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디 이타적이다   

2012. 2. 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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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디 이기적일까요, 아니면 이타적일까요? 이 질문은 사실 꽤 민감해서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하면서 오래 전부터 여러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양상과 비슷한 논란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보느냐 이타적인 존재로 보느냐에 따라 인간을 대하고 다루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해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인간을 규정한다면, 그러한 이기심이 조직과 사회의 안녕을 해치지 않도록 하고 나아가 시너지를 구축하도록 하기 위해 통제와 명령으로 인간을 다스리고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당위성을 갖습니다. 반대로, 생래적으로 타인을 돕고 자신을 기꺼이 희생함으로써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 받고 보호 받으려는 존재로 인간을 바라본다면,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고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려는 내적 동기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습니다.



인간이 본디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에 관한 논쟁은 이 블로그에서 다루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유아와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펠릭스 바르네켄(Felix Warneken)과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의 연구 결과를 들여다 본다면, 인간이 본디 이타적인 동물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연구자들은 17.5~18.5 개월 정도인 24명의 유아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간단한 과업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자가 일부러 펜이나 빨개집게를 떨어 뜨리고 손에 안 닿는 척 하거나, 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있어서 캐비넷 문을 열지 못하는 척 하거나, 또는 책을 쌓다가 실수로 책을 미끄러뜨렸을 때 유아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관찰했습니다. 모두 10가지의 과업을 각각 몇 차례씩 수행한 결과, 유아들은 10회 시도할 때마다 5.3회 정도 실험자를 도와주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대조 조건(control condition)일 때의 1.5회에 비하면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결과였죠. 

유아 각각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니 24명 중 22명의 유아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실험자를 도왔습니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떤 유아가 항상 남을 돕는지 또 어떤 유아가 절대로 남을 돕지 않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바르네켄과 토마셀로는 비슷한 실험을 세 마리의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침팬지는 인간과 동일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영장류이기에 이타성의 본류를 확인하는 데에 좋은 실험 대상이죠. 침팬지들에게도 모두 10가지 종류의 과업을 실시했는데, 예를 들어 실험자가 테이블을 스폰지로 닦다가 일부러 떨어뜨리고는 집어올릴 수 없는 척 하거나, 손에 물건을 잔뜩 들고 있어서 바닥에 있는 물건을 치우지 못해 바닥에 앉지 못하는 척 하거나 했죠. 그 결과, 유아를 대상으로 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록 유아들보다는 도와주는 회수가 적었지만(물건을 가지고 놀려는 습성을 보여서), 침팬지들은 대조 조건에 속할 때보다 실험 조건에 속할 때 도움이 필요한 실험자를 더 많이 돕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누르면, 실험의 결과를 동영상으로 간단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1번부터 4번은 유아들 대상의 실험이고, 나머지는 침팬지 대상의 실험입니다.

Movie S1
Clothespin Task

Movie S2
Cabinet Task

Movie S3
Book Task

Movie S4
Flap Task

Movie S5
Lid Task (Alexandra)

Movie S6
Mould Task (Alexandra)

Movie S7
Sponge Task (Alexandra)

Movie S8
Lid Task (Annet)


바르네켄과 토마셀로의 실험은 인간이 남을 도우려는 이타심을 타고났을 거라고 짐작케 합니다. 이타심이 발현되는 이유가 사회로부터 배척 당하지 않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해도, 또는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 가능성을 높이려고 숙주인 인간을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조종하는 것이라 말한다 해도, 그 이유가 뭐든 인간은 선천적으로 댓가 없이 타인을 도우려는 심성을 가지고 있음을 이 실험이 (비록 단편적이지만) 보여줍니다.

심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는 조직의 구성원들을 어떤 가정을 가지고 대하느냐에 따라 'X이론'과 'Y이론'을 주창했습니다. X이론은 직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하고, 동기가 사라지면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바른 길로 가도록 끊임없이 동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통제와 규율, 당근과 채찍을 통한 경쟁을 강조하죠. 반면, Y이론은 직원들이 성취감과 자기실현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솔선하며 자율적인 책임 하에 목표에 헌신한다는 관점입니다. 따라서 Y이론 하에서는 자유와 창의, 협력과 상호존중을 기치로 삼습니다.

바르네켄과 토마셀로의 실험은 Y이론을 지지합니다. 인간은 본디 이타적이고 선한 존재이므로 자율을 부여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할 경우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길임을 시사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여러분을 이타적인 존재로 대합니까, 아니면 이기적인 대상으로 바라봅니까? 이는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입니다. 인간은 본디 이타적이고 적어도 이기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논문 : Altruistic Helping in Human Infants and Young Chimpanze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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