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재미없으면 성과관리는 무용지물   

2012. 10. 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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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A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투철한 사람이라서 일을 하지 않는다든지 일을 했어도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직원입니다. 반면 B는 일 자체를 흥미롭게 느끼고 일에서 기쁨을 얻는 사람으로서 일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아도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둘 중 누구의 성과가 높게 나타날까요? 누구의 자존감이 더 높고 경력에 대한 만족감이 더 높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자존감과 경력에 대한 만족감은 B의 경우에 더 높게 나타나겠죠. 하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A와 B 중에 누가 더 높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성과 창출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A, 성과보다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B, 누가 더 성과가 높으리라 생각합니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라크 대학교의 로라 그레이브스(Laura M. Graves) 등의 연구자들은 5일 짜리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에 등록한 346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먼저 참가자 각자의 자존감(Self-Esteem)을 "전반적으로 나는 내 자신에 만족한다."와 같은 10개의 문항으로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현재 각자가 얼마나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는지를 "내가 일을 즐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나는 때때로 내 안의 누군가가 내게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는 것을 느낀다."와 같은 문항으로 평가했죠.


그레이브스는 또한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내 일이 너무 흥미로워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일이 재미있어서 내게 요구된 것보다 더 많이 일을 한다.",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얼른 일하러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등의 문항을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 그레이브스는 참가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경력 만족도도 측정했죠.


가장 중요한 측정치인 '업무 성과'는 해당 참가자의 상사, 동료, 직속 직원들로부터 '360도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확보했습니다. 전략적 마인드, 적극성, 결단성 등 리더가 갖춰야 할 16가지 스킬과 리더로서의 약점 등을 158개 문항을 통해 해당 참가자의 수준을 측정하도록 했죠.


다소 복잡한 분석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이러했습니다. 첫째,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은 경력 만족도와 업무 성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더라도 그것이 높은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수록 경력 만족도와 업무 성과가 높았으며 심리적인 압박감이 덜했습니다. 셋째, 자존감이 높은 참가자일수록 업무 자체에서 만족감을 크게 느끼고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덜했습니다. 이를 통해 높은 자존감은 높은 경력 만족도와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네 번째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일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혹은 압박감)이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재미있게 여기는 참가자들에게는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해진다고 해서 더 나은 성과가 창출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그레이브스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일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모로 배려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 더 높은 경력 만족도, 더 낮은 업무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길입니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때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면 성과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그레이브스의 연구에서도 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가해지든 스스로 의무감을 느끼든지 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높여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소소한 문화적 장치를 통해 직원들이 일에서 재미를 찾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깜짝 이벤트에 그치고 직원들의 냉소는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코칭할 때도 성과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업무에서 흥미를 찾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조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모습이 있으면 진심으로 칭찬하고, 실패했더라도 그것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직원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보통 당장 발등에 떨어진 성과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아침에 일어나 얼른 출근하고 싶어지는' 조건을 형성할 때의 이로움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압박은 다시 또 다른 압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리자나 직원이나 모두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일은 '놀이'처럼 즐겁습니까? 아니면, '숙제'처럼 괴롭습니까? 일이 재미 없으면 성과관리는 무용지물입니다.



(*참고논문)

Laura M. Graves , Marian N. Ruderman, Patricia J. Ohlott, Todd J. Weber(2012), Driven to Work and Enjoyment of Work: Effects on Managers’ Outcomes, Journal of Management, Vol.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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