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제도, 버려야 하지 않을까?   

2012. 3.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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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은 품질경영의 전설적인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예일 대학교에서 수학과 수리물리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미국 농무부 등에서 물리학자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여러 문헌을 통해 직원이 조직 내에서 달성하는 성과가 직원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밝히곤 했습니다. 관리 감독, 교육훈련, 도구와 방법론, 가용 자원 등과 관련된 조직의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직원 개개인이 제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헌신한다 하더라도 탁월한 목표 달성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물리학적 배경을 발휘하여 간단한 방정식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X + (YX) = 직원 개인의 실제 성과



여기에서 X는 개인의 기여이고 Y는 내외부 시스템의 효과를 나타냅니다. 직원의 기여(역량, 업적, 헌신 등)만으로 직원의 성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 시스템 상태와 변화가 직원의 기여와 승수 효과를 일으켜 결정된다는 점을 간단히 표현한 방정식이죠.

이 방정식의 미지수는 X와 Y, 이렇게 두 개입니다. 알다시피 미지수가 2개이면 방정식의 개수도 2개여야만 미지수를 구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방정식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도 X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은 6학년 짜리 학생도 다 안다"라고 데밍은 말했습니다.

z = x + yx 를 나타낸, 말 안장 모양의 그래프



이 방정식은 조직에서 실시하는 인사 평가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평가제도는 개인의 기여(역량, 업적, 헌신 등)을 측정하면 직원 개인이 실제로 조직을 위해 달성한 성과를 알 수 있다고 전제합니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죠.

 X = 직원 개인의 실제 성과


그러나 데밍이 지적했듯이 개인의 기여는 직원 혼자만의 힘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도적, 시스템적 뒷받침은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외부환경의 변동도 직원의 실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한 내외부적 시스템의 변화는 무작위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할 뿐더러 사후적으로도 변동의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혼자서 '영업을 뛰는' 영업사원들조차 시스템적인 도움이 없이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YX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평가 결과를 보상에까지 활용한다면, 직원들은 실제 기여한 것보다 부당하게 많은 보상을 받거나 반대로 탁월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매번 생길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요컨대 YX를 고려하지 않는 평가는 의미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해악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데밍이 말하고자 했던 논지는 YX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가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비어(Michael Beer)도 직원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은 직원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회사'에서 '잘못된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평가제도가 효과적인 성과 창출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평가제도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방어적으로 만든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조직의 평가제도는 YX를 반영하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 평가제도를 계속 끌고가야 할까요? 대안이 없으니 그냥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그저 명분이거나 '용기 없음'의 다른 표현일지 모릅니다. 데밍의 방정식은 부당한 제도가 있다면 없애는 게 차라리 낫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깊이 숙고할 문제이고 지나치지 말아야 할 문제입니다.

오늘은 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글을 짧게 남깁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참고 도서 : Abolishing Performance Appraisals )
(*참고 도서 : The New Economics for Industry, Government, Education p.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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