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통찰하려면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세요   

2024.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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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방식의 근무, 즉 원격근무나 재택근무가 더이상 우리에게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굳이 사무실에 나와 서로 얼굴 보면서 일하지 않아도 생산성은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할 정도로 비대면 근무의 긍정적 효과를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죠.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각자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성과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든지, 그로인해 성과 창출의 의욕이 떨어진다든지, 자유로운 대화와 논쟁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창출되기 어렵다든지 하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와 현장사례 역시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반된 두 입장 중에서 어느 쪽이 옳으냐는 일단 차치하기로 하고, 서로 간의 '근접성'이 아이디어의 교류 측면에서 필수요소라는 점을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연구자들은 251개의 스타트업들이 한 건물에 모여 일하는 일종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실험 장소로 삼았습니다. 각 스타트업(회사)은 서로 오가면서 어깨너머로 다른 스타트업의 일하는 모습이나 아이템, 문화 등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아, 저 회사의 이런이런 것은 우리에게 유용하겠는걸?'이라는 아이디어를 포착하겠죠.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런 교류가 몇 미터 내에서 일어나는가'였습니다.

 

2년 6개월 가량 조사를 해보니, 이런 교류는 20미터 내로 가까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 같은 층에 있는 스타트업이라 해도 마치 다른 층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더라는 것입니다. 20미터 이내에 있으면 이웃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방식을 채택할 확률이 3%포인트 증가했지만, 그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아이디어 채택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미터 이내로 서로 붙어 있더라도 두 회사의 목표시장이 근본적으로 다를 때에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이었어요. 이때는 아이디어 채택률이 3.7%포인트 증가했으니까요. 두 회사가 제품은 같아도 비슷한 그룹의 고객을 목표로 한다면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추측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죠. 오히려 서로 달라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바로 '대면이 혁신에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알다시피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기존의 유'는 우리와는 다른 영역에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오늘 설명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류의 아이디어 유입은 20미터 이내에서 서로 대면을 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하잖습니까! 그 이상 떨어져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요. 고로, 대면이 혁신의 필수요소 중 하나입니다. 증명 끝!

이 연구의 시사점은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얼굴을 보며 말을 건낼 수 있는 거리, 예컨대 적어도 20미터 이내로 대면해야 서로가 서로를 배우고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웹, 이메일, 줌, SNS 등으로는 수동적인 학습은 가능할지라도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데에 한계가 (아직은) 명확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함께 시간을 보내야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죠.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명언을 빗대어 말한다면, 만날 비슷비슷한 사람들을 대면하면서 새로운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일지 모릅니다. 정서적 안정감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어깨 너머로 배운다'는 말은 근접성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선조의 혜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고 혁신하려면 가까이 다가가세요. 낯선 사람들에게로.


*참고논문
Roche, M. P., Oettl, A., & Catalini, C. (2024). Proximate (Co-) Working: Knowledge Spillovers and Social Interactions. Management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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