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지난 2005년 11월 11일 96세를 일기로 숨졌다. 죽기 바로 직전(2004년)까지 35번째 저서를 출간할 만큼 왕성한 지적 욕구와 열정을 보여 왔던 그가, 그래서 영원히 죽지 않는 경영학의 생불(生佛)로 존재하리라 믿어지던 그가 비로소 우리 곁을 떠났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가 경영학계에 남긴 업적은 실로 위대한 것들이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주식회사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기업의 도덕성과 인재의 중요함을 역설하였으며, '지식사회', '지식근로자' 등 지식경영의 개념을 주창하는 등 경영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방향과 상(像)을 제시한 인물이었다.
피터 드러커 (사진 출처 : 네이버)
나는 피터 드러커의 저작들을 많이 읽어 보지는 못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경영의 실천'과 '단절의 시대' 정도를 훑어 읽어 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그의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발견한 문구는 뭔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던 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고 나의 삶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당시 나는 나 자신에게 참 불만이 많았다. 능력도 보잘 것 없거니와, 성격도 성공하기에는 애초에 글러먹은 것이 아닌가, 이럴 바에는 편안한 조직에 몸을 의탁한 채 짭짤한 월급이나 챙기며 살아가는 것이 내 주제에 걸맞는 게 아닌가 자괴했었다.
그런데, '당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말라. 거기에 쏟을 노력을 당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에 집중하라'라는 그의 말을,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의 말을 접했을 때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커다란 소리를 들었다.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욱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추락했던 자신감을 점차 회복할 수 있었다. '나는 왜 이것 밖에 안될까' 라는 생각은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하더라도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나를 더욱 옥죄이게 만들 뿐이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끔 지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의 문구를 떠올려 보곤 한다. 결국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단점을 떠올리며 자신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즐기기만 한다면 단점은 영원히 단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리라.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긍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교훈이리라.
단점보다는 장점에 전력투구하라는 말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사보다 뒤떨어지는 요소를 끌어올려 봤자 경쟁사하고 별 차이가 없는 '그렇고 그런' 제품과 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다. 경쟁사를 확실히 제압하려면 자사의 경쟁우위 요소를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으로 극대화해야 한다. 이것은 경영의 제1법칙이다.
세스 고딘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잘할 수 있는 것 한 두개를 가지고 가장자리까지 가라'는 주장과, '블루오션 전략'에서 말하는 가치혁신의 ERRC(Eliminate-Reduce-Raise-Create) 방법론 등도 따지고 보면 피터 드러커의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머리를 감싸 쥐며 고민한 끝에 '다 잘해야 한다'는 전략적 초점이 불분명한 경영계획을 오늘도 만들어 내고 있는 기획부서가 있다면,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을 곰곰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단점을 고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장점을 더 키우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라. 골고루 잘 하는 사람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한쪽에 경도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다른 분야를 쳐다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한 우물을 파고 나서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야 다른 세계도 보이는 법이다.
남들이 자신에게 '너는 이것이 단점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가볍게 흘려라. 그가 아무리 선의로 한 말일지라도 '너는 이것이 단점이야'라는 말이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옭아매는 동아줄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물리적으로 괴롭히는 단점이라면 고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살아가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단점이라고 지적 받는 것까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마라. 장점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게 이 시절을 보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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