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는 <논어>에 나오는 문구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이 말은 공자의 말씀인데요, 직역을 하면 이렇습니다.
한겨울의 추위가 온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겨울'은 힘든 시기를 의미하는데요, 의역을 하면 '힘든 시기가 돼야 관계의 진심을 알 수 있다'입니다. '내가 잘 나갈 때'는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지만, '내가 곤란할 때'는 여러 관계의 진정성이 곧바로 파악된다는 뜻이죠.
절친이라고 여겼던 이가 내가 곤경에 빠졌다고 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색을 바꾸거나 등을 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사람은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어처구니없게도 여러 사람과 공모해 나를 위해를 가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그저 알고만 지낸 사이인데 기꺼이 찾아와 나를 도와주고 위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전적인 도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마 여러분은 살면서 이같은 일을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겁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양반집 개가 죽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문상을 오지만, 양반이 죽으면 아무도 문상을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권력과 재력을 따르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은 말입니다. 내가 잘 나갈 때는 나와의 친분을 과시하지만, 곤경에 빠질 때는 입을 씻고 나몰라라함을 뜻하기도 하죠.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란 공자님 말씀이 저에게 자꾸 소환됩니다.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찍거나 과일바구니까지 보낼 정도로 한때는 친밀했던 자들이 그들 중 하나가 비리의 핵심 고리로 밝혀지자 "만난 적 없다" 혹은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지만 의미없었다."라고 발뺌을 하거나 SNS나 인터뷰를 통해 심하게 비난하더군요. 법적인 잘잘못을 떠나, 무슨 '변검'도 아니고 잔인하리 만큼 표정을 바꾸는 그들을 보며 인간관계의 무상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무정한 인간 세상의 풍경이 초겨울의 체감기온을 5도쯤 떨어뜨립니다. 아무쪼록 따뜻한 하루를 보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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