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몸 속에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불쾌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흔히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과 같은 선형동물이나 편형동물만을 기생충이라고 생각하지만, 개그 소재로 가끔 입에 오르내리는 모낭충은 진드기류에 속하는 기생충이고 음식점의 위생을 점검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장균 역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장 속에 우글대는 기생충의 일종이다. 이런 크고 작은 기생충들은 숙주가 흡수해야 할 영양분을 중간에서 가로챌 뿐만 아니라 심하면 숙주의 기관을 물리적으로 손상시키거나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숙주의 생명 유지와 재생산(reproduction, 번식)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왜 숙주는 어느 정도의 기생충을 몸 속에 품고 사는 걸까? 숙주가 면역시스템을 총동원해서 기생충을 완전히 박멸하면 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에 유리할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기생충 몇 마리를 제거할 때는 에너지가 별로 소모되지 않지만 가면 갈수록 기생충 한 마리를 없애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에 있다. 반면, 기생충을 한 마리 없앰으로써 숙주가 얻는 이득(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 상의 유리함)은 갈수록 체감한다. 


제르지 벤케(Jerzy M. Behnke), 크리스토퍼 버나드(Christopher J. Barnard), 데렉 워켈린(Derek Wakelin)은 기생충의 감소에 따라 숙주의 비용은 체증하고 숙주가 얻는 이득은 체감하기 때문에 숙주가 어느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는다고 말한다. 즉 최적의 기생충 보유량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일 숙주가 균형점 이상으로 기생충을 없애려 한다면, 기생충 한 마리가 박멸됨으로써 얻는 이득 증가분보다 한 마리를 제거하기 위해 쓰이는 비용 증가분이 더 크다. 그러면 기생충을 없앰으로써 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의 가능성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고 번식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숙주는 균형점 수준에서 기생충을 몸 속에 지니는 것을 최적의 생존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이 균형점이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숙주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균형점이 낮아지기도(최적 기생충 보유량이 상승) 하고 높아지기도(최적 기생충 보유량 하락) 한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큰뿔양(bighorn)의 암컷은 새끼가 없는 암컷에 비해 폐선충에 더 많이 감염되어 있다. 이는 젖을 먹이기 위해 에너지를 이미 많이 소요하는 까닭에 기생충 박멸에 배당할 에너지가 적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기생충을 감내하는 것이다. 동일하게 젖을 먹이더라도 수컷 새끼를 가진 어미양이 암컷 새끼를 키우는 어미양에 비해 더 많은 폐선충을 가지고 있다. 수컷 새끼를 키우는 게 암컷 새끼를 기르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숙주의 면역시스템은 자손 번식과 기생충 보유 사이에 적절하게 에너지를 배분할 줄 안다. 절대 기생충 박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제도를 설계할 때(특히 인사 관련 제도를 설계할 때) 누군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지곤 한다. 제도를 애써 만들어 실행해도 제도의 빈틈을 악용하거나 남들이 거둔 성과에 편승하는 무임승차자가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임승차자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이것저것 제한조건을 갖다 붙이는데(이럴 때 이렇게, 저럴 때 저렇게...). 이렇게 되면 제도는 너무나 복잡해져서 제도의 본질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제도를 실행하고 관리하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만다. 다시 말해, 무임승차자 한 명을 줄임으로써 증가하는 이득보다 무임승차자 한 명을 줄이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커지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예를 들어 팀원들 사이의 협력을 훼손하는 개인성과급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개인성과급을 모두 조직성과급제로 바꾸려고 할 때 항상 무임승차자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팀원들이 모두 조직성과를 달성하려고 합심할 때 나중에 성과급만 받아 챙기려고 건성으로 참여하는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면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말 것이고 기대했던 조직성과도 달성하지 못할 거라 우려를 표한다. 그래서 결국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져서 조직성과급과 개인성과급이 '짬뽕'되고 마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애초에 조직성과급의 도입이 팀원 간, 부서 간 협력 증진이라는 이유를 들며 협력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인이나 단위조직에 할당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개인적으로 협력을 측정하려는 KPI가 가장 우스꽝스러운 지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임승차자를 줄이고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부칙'이 필요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숙주가 번식이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기생충을 몸 속에 보유하는 생존전략을 취하듯이 말이다. 제도에 편승하고 조직에 기생하는 무임승차자가 눈엣가시처럼 보기 싫더라도 그들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조직의 장기적인 건강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숙주가 몸 속에 사는 기생충에 눈 감아 줌으로써 자신의 생존력과 번식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볼 때, 오히려 무임승차자는 조직의 발전에 긍정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참고논문)

ehnke, J. M., Barnard, C. J., & Wakelin, D. (1992). Understanding chronic nematode infections: evolutionary considerations, current hypotheses and the way forward. International journal for parasitology, 22(7), 861-907.


Sheldon, B. C., & Verhulst, S. (1996). Ecological immunology: costly parasite defences and trade-offs in evolutionary ecology.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11(8), 31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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