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책(혹은 직위)이라면 아무나 데려다 앉힐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내외부에서 적임자를 물색하여 빈 자리를 채워야겠지만, 그 빈 곳을 내부 직원을 승진시켜서 채우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외부에서 채용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이 좀 될 겁니다. 회사가 정체되고 활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외부의 피를 수혈하는 것이 조직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반면,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인력을 채용했다가 성과는커녕 기존 직원들과 갈등(그 원인이 내부직원들의 텃세 때문이든, 외부에서 채용된 자의 만용이든)만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렇다고 내부 직원을 앉히자니 인력 쇄신의 의지가 참신해 보이지 않겠죠.




“내부 직원을 앉힐까, 아니면 외부인을 채용할까?” 이 질문의 답을 매튜 비드웰(Matthew Bidwell)의 연구를 통해 알아보죠. 그는 모 금융기관의 투자은행 부문에 근무하는 5,260명의 직원들의 인사 데이터(2003년부터 2009년 간의)를 수집하여 통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인사데이터 내에는 직원들이 어떤 경로로 회사에 채용됐고 승진했는지, 매년 평가(역량, 업적 등)를 어떻게 받았는지, 급여와 보너스는 어떻게 증감했는지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어서 어떤 자리에 누군가를 앉힐 때 내부 채용(내부직원의 승진이나 job posting 같은)이 효과적인지, 아니면 외부 채용(external hiring)이 효과적인지를 분석할 수 있었죠.


비드웰의 통계 분석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지루하니, 결과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내부에서 승진해서 올라 온 직원의 평가가 외부에서 채용된 직원보다 높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첫 2년 동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죠(2년이 지난 후에는 두 경우의 평가 점수가 비슷해짐). 이것은 외부에서 채용된 직원이라고 해서 내부 직원보다 더 일을 잘한다고 가정할 수 없다는 결과입니다. 통계적으로 외부 채용자들이 내부 채용자보다 학력 수준이 더 높고 경력도 더 좋았지만, 평가는 상대적으로 더 높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내부 채용자들은 외부 채용자들보다 전반적으로 급여가 낮았고 보너스까지 합해진 ‘총 보상’에서도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받았습니다. 평가는 더 높게 받는데(업무능력이 더 좋은데) 보상은 적게 받는다는 사실은 내부 채용자들이 충분히 화가 날 대목이죠. 화가 날 결과는 또 있습니다. 외부 채용자들이 내부 채용자들에 비해 더 빨리 승진되는 경향이 발견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외부 채용자들은 내부 채용자들에 비해 보상과 승진에 유리하지만, 그들이 회사에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비드웰은 외부 채용자들의 ‘자발적 퇴사’와 ‘비자발적 퇴사’가 내부 채용자들에 비해 꽤 높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외부 채용자들의 자발적 퇴사는 21퍼센트 더 높았고 비자발적 퇴사는 61퍼센트나 더 높았죠.


‘내부 채용이 좋은가, 아니면 외부 채용이 나은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연구이지만, 비드웰은 확보한 데이터를 가지고 재미난 결과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얻었습니다. 헤드헌터와 같은 중개자를 통해 외부에서 채용한 자보다 내부직원의 추천(referral)으로 뽑은 직원이 더 일을 잘한다는 결과가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내부직원 추천으로 뽑힌 직원이 헤드헌터를 통해 입사한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보상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합니다.





비드웰의 연구는 투자은행의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타 산업이나 타 조직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반면, 실험실 데이터가 아니라 현장 데이터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고도 볼 수 있겠죠). 외부 채용이 생각만큼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비드웰의 연구 결과를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외부의 피를 수혈해서 조직의 활력을 증진시키겠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도 볼 수 있죠. 또한 외부 채용자들의 평가가 낮은 것은 그들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보다 그들을 신속하게 ‘내부인’으로 만들지 못한 조직에 개선할 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텃세가 힘을 발휘할 수도 있고, 외부인을 뽑아만 놓고 필요한 지원을 나몰라라 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물론 내부 직원들의 역량 수준이 낮은 수준이라면(예전의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외부에서 ‘장명부’ 같은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게 유일한 답입니다. 하지만 이미 조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상태에서는 외부 채용이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겠습니다. 조직 내에 이미 좋은 인재가 있습니다. 외부 채용자들에게 높은 급여를 줌으로써 내부의 인재를 차별하는, 그래서 그 인재가 회사 밖으로 이탈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잡은 물고기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비드웰의 논문 제목처럼 ‘더 적게 얻으려고 더 많은 것을 주는’ 오류를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Bidwell, M. (2011). Paying more to get less: The effects of external hiring versus internal mobility.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000183921143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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