사상적 이해, 권력의 이해, 금전의 이해 등등, 그것은 각자의 이해(利害) 때문이다. 제발 그러지 말자. 환경은 이데올로기의 총포와 갑옷 따위가 아니다. 우리는 생태계를 지배하는 종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아야 할 일원이다.

기업이 환경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이문을 남기는 방법, 그 이득을 환경의 자정능력 회복에 사용하는 방법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한다고 생각되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환경을 둘러싼 공병호식 이데올로기의 거미줄을 걷어내고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함께 할, 창백한 푸른 지구를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어설픈 제3의 길이슈?"라면서 나를 몰아세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관 없지만, 이데올로기 이야기라면 사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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