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돈 때문에 출근한다'라고 생각했다면   

2013. 9. 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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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아마도 오늘 아침에 "힘들지만 돈 때문에 회사 간다"라는 탄식을 내뱉으며 출근길에 나선 분들이 있을 겁니다. '돈 때문에 무엇무엇을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이유라고 말하지만, 행복과 돈이라는 두 단어를 함께 놓고 바라보면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굳게 믿곤 합니다. 로또를 구입할 때마다 1등에 당첨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머리 속으로 온갖 장미빛 영상이 스쳐 지나가죠. 어떤 사람은 지금 상황도 그리 행복하지 못하니 돈이라도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지지 않겠냐며 "돈이라도 많아 봤으면 좋겠다"라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성취감, 공동체에 대한 헌신,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 등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금전적인 성공이나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인생의 최우선적인 목표인 사람도 적지 않죠.





금전적인 성공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목표이고 향후에 금전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라 기대할수록 만족하는 삶을 살며 행복감을 느낄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 로체스터 대학의 팀 캐서(Tim Kasser)는 리차드 라이언(Richard M. Ryan)와 함께 이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캐서는 118명의 학생들에게 구조화된 설문지를 배포하고 질문에 꼼꼼히 답하도록 했습니다. 자아 수용, 소속감, 공동체 의식, 금전적 성공 둥 4개 영역에 대해 각각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미래에 성취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묻는 설문이었죠. 추가적으로, 캐서는 학생들에게 금전적 성공, 안정적인 가정 생활, 세계의 평화와 같은 문구를 제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서로 정렬해 달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자아실현의 정도와 활력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일련의 질문에도 응답했죠.


설문 분석 결과, 금전적 성공을 가족의 안녕보다 더 중요한 삶의 목표로 인식할수록 자신의 활력 수준이 낮고 자아실현의 정도가 낮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반면, 공동체 의식과 자아 수용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자아실현과 활력의 정도가 높게 나타났죠. 돈을 추구할수록 행복감을 덜 느낀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추가로 이루어진 두 개의 연구 결과도 이런 결론을 뒷받침해 주었죠. 인생에서 돈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상대적으로 더 초조하고 더 우울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금전적 성공에 높은 중요도를 부여할수록 전반적으로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행동상의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반면, 금전적 성공보다 공동체적인 삶을 우선하는 사람일수록 행동의 문제를 덜 나타냈죠.


캐서의 분석 과정은 복잡했지만 결론은 명확합니다. 금전적 성공, 즉 돈을 추구할수록 '덜 행복하다'는 것이죠. 어찌보면 캐서의 연구는 '행복은 돈이 아니다'라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라고 폄하될 수도 있겠지만, 이 연구가 20년 전에 실시됐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죠. 캐서의 연구 이전부터 '행복은 돈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행복은 돈이 아니다'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피곤한 몸을 끌고 출근하면서 '돈 때문에 회사 간다'라고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회사 다니는 이유를 돈이 아닌 다른 가치에 초점을 옮겨보면 어떨까요? 행복한 삶이 인간 개인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Kasser, T., & Ryan, R. M. (1993). A dark side of the American dream: correlates of financial success as a central life aspir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5(2),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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