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이메일이 의사소통의 도구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2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첫 입사하던 해에 직원들이 이메일 사용법을 몰라 해맸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도구로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1)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직원들도 상당히 많죠. 그래서인지 상대방을 찾아가서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면 빠르게 처리될 것 같은데도 이메일로 업무를 요청하고 자료를 주고 받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대면으로 요청하거나 논의하면 금방 끝날 것 같은 일을 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진행하느냐, 이메일을 보내고 답신을 받느라 시간을 지체시키는 건 아니냐라고 물으면, 여러 답변이 나오지만 대략 두 가지로 정리가 되더군요. 하나는 '이메일로 증거를 남겨야 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메일로 요청하는 게 얼굴 보며 부탁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서로 업무의 책임 소재를 다투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 타당한 주장이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두 번째 이유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메일이 마음도 편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효과도 대면 요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메일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추가적인 근거를 댑니다. 




하지만 그런 근거는 과연 신빙성이 있는 걸까요? 워털루 대학교의 M. 마디 로가니자드(M. Mahdi Roghanizad)와 코넬 대학교의 바네사 본스(Vanessa K. Bohns)는 이메일 요청이 대면 요청보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효과, 즉 상대방으로부터 '예스(yes)'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높을지를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두 연구자들은 495명의 참가자들을 45명의 요청자(requester)와 450명의 대상자(target)으로 나누었고, 요청자들을 다시 '대면요청 그룹'과 '이메일 요청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10명의 낯선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하도록 지시했죠. 


로가니자드와 본스는 요청자들이 설문지 작성 요청을 하기 전에 대상자들이 얼마나 요청에 응할지 예상해보라고 함으로써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고자 했습니다. 실험 후에 분석해 보니 이메일 요청 그룹의 참가자들이 이메일의 설득 효과를 과신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대면 요청은 예상보다 설득 효과가 좋은 반면, 이메일은 그 효과가 형편 없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근소하긴 하지만, 이메일 요청 그룹이 대면 요청 그룹보다 '예스'라는 답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볼 수 있죠.


(출처(source); 아래에 명기한 논문)



48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조건을 약간 달리했습니다. 요청자들은 대상자들에게 설문지를 완성하면 1달러의 보상을 주겠다고 말한 다음 설문지를 완성하고 나서 1페이지 짜리 글의 문법이 맞는지를 '공짜로' 점검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부탁하는 '공짜' 작업을 덧붙임으로써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 보려 한 것이죠. 각각 대면 요청 조건과 이메일 요청 조건으로 실험한 진행한 결과,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대면 요청 그룹은 대면 설득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이메일 요청 그룹은 이메일의 설득 효과를 과신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대상자들은 이메일 요청자들보다 대면 요청자들을 더 신뢰하고 더 '공감(empathy)'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간단한 실험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정보 전달 도구로서가 아니라 요청 혹은 설득의 도구로서 이메일은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메일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비대면 도구인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편리하고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준다 해도 상대방이 요청에 응하리라는 기대까지 높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메일 뿐만 아니라 메신저, 사내 SNS 등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반의 의사소통 도구가 일상화되면서 비대면이 주는 안락함에 기대는 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이 되게 하고' 상대방에게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대면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이메일은 정보 공유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이 실험이 주는 시사점입니다. 미래에는 대면 소통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도구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예상하건대 그런 도구는 궁극적으로 대면 소통 방식을 완전히 '모사'하는 쪽으로 발전하리라 봅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공간에 있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영화 '킹스맨'의 홀로그램을 통한 원격화상 회의처럼 말입니다).


(출처: 영화 <킹스맨>)



오늘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일을 요청한다면 이메일보다는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그게 어렵다면 전화가 차선책입니다. 이메일에 적힌 차가운 문장이 아니라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소통 방식이 우선입니다. 인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주1) 이메일은 1978년에 시바 아야두라이(Shiva Ayyadurai)가 개발하고 저작권을 등록했다. 일상적으로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한 건 그 후 20년 정도가 흐른 후였다. 


*참고논문

Roghanizad, M. M., & Bohns, V. K. (2017). Ask in person: You're less persuasive than you think over email.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69, 22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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