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업가입니까?   

2014. 1.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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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번역한 책<당신은 사업가입니까>가 지난주 말에 출간됐습니다. '창업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은 사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꼬집고 나아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려면,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내용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인터넷 교보문고로 가기


번역하면서 제 자신에게도 '나는 사업가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했었답니다.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책에 게재된 '옮긴이의 글'을 여기에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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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봄부터 나는 월요일 오후 시간에 ‘유 대표, 차나 한잔 합시다’란 제목으로 티타임을 가지고 있다. 당초에는 회사에서 부닥치는 여러 가지 경영 상의 애로사항을 차나 한잔 마시면서 조언해 주겠다는 가벼운 취지로 시작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공지를 띄우니 1~2시간 만에 6개월치 일정이 모두 예약되는 바람에 적잖이 놀랐지만, 그보다 놀랐던 점은 지금까지 20여회를 진행하는 동안 조직의 문제를 상담하는 경우는 고작 한 두 명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문제, 그 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문제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의 ‘먹고사니즘’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경력과 직업을 상담해 줄 깜냥은 없지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안정적인 기반을 형성한 전문가로 비치는 모양이었다. 잘 다니던 컨설팅 회사를 나와 독립 컨설팅사를 세워 12년 넘도록 그럭저럭 꾸려가면서 이따금 책을 출간하는 나를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십중팔구 그들은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처럼 사업을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나는 롤모델은 가당치 않다고 손사레를 치며 이렇게 대답한다


“아뇨, 절대 괜찮치 않습니다.”


실망과 의문이 뒤섞인 눈빛으로 이유를 묻는 그들에게 나는 나의 ‘얼렁뚱땅 창업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내가 특별한 계기와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창업한 것처럼 여기지만, 고백하자면 나의 창업은 위기에 몰려서 선택한 차선책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컨설팅 회사에서 나는 거의 ‘짤리듯이’ 회사를 그만 뒀다. 문제는 대표와의 의견 충돌이었다. 회사를 그만 두는 가장 큰 이유가 사람과의 갈등이라고 했던가? 때마침 개인적으로 알던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벤처사업을 계획 중이던 나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는지 아니면 마케팅이 시원치 않았는지 3개월도 못 가 사업을 접기로 했다. 돌아보면, 내 잘못이 컸다. 여전히 ‘직원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앉아서 떨어지는 일만 맡겠다는 자세로 사업에 임했고, 벤처사업을 하면 빠른 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란 망상에 빠져 있었다. ‘내가 이제 보스’라는 허세에 잔뜩 바람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캐롤 로스가 지적한 ‘사업하지 말아야 할 인간’의 전형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갑자기 백수가 된 나는 몇 개월 동안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힘겨이 보냈다.  양복 입고 산으로 출근한다는 정리해고자의 모습이 바로 나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깊은 시름으로 살이 쪽쪽 빠지는 느낌이었다. 말은 점점 없어지고 툭 하면 아내에게 화를 냈다. 아마 그 때가 사회 생활 중 가장 힘들었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몇몇 컨설팅 회사에 지원서를 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지인들이 옮겨간 컨설팅 회사에 부탁을 해보기도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거나 핑계를 대기 일쑤였다. 컨설팅 시장이 축소되면서 인력 수요가 급감했으나 내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섭섭함을 너머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같이 일하던 분이 컨설팅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참여해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해왔다. 이렇게 얼렁뚱땅 나의 컨설팅 사업은 시작됐고 운이 좋아 지금까지 컨설팅으로 먹고 살고 있다. 이제 이름도 제법 알려져 고객이 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사업을 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캐롤 로스의 정의대로 라면, ‘잡-비즈니스’에 불과하다. 내가 손을 떼면 일이 전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대신해 보고서를 써줄 사람도 없고 나 대신 강의해 줄 사람도 없다. 내가 회사이고 회사가 곧 나다. 단언컨대 나는 절대 사업가가 아니다. 그러니 나에게 “사업하면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분은 상대를 잘못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 책의 번역자라는 알량한 자격으로 저자의 말을 대신 전한다.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애초에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나에게도 칼처럼 가슴에 꽂힌다. 무언가로부터 탈출하고 위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멋진 사무실에 앉은 사장 노릇을 하고 싶어서, 자유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분명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손님이 적은 일요일 아침에 카페에 앉아 ‘회사 때려치고 사업이 할까’란 공상에 젖은 이들에게 이 책은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엄명한다.


저자의 조언이 워낙 간단명쾌하고 직설적인 탓에 오히려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오기를 불러 일으키진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나 절대로 저자의 조언을 흘려 듣지 마라. 의사나 법률가들이 수년 동안 고된 수련 과정을 거치듯이 ‘예비 사업가’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 사업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자신이 사업가로 적합한 사람인지, 사업이 나에게 맞는지, 끊임없고 묻고 신중하게 답하는 자기 성찰의 관문을 통과한 자만이 사업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저자는 사업의 의지를 꺾기 위함이 아니라 사업가의 성공을 진정으로 기원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예비 사업가든, 이미 회사를 운영 중인 사업가든 책상 한켠에 두고 수시로 들여다 봐야할 책이다. 번역자에게는 번역료보다도 저자의 생각을 먼저 접한다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이 책을 번역하기 전에 ‘이런이런 사업이나 해볼까’라고 했던 나에게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주었다. 저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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