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이 부적절한 인간형으로 평가절하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은, 수전 케인의 책 <콰이어트>는 감각적이고 깊게 사고할 줄 아는 내향적 기질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습니다. 산업사회에 걸맞지 않는 열등한 기질이라 여겨지는 내향성 기질이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힘을 만들어낸다는 케인의 책은 숨어 지내거나 외향적이길 강요 받아 온 수많은 내향적 인간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내어 지금도 절찬리에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도 ‘도전’ 또는 열정’처럼 외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인재 육성의 방향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는 모양입니다.



출처: fractalenlightenment.com



헌데 내향적인 직원들이 사고력, 창의력, 감성 등에서 우수한 특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조직 생활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아미르 에레즈(Amir Erez)와 동료들은 내향적인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때 자신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실제보다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178명의 학생들은 학기 중에 4~5명씩 팀을 이루어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에레즈는 여기에서 내향적인 학생들이 외향적인 학생들의 기여를 ‘박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실시된 실험에서 에레즈는 학생들을 팀에 참여시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학생들은 헤드셋과 문자 채팅만으로 동료 팀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이 실제로 대화를 나눈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에레즈가 컴퓨터로 조작한 가상의 동료들이었죠. 학생들은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동료, 친절하거나 불친절한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과제를 수행했고, 그 후에 팀원들의 성과를 평가해야 했습니다. 


내향성이 높은 학생들은 외향적인 동료(실제로는 가상의 동료)에게 박한 평가점수를 내렸습니다. 외향적인 동료에게 다른 가상팀원들이 준 점수는 모두 같았는데도, 내향적인 학생들은 외향적인 동료들에게 보너스를 줘야 한다는 의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동료들에게보다 6배나 많이 말입니다. 반면, 외향적인 학생들은 동료들의 성격이나 친절함 정도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죠. 이것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뭔가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higherperspective.com



여러 기업에서 실시하는 ‘동료평가(peer appraisal)’는 ‘인기투표를 조장한다’, ‘서로 야합한다’ 등의 문제점 때문에 실효성을 의심 받고 있습니다. 에레즈는 여기에 한 가지 문제점을 추가한 셈입니다. 외향적인 직원들의 성과가 타 직원들과 동일하거나 높더라도 내향적인 직원들에 의해 평가절하되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동료평가 결과가 보상에 반영된다면 더 큰 문제겠죠. 에레즈의 말에 따르면, 내향적인 직원들이 조직 전체의 성과에 해가 될 거라고 ‘짐작되는’ 행동을 더 민감하게 감지하기 때문이고, 그들의 눈에는 외향적인 직원들의 시끌벅적하고 과감한 언행이 조직 성과에 해가 된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에레즈의 연구는 평가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는 평가하는 사람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평가지표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설정돼 있다 한들 점수를 기록하는 자는 ‘사람’이니까요. 얼마 전,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한 제 강의가 끝나고 나서 어떤 분이 “객관적인 평가는 가능한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들면 된다.”며 짐짓 화가 난 표정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말이 길어질까 “네, 그렇군요.”라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이런 뒷 말을 듣고 씁슬하게 웃었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드는 게 어렵긴 하겠지만요.” 


지금까지 어려웠다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고, 계속 어렵다면 불가능한 겁니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찾아내는 것은요.



(*참고논문)

Erez, A., Schilpzand, P., Leavitt, K., Woolum, A., & Judge, T. (2014). Inherently Relational: Interactions Between Peers' and Individuals' Personalities Impact Reward Giving and Appraisal of Individual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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