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를 논하기 전에 기본적인 정의를 먼저 숙지하고 들어가자. 팀이란 ‘공동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각자의 업무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며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그렇다면 팀워크는 무엇일까? 나는 팀워크를 ‘팀으로서 일한다(Work As Team)’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As’이다. 경기를 승리하기 위해 혼자서 분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서’ 경기에 임하는 것,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도생으로 내부경쟁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서’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팀워크다.

팀워크가 좋은 팀의 특징은 무엇일까? 구글이 3년 동안 진행한 자체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면, 리더의 한 마디 지시에 구성원 모두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을 팀워크가 강한 팀이라는 것이 환상임을 깨달을 수 있다. 왜냐하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팀워크가 뛰어난 팀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대인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약한 모습(실패, 멍청한 대답 등)을 보여도 괜찮다고 여기는 감정을 뜻한다. 동료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마음 놓고’ 반박하고, 경우에 따라 동료의 일을 중단시키고 자기 생각을 설득시키며, 동료들이 자신을 논리적으로 비판한다면 기꺼이 수용하고, 직원과 리더 모두가 동등한 발언 시간과 기회를 보장 받는 것이 심리적 안전감이다.

 


왜 그럴까?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의 구성원들은 실패할 경우 그 사실을 동료들에게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동료들은 실패했다는 것 자체에 비난을 가하지 않는다. 이래야 실패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고 왜 실패했는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철저히 연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혁신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끄는 동력을 얻는다. 이것이 심리적 안전감과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전설적 록 그룹 퀸(Queen)은 심리적 안전감에 기반한 대표적 팀이었다. 리더인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앨범을 내기 위해 팀을 이탈했다가 좌절을 경험했다. 그는 1984년 인터뷰에서 자신이 얼마나 멤버들을 그리워하는지 고백한다. 그는 멤버들이 각자 개성이 강해서 그룹을 결성한 첫날부터 싸우기 시작했고, 음악에 있어서는 늘 그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싸움들이 저희를 하나로 만들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잘못을 지적하고 때로는 서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조직이 성장하는 힘의 원천이고 그것이 바로 진짜 팀워크임을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명한 ‘도요타 생산 방식’도 심리적 안전감의 산물이다. 직원들은 누구나 생산 시스템의 실수나 결함을 끊임없이 지적했고 이를 개선해 가면서 생산 시스템의 완전함을 이루어냈고 독특한 생산 방식은 널리 벤치마킹되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덕목인 일본 문화에서도 이런 긍정적 갈등과 논쟁이 성장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활발한 피드백’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활발한 피드백을 위해 기본적으로 적극적 경청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화에 방해될 만한 물건들(노트북, 휴대폰 등)을 모두 치우고 상대방에게서 배우려는 태도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우버(Uber)는 상호 신뢰와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회의시간에 휴대폰을 절대 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우습게 보이는 해결책으로 회의 분위기는 서로 경청하고 공동 목표에 협력하는 방향으로 급변했다. 

그리고, 피드백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냥 “저는 오픈 마인드에요. 뭐든 피드백해 주세요.”라고 말만 하면 안 된다. 피드백 받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 “제가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특별히 어떤 부분에서 의사결정의 문제가 있는지 바로 피드백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결단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한 두 가지 정도 말해줄 수 있나요?”라고 말이다. 

 



이 말은 곧 자신의 ‘취약성(vulnerable)’을 드러내라는 뜻이다. 취약성이란 약점이나 실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의미한다.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 남에게 빈틈을 보여서는 평가에 불이익이 갈지 모른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상대방의 건설적 비판을 비난으로 오해하고 이는 팀워크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언제든 반대를 표하도록 독려하고, 자신의 어려움과 실패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라. 의류업체 아일린 피셔의 CEO 아일린 피셔(Eileen Fisher)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배워가는 사람이다. 회사는 높은 수익을 거둘 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취약성을 드러낼 줄 모르는 조직은 ‘공포’로 사람들을 움직이려다 나락으로 빠지고 만다. 세계 제일의 자동차 판매 기업인 폭스바겐의 전 CEO 마틴 빈터콘은 “앞으로 6주의 시간을 줄 테니 세계적 수준의 설계도를 가지고 와. 제대로 못하면 쫓겨날 줄 알아!”라고 구성원들을 겁박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디젤 게이트’에 휘말린 폭스바겐은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물어야 했다. 우수인재가 많았어도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반면, 픽사(Pixar)는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문화로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를 정착시켰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제작 중인 영화를 관람하고 감상평을 영화감독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당신들이 영화에 대해 뭘 알어?’라고 피드백을 거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효과는 대단했다. <토이 스토리>의 초기 버전은 형편없었지만 직원들의 솔직한 피드백에 힘입어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활발한 피드백이 심리적 안전감을 공고히 하고, 심리적 안전감이 팀워크 강화의 핵심이다.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리더와 팔로워 모두의 일상적 노력으로 일구어낸 팀워크가 코로나 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이다.

 

 

Comments

 

직원들에게 "업무가 많은 편인가?"라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당연하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할 정도다. 요즘은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야근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지만, 집에 가져 가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식의 답변을 하곤 한다. 나는 지금껏 20년 넘게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나는 일이 별로 없다." 혹은 "적절할 정도로 업무량이 주어진다"는 대답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업무량이 더해질까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본인의 존재감이 미미하지 않음을 남들에게 적극 변호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홍길동은 일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일찍 퇴근한다."는 식의 이야기도 뒤따라 나온다는 점이다. 본인의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것인지, 그렇게 자신에게 일이 몰린 이유가 '일 못하고 일 안 하는 홍길동'이라고 하소연하고 싶은 것인지, 평소에 홍길동과 사이가 별로 좋은 않은 것인지, 팀장이 홍길동을 편애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는 없다. 홍길동의 업무능력이 출중하여 업무시간 내에 일을 훌륭히 끝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외부인인 나는 예단하기 어렵다. 어쨌든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비난을 동원하는 것이 인간사회의 어두운 면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업무량의 과도함을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홍길동에게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보지 그러세요?"라고 제안해 본다. 이 질문은 실제로 홍길동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라는 제안이라기보다 사실은 직원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다. 많은 직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한번 홍길동에게 도와 달라고 해 본 적이 있는데, 귀찮아 하더라구요. 자기일도 바쁘다고 핑계를 대더군요. 별로 일 없어 보이던데..." 그러고는 다시 일을 부탁하기가 싫어지더라는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절대적으로 업무량이 많든 그렇지 않든 홍길동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누구나 자기 기준을 적용한다) 일이 많다고 여길지 모르는 일 아닌가? 업무시간 내내 조금도 쉬지 않고 일을 끝마치느라 애를 쓰는 것은 아닐까? '칼퇴근'을 한다고 해서 할일이 별로 없다고 무조건 간주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상사에게 '얼굴 보여주는 시간(face time)'이 조직 충성도나 '열정'의 잣대로 평가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는 않을까? 나는 '동료들도 나만큼 업무가 많을 것이라고 '일단' 간주하는 것'이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지녀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정말로 놀면서 회사를 다니는 동료 직원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동료들은 '당신만큼' 일이 많다. 당신만큼 과도한 업무량에 허덕인다. 이런 마음가짐을 지닌 채 동료들에게 일을 부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일을 요청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이 사람이 나에게 일을 떠안기는구나'라고 느끼게 만든다면 누가 요청을 들어주겠는가? 당신이 해야 할 업무 중에서 동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 동료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나 동료가 해야 안심이 되는 일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요청하라. 그냥 "나 좀 도와줘"라고 푸념하듯 말하지 마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을 요청해야 동료가 자기 시간을 크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동료가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일을 부탁하는지 모르겠군. 나 보고 다 해달라는 건가?'라고 생각하게 되면 실제로 여유시간이 있더라도 "미안하지만, 나도 좀 바쁘거든"이라 대꾸하기 마련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동료의 거절을 수용하라. 동료에게 A라는 일을 부탁했는데 "미안하지만 A 전부를 할 시간은 없어. 대신에 A'를 해주면 안 될까?"라고 동료가 제안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속으로 '이 사람이 내 부탁을 거절하네. 섭섭하군'이라는 감정이 들겠지만, 상대방도 나만큼 바쁠 거라는 전제를 한다면 '최대한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군'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동료가 "나는 도와줄 시간이 없지만, 여기여기에 가서 문의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이 일을 마치고 난 다음에 도와주면 어떨까? 그때 다시 나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줘"라고 동료가 말한다면 일단 거절(혹은 핑계)을 수용하고 물러서는 게 좋다. 

악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남의 부탁을 거절할 경우 그것을 언젠가는 들어줘야 할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부탁할 때는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프랜시스 플린(Francis J. Flynn)의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도움요청자(help-seeker)들은 잠재적 조력자(potential helper)가 과거에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부탁을 거절할 거라고 예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조직 내에서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누구나 알지 않는가? 내가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나도 남에게 일을 부탁하기가 어려운 법인 말이다. 플린의 연구에서 실제로 잠재적 조력자들은 과거의 거절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부탁을 들어줄 용의를 보였다.

 



셋째, 동료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라. 부탁을 거절한 것을 부채로 느끼는 것처럼, 부탁을 들어준 것 역시 갚아야 할 부채로 여기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평소에 동료를 많이 도와주었다면 상호호혜라는 불문율에 따라 동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동료의 도움을 받으려면 평소에 동료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거나 내가 먼저 동료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할 것이다. 물론 사정상 동료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할 경우라면(이런 경우가 잦을 것이다), 이때는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역으로 제안하는 것이 좋다. 문서 작성을 부탁 받으면 그와 유사한 샘플 문서를 건넨다든지, 나중에 프린트되어 나온 결과물의 제본과 배포를 돕는다든지 등 언제든지 가용할 경우에는 최대한 돕는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넷째, 동료의 도움을 고마워하라. 동료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면 그 결과물의 질이 어떤 수준이든 관계없이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 동료가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부채가 있다고 해서, 또 내가 그동안 많이 도와줬으니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해서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다면,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역시나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동료의 도움이 훌륭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유용하지 않더라도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동료는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는가? 또한, 그 동료에게 부탁을 한 것은 당신 자신이기 때문에 도움의 결과에 대해서도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당신은 동료의 상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시킨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이 동료에게 일을 구체적으로 부탁하지 못했고 동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팀워크의 성공은 협력에 있다. 그리고 협력이 잘 이루어지려면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팀원 각자가 능숙하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상호호혜의 불문율을 각자 준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동료들에게 먼저 도움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유 있는 거절' 역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거절을 '쿨하게'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도움을 주고 받을 때 지켜야 할 룰을 팀원들의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하나의 실천방법이 되지 않을까?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Newark, D. A., Flynn, F. J., & Bohns, V. K. (2014). 

Once bitten, twice shy: The effect of a past refusal 

on expectations of future complianc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5(2), 218-225.

Comments



그룹 퀸(Queen)의 리드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음악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돌아온 듯한 마지막 20분 간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장면은 자리에 가만 앉아 있는 것이 죄책감이 들고 타이틀롤이 모두 끝나도 자리를 뜨기가 못내 아쉽습니다. 프레디가 "We are the champion of the world!"를 부르며 퇴장하는 느린 화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퀸과 함께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세대가 2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자신들의 '동시대성'을 잠시 부활시켰다가 떠나보내야 하는 쓸쓸함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앨범을 내기 위해 팀을 이탈했다가 좌절을 경험하고 다시 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팀 멤버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화가 난 멤버들(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존 디콘)은 프레디에게 "용서할게. 됐지. 이만 가도 돼?"라고 쏘아 붙이죠. 이때 프레디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정확한 한국어 대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정말 내가 시키는데로만 했어. 로저 너처럼 잘못된 걸 말해주지도 않았지."


솔로 앨범 제작에 참여한 뮌헨 출신 드러머와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잘 따라준 것이 좋았다기보다 오히려 문제였다고 프레디는 말합니다. 그런 건 진정한 팀워크가 아니라는 듯한 눈빛을 하며 멤버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하죠.


"나에겐 너희가 필요해. 그리고 너희도 내가 필요해."


그러고는 라이브 에이드 자선 공연에 참가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멤버들을 설득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무대에 서는 건 미친 짓이야. 하지만 우리가 이 무대에 서지 않았는데, 공연이 끝난 다음날 아침 눈을 뜬다면, 이 무대에 서지 않은 걸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거야." 


사람들에게 팀워크의 의미가 뭔지 물으면 대부분은 머리 속에서 이런 모습을 떠올립니다.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 리더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지시를 내리면 역시나 실력이 뛰어난 멤버들이 리더의 지시에 맞춰 각자의 일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한다. 노닥거리거나 딴청을 피우지 않는다. 동료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웃으며' 협력하며 일을 완료한다. 절대 동료의 요청을 모른 채 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난관을 겪어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궁리한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팀원들은 박수를 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영화 속 프레디는 이런 모습은 팀워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따라 준 세션맨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왠지 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고집에 '딴지'를 걸며 잘못을 지적해 주고 때로는 서로 욕하며 싸움을 걸기까지 한 퀸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가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힘의 원천이었고 그것이 진정한 팀워크라는 의미를 그의 수줍은 고백 속에서 찾을 수 있죠.


실제로 그는 1984년에 뮌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본인이 얼마나 퀸 멤버들을 그리워하는지 인터뷰어에게 살짝 털어 놓습니다. 멤버들이 각자 개성이 강해서 그룹을 결성한 첫날부터 싸우기 시작했고, 음악에 있어서는 늘 그래왔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가죠. 


(출처 : https://youtu.be/ieZHZj55ack  '조가비'의 '프레디 머큐리 1984년 뮌헨 인터뷰 "음악적 매춘부" (한글자막)'에서 캡처)



"하지만 그 싸움들이 저희를 하나로 만들어요. 왜냐하면 보통 밴드들은 한 멤버가 너무 고집이 세서 해체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멤버들이 위축돼서 그럴 거에요. '이 자식 때문에 못해 먹겠다. 차라리 다른 밴드로 가야겠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 4명의 멤버들은... 다들 성격이 강하거든요. 절대로 서로 봐주지 않아요."


"저희가 이렇게 끝까지 함께 한 이유는 아무도 밴드를 나가기를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밴드는 나가는 것은 졌다는 걸 인정하는 거 잖아요. 그래서 계속 함께 있어요. 음악을 계속 만들 수 있고 음반이 계속 팔리기만 하면, 뭐 상관없죠.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면 음악을 관두고 다른 일을 할 테니까요. 스트리퍼를 하거나 그랬겠죠."

(이상 유튜버 '조가비'의 한글 자막을 조금 수정하여 인용)


비록 인터뷰에서 그가 팀워크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함께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대중에게 판다'라는 공동의 목표와 책임을 위해서라면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다투고 서로를 교정하며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진정한 팀워크임을 느끼게 하는 장면입니다. 추측컨대, 어쩌면 그가 솔로로 활동하고 나서야 팀워크의 본질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에 의하면 그가 팀을 박차로 솔로 활동을 선언할 때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은데 팀 멤버들이 방해가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영화는 어디까지나 허구인지라 아닐 수도 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팀워크의 본질은 구글이 'Project Aristotle(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밝혀낸 팀워크의 비밀과 깊은 연관성을 갖습니다. 구글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모토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팀워크가 좋은 팀의 비결을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을 통해 구글이 밝혀낸 '팀워크가 뛰어난 팀의 5가지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대인관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약한 모습(실패, 멍청한 대답 등) 을 보여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


- 의존성(Dependability)

   동료들이 정해진 기일까지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업무를 완료할 거라고 믿는 것


- 구조 및 명확성(Structure & Clarity)

   동료들의 역할, 계획, 목표 등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


- 의미(Meaning)

   자기 업무가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 영향력(Impact)

   자기 업무가 회사 성과에 매우 중요하고 변화를 일으킨다고 믿는 것


이 중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특징은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구글은 주장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내가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해도 팀원들로부터 비난 받거나 조롱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며, 다른 팀원의 언행이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함을 뜻합니다. 또한 팀원들의 비판을 들어도 그걸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머나 조언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의 특징이죠. 


구글의 연구 결과를 그룹 퀸에 연결시키면, 프레디가 말하는 퀸의 팀워크는 서로의 음악적 견해 차이를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제기하고 다툴 수 있었던(그러면서도 별로 상처 받지 않았던) '높은 심리적 안전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팀워크의 가장 본질적인 조건인 이유는 서로 어떤 말이라도 자유롭게 개진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학습은 실패를 편안하게 인정하고 실패의 원인을 직시할 때 이루어집니다. 자신이나 남의 결점, 실수, 실패를 지목하지 못하고 또한 인정하지 않으면, 그런 결점, 실수, 실패를 감추거나 거부하느라 진정한 학습은 요원해지죠.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야 서로 기꺼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과 더 높은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지는 팀은 자신의 결점, 실수,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타인을 비난하는 데 힘을 낭비하고 그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과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지 못합니다. 결국 문제가 발생해도 예전에 해오던, 소위 '검증된' 방식(다르게 말해, 관행적인 방식)을 동일하게 반복하는 바람에 또다시 실패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이끄는 팀, 일사불란한 태도를 강조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팀은 겉으로는 팀워크가 좋은 팀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지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팀에게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내 말을 정확히 잘 따라줬어.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어."


프레디 머큐리의 이 말은 '내 말 한 마디면 팀원들이 군소리없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면 좋겠어'라고 기대하는 리더들,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팀워크가 착각에 불과함을 일깨웁니다. 그런 팀워크는 팀업무가 상당히 '정형적이고 기계적이며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일 때는 좋은 팀워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업무가 '비정형적이고 추상적이며 변화무쌍하고 늘 새롭게 요구되는 경우, 그리고 그런 일을 스스로 발굴해야 하는 경우에는 매우 적합하지 않죠. 


심리적 안전감을 갖추려면 갈등과 충돌은 '악'이라고 규정하기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동력'이라는 관점을 받아들이고 이를 팀 의사소통으로 준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팀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적극적으로 의사결정하며,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마인드를 심어야 합니다. 팀 리더이든, 팀원이든 자신의 결점을 서로 인정하고, 어떤 사안이든 호기심을 드러내고 질문을 많이 던지려는 마음 자세도 필요합니다.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이것이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 팀워크가 높은 팀을 구축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참고문헌

- https://youtu.be/ieZHZj55ack  '조가비'의 '프레디 머큐리 1984년 뮌헨 인터뷰 "음악적 매춘부" (한글자막)'


- Google re:Work “Guide: Understand team effectiveness”

https://rework.withgoogle.com/guides/understanding-team-effectiveness/steps/help-teams-determine-their-needs


- World Economic Forum, “Is your team in 'psychological danger’?” 

https://www.weforum.org/agenda/2016/04/team-psychological-danger-work-performance/


- Amy Edmondson’s TEDx Talk, “Building a psychologically safe workplace” 


Comments


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 중요한학교입니다.

다음과 같이 '[튜터링] 팀원들을 어떻게 팀플레이어로 만들까?'를 진행하오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강의 취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제한된 시간에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 즉 생산성 제고를 위한 방법이 많은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에는 BPR, 스마트 워크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지만, 단위조직인 팀 내의 팀워크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조치도 힘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직원들을 진정한 팀플레이어로 육성하려면 리더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흐름출판)>을 번역한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가 팀워크 증진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본 강의는 소수(최소4명~최대8명)를 대상으로 한 '튜터링'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토론을 위주로 한다는 점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의 일정]

- 일시: 2018년 10월 18일(목) 저녁 19:30~22:00

- 장소: 인퓨처컨설팅 중요한학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4-90)

- 모집정원: 최소 4명 ~ 최대 8명 


- 수강료 : 6만원 (현장납부시 7만원)

- 수강료를 아래 입금계좌에 입금해 주시면 신청완료됩니다.

- 세금계산서를 원하시는 분은 부가세를 포함한 66,000원을 입금하신 후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theimportantschool@gmail.com)


- 입금처: 국민은행 816-24-0206-031 (예금주:유정식)

- 입금자명에 강의날짜를 붙여서 기입해 주세요.(예: 홍길동1018)

- 10월 16일(화)까지 취소 요청시 환불 가능합니다.

- 그 이후나 no show의 경우 환불이 불가합니다. 


- 문의처: 중요한학교 02-733-1568 / 010-8998-8868 / 

  theimportantschool@gmail.com (부재시 문자메시지를 주세요.)

- 참석자 전원에게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흐름출판)>를 선물로 드립니다. 


[강의 내용]

1. 이상적인 팀 플레이어의 세 가지 덕목과 그 의미는?

2. 이상적인 팀 플레이어 모델이란?

3. 팀 플레이어 모델의 응용 : 채용/평가/조직문화

4. 팀 플레이어로 부적절한 팀원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튜터 소개]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HR 및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 컨설턴트이자 경영서 저자/역자

저서: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착각하는 CEO>, <전략가의 시나리오>, <문제해결사> 등 다수

역서: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허슬>, <에어비앤비 스토리>, <디멘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등 다수 


[오시는 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ㅡ>마을버스 4번 탑승ㅡ> 평화교회 앞에서 하차 --> 파란색 문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장소 사정으로 주차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Comments



(*이 글은 이번에 더퀘스트에서 새로 출간된 책, <익스트림 팀>에 수록된 저의 추천사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레코드판(LP)을 좋아하여 주말이면 가끔 동묘나 황학동 주변을 돌면서 이제는 흔치 않는 옛날 가수들의 앨범을 한 두 장씩 ‘득템’하곤 한다. 아무리 동묘라 해도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똑같은 가수의 CD에는 왠지 손이 가질 않는다. LP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신이라 음질이 더 좋고 가격도 LP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데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 CD를 들을 바에야 음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하는 게 낫지, 하며.


이 책 '익스트림 팀'을 읽으면서 나는 그 동안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여러 경영 테마를 떠올렸다. MIS, ERP, CRM, SCM 등 소위 세 글자로 표현되는 테마들은 한때 경영혁신의 기수로 칭송됐지만 이제는 CD와 같은 처지가 되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그런 건 그저 IT시스템일 뿐이지, 하며. 반면 ‘팀워크’는 계속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며 묘수를 찾고자 열망하는, 마치 LP처럼 오래된 경영 테마이다. 하지만 팀워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왕년에 내가 LP 좀 들었지’하며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구는 테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최강의 팀을 구축하고 그 토대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팀워크가 단순히 ‘으쌰으쌰’하는 팀원들끼리의 인간적인 화합이나 동맹이라고 누구나 아는 척 할 법한 상식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더욱이 넷플릭스, 파타고니아, 자포스, 에어비앤비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 시대의 스타기업들이 어떻게 최강의 팀워크를 통해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면서도 튼튼한 입지를 쌓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팀워크를 재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듬뿍 선사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크건 작건 모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의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말로는 세계 최고 혹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지만 실은 그렇게 될 리가 만무한 ‘그저그런’ 회사의 특징을 이 책을 통해 간파할 수 있다. 직원이 팀의 성과 발휘에 얼마나 조화로운 사람인가보다 그의 개인 능력을 중시하여 상대평가를 휘두르는 기업, 우선순위 없이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어하는 기업, 독창적인 철학 없이 효율적인 문화에만 관심을 두는 기업, 갈등 상황을 기회라 보지 않고 없애야 할 골치거리라고 인식하는 기업, 내가 할일과 네가 할일을 ‘칼같이’ 구분하는 데 열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면, 이 책을 계기로 ‘우리가 왜 최고가 될 수 없는가’라고 뼈아프게 반성해 보기 바란다.


책 전체를 관통하면서도 가장 독특한 관점은 최강의 팀워크를 구축하는 비결이 서로 모순되는 가치들을 포용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성과를 지향하면서도 인간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것, 고도의 화합을 추구하면서도 구성원들을 서로 느슨하게 연결하는 것,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팀과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것, 책임감을 부여하면서도 자율성을 용인하는 것, 솔직한 비판을 추구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지지를 권장한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상충되는 두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바람직한 리더십이라고 여기는 리더들에겐 매우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넷플릭스 등의 혁신기업들이 위대해진 이유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데 있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그 과정이 순탄했고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각자 조직에 맞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손을 더듬어가며’ 내일의 길을 실험한다는 데 있다. 




특히 성과 지향과 인간관계 지향 간의 모순을 조화시키려는 혁신기업들의 노력(1장)에서 리더들은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많은 기업들이 ‘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한다’, ‘우리회사는 가족같은 기업이다’라는 말을 자랑하곤 한다. 하지만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그런 회사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가족스럽지 않은’ 모습을 발견한다. 철저하게 개인 성과를 따져서 그에 따라 보상을 차등하고 성과를 못내는 직원들을 내치겠다는 정책을 강화한다든지,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아무도 회의실에서 리더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든지, 리더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관리자들의 당면목표로 여겨지는 기업이 과연 가족 같은 회사일까? 그들이 내세우는 가족이란 ‘가부장적 가족’에 불과하다. 진짜 가족이라면 제록스처럼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고 때론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말할’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직원들을 진짜로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최고의 성과를 일궈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길을 찾기 바란다.


리더 뿐만 아니라 일선 관리자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특히,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아야 함을 강조하는 3장의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모 기업의 임원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면접위원들이 사전 미팅을 통해 면접방식을 서로 조율하고 합의했기에 면접 진행은 매끄러웠다. 불만스러웠던 점은 다른 면접관들의 질문이었다. 미리 마련해 놓은 질문서에는 분명 없는 질문을 임의로 던지는 경우는 다반사였고, 그 귀한 시간에 지원자의 특이한 경력에 사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며 질문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면접관들도 종종 있어서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열심히 하겠다’라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마나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채용에 엄청난 공을 들이면서 최종 결정을 숙고하고 또 숙고하는 혁신기업들이 이 면접 광경을 목격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들은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최강의 팀을 구축하는 비결 중 제일 첫단추가 회사의 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임을 체득했다. 에어비앤비는 첫 번째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 수천 명의 이력서를 검토했고 그 중 몇백 명의 지원자들과 면접을 보느라 5개월의 시간을 쏟았다. 직원을 채용하는 일은 ‘DNA칩을 심는 것과 같다’는 신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혁신기업들이 지원자들에게 던지는 여러 질문들을 보면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면접을 해왔다는 점을 내가 그랬듯 ‘충격적’으로 반성하게 되리라.




독자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혁신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 들 것이다. 허나 저자가 지적했듯이, 제도 몇 개를 그대로 베끼면 최강의 팀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팀워크는 그 자체가 문화이고, 문화는 쉽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직의 문화를 혁신하고자 하는 리더 본인이 과거의 성공전략과 현재의 권력에 취해 있는 혁신의 대상일 수도 있음을 지각하지 않는 한 강력한 팀워크를 구축하겠다는 희망은 그저 꿈으로 끝날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말처럼 ‘모방만하는 기업은 망한다.’ 따끔하지만 그것이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며칠 전에 모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쉬는 시간에 회의실 벽에 걸린 사훈이 눈에 들어왔다. ‘창의’, ‘협동’, ‘신뢰’, ‘열정’, ‘도전’... 이 회사가 아니라 다른 회사에 걸어놔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아주 진부하면서도 매우 모호한 사훈이라 외부인인 나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직원들은 과연 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행동에 옮길까? 그보다도, 과연 사훈이 뭔지 외우고나 있을까? 최강의 팀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사훈이 실천적 의미로 번역돼 조직의 문화 속에 녹아 흐르게 해야 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훈을 떼어내고 맨땅에서 다시 팀워크를 구축하라. 이 책이 여러분을 최강의 팀으로 나아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할 것이다.



책 자세히 살펴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