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무실에 파티션(큐비클)을 없애고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칸막이를 없애면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서로 협력하는 환경이 형성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믿음이라기보다는 몇몇 학자들이(Brand & Smith 등)이 연구를 통해 ‘오픈 플랜(open-plan)’을 적용한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증가한다는 근거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의 결론에 이른 연구 결과도 제법 많습니다. 칸막이를 없애고 ‘오픈-플랜 사무실’로 바꾸고 나니 직원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국 성과의 저하로 이어졌다고 반박합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시드니 대학교의 김정수(Jungsoo Kim)은 실제로 현장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하여 어떤 것이 진실인지(아니, 진실에 가까운지)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그는 UC버클리의 Center for the Built Environment(CBE)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사무실 공간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추출하여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CBE는 2000년부터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다양한 건물 구조, 온도, 공조, 사무실 레이아웃, 청결 및 청소 등에 관하여 직원들이 느끼는 만족도를 조사하여 데이타베이스에 차곡차곡 축적해 놓고 있어서 분석 자료로 활용하기가 아주 적당했습니다.



출처: www.sven.co.uk



김정수는 여러 데이터 중에서 사무실 레이아웃에 대하여 직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집중하기 위해 CBE 데이터베이스에서 303개 건물의 42,764개의 샘플을 추출하여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CBE가 구분해 놓은 사무실 레이아웃은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보호되느냐(독립 공간 여부, 파티션 유무와 높이 등)에 따라서 모두 5가지였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결과, 사방이 막혀 있어 독립적인 공간(즉, 독립된 방)을 가진 경우 사무실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반면에 파티션이 높은 사무실, 파티션이 낮은 사무실, 완전히 개방 구조의 사무실들은 만족도가 높지 않았고 서로 그 값이 고만고만했습니다. 또한 이 세 가지 형태의 사무실은 옆 동료가 발생시키는 소리 때문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비슷한 정도로 제기됐죠(Sound privacy).


개방 구조의 사무실은 예상한 대로 ‘비주얼 프라이버시(Visual privacy)’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가장 적게 나왔습니다. 탁 트여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행동을 다 노출시켜야 하니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헌데, 개방 구조의 사무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상호작용’에 대해서 직원들이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오히려 독립적인 사적 공간을 가질 때 상호작용이 더 용이하다는 답변을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개방 구조의 사무실은 대체적으로 파티션이 존재하는 사무실에 비해서는 몇 가지 측면을 제외하고는 여러 측면에서 만족도가 조금씩 높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리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었죠.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오픈-플랜 사무실이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만들어 주고 상호작용을 높여서 사무실 공간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거라는, 널리 퍼진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이 실증적인 연구가 시사하고 있습니다. 오픈-플랜 사무실이 조금씩 장점을 가진 부분도 있지만 그런 장점이 sound privacy와 visual privacy 측면에서의 단점 때문에 상쇄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개방적인 구조로 사무실 레이아웃을 바꾼다고 해서 직원들의 업무환경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지 않고 성과 향상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이 연구 결과로 유추할 수 있는 시사점입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점이 있다는 것을 이 연구가 또 한번 알려 줍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픈-플랜 사무실과 독립적인 방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임원 전용의 방을 마련하라는 뜻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유롭게 오픈-플랜 사무실에서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되,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독립된 방에 들어가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물론 몇몇 직원들(혹은 임원들)이 독립된 방을 독점하는 경우는 없어야겠죠.


사무실 환경이 업무 만족도와 업무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사무실 레이아웃은 함부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도 전략입니다.



(*참고논문)

Kim, J., & de Dear, R. (2013). Workspace satisfaction: The privacy-communication trade-off in open-plan offices.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3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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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s://fkisocial.tistory.com BlogIcon FKI자유광장 2014.03.27 09:50 신고

    사무실 환경과 엄무 효율의 연관성을 고려해서 사무실 꾸며야겠네요...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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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twitter.com/hoyaspace BlogIcon hoyaspace 2014.03.28 10:26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다는 건 직장생활의 로망 중 하나죠.
    회사에서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믿음을 주기도 하고요. 회사업종에 따라 직종에 따라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하는 게 좋을 듯 하고요.

    개방과 커뮤니티 라는 것이 사무실 레이아웃만이 아니라 임직원들 마인드 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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