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만나는 가을 느낌   

2008. 9. 13. 13:32
반응형

   가을은 - 동물원


아침 하늘이 파랗다. 아침햇살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 그림자도 길어진 게지. 날씨는 아직 30도를 넘나드는 늦더위지만, 풍경만큼은 온전한 가을이다. 공원을 건너 온 바람에서 가을이 익는 냄새가 난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 9월이다.

언제나 뒤돌아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난다. 무엇이라도 이루어야 하고 무엇이라도 얻어야만 할 것 같은,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주기 쉬운 그런 젊은 시간들이 흐른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허덕이기엔 삶은 조금 더 길다. 노자는 말한다. "富라는 것은 재물의 많음이 아니요, 만족함을 알고 어디서 그쳐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고.

부와 명예는 그 끝이 없다. 아니, 그것을 좇는 인간의 욕망은 끝을 모른다. 스스로를 옥죄는 막연한 이상과 허황한 동경 따위를 나의 꿈인 것인양 착각하고 그것을 금방 이루지 못하는 것에 조급증과 불안감과 패배감을 느낀다면 나는 이미 늙은 것이겠지.

젊음이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허(虛)하기 때문이다.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으면서 그것을 비워내기를 두려워하면 우리의 정신은 서서히 늙는 것이다.

가을은 슬며시 비워내는 계절이다. 여름 날, 뜨거운 열기와 고성으로 가득했던 세상을 잠시 내려 놓는 계절이다. 각각 그것들의 집으로, 그것들의 본성(本性)으로 돌려 보내는 계절이다. 낮아진 태양이 사물의 그림자를 낮추고 길게 드리우듯이 위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마음의 따뜻한 밭으로 안내하는 계절이다.

오늘은 신새벽에 코발트빛 하늘을 보았다. 무슨 예언처럼 새벽별이 가물거렸다. 내 삶 앞에 펼쳐진 너른 시공의 벌판으로,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풍하듯 가볼 일이다. 이 가을 속으로 나는 여행을 떠난다.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