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땅콩 리턴 사태'를 시나리오 플래닝하면?   

2014. 1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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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귀환(nut return)'으로 연일 시끄럽다. 자세한 사건의 전말은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니 이 블로그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현 시점에서 대한항공 경영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어떤 불확실성들이 그들을 불안케 하는지를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그들을 압박하는 첫 번째 불확실성은 그룹 후계 구도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저항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일 것이다. 경복궁 부근에 7성급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 거의 승인 단계까지 갔다가 이번 사건으로 물거품이 될 거라는 시각이 비등 중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사측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현 2세들의 거친 언사와 행동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발빠르게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은 '국민을 향한 사과문이 아니라 조현아 부사장을 향한 직원들의 사과문'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바람에 안 하니만 못한 상태가 돼 버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서는 안팎에서 후계 작업 진행에 압박을 받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무엇일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운송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저가항공들이 약진하고 있지만 전세계를 커버하는 두 항공사의 항공 점유율은 매우 공고하다. 그래서 이번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하락되어도 매출액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비즈니스석 위주의 매출 구조라서 충성도 높은 '하이 마일러'들이 대한항공에서 아시아나 항공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적다. 남양유업을 비난하고 불매운동을 펴던 사람들이 어느새 그때의 일을 잊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외신들은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고객보다 해외 고객들이 이번 사건을 이슈화하기 시작하면 대한항공에게 큰 데미지를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땅콩 포장지를 안 뜯어줬다는 이유만으로 항공기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안전에 민감한 해외고객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딱 좋은 조건이다. 국제적으로 대한항공에게 패널티를 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해외고객들이 이번 사건을 이슈화하지 않고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여전히 선택한다면 대한항공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단기간에 그칠지 모른다.


이 두 가지의 불확실성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1번이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3번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지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모든 시나리오가 동등한 발생가능성을 갖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측은 금물이다(개인적으로 1번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길 바란다).


여기에서 대한항공이 취해야 할 전략적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없다. 알아서 하라. 내가 전략을 알려 줄 거라 기대했는가?

-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 사과문이 그게 뭔가?

- 재발 방지를 실천하라. 시늉만 하지 말고.

- 국내 제1위의 항공사라는 허울에 만족 말라.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



(*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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