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 1학년 때 흡연을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맛있게 피는 게 신기해서 몇 개비 얻어 피다가 담배의 맛을 알아버렸죠. 하루에 서너 개비를 피우던 저는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헤비 스모커가 되었습니다. 한달에 2보루(20갑)씩 배급되는 담배가 모자라서 외출 나가는 동료에게 ‘사제 담배’를 사오도록 자주 부탁하곤 했으니까요(그때 지급되던 담배는 ‘솔’이었음).
흡연은 군생활의 간난과 무료함을 위로해 줄 유일한 오락거리였습니다. 야간행군 후에 샤워를 끝내고 물집 생긴 발을 주무르며 피던, 새벽에 초병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막사 밖에서 별을 올려다 보며 피던 그때의 담배맛은 아주 달콤했죠. 끈적끈적한 기름덩어리처럼 시간이 느리게만 흘러가는 말년 병장 시절에는 담배를 피면서 제대 후의 생활을 고민했습니다.
제대 후에도, 첫 입사 후에도 흡연가의 길을 가던 저는 어느 순간 담배를 ‘딱’ 끊어 버렸습니다.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998년 12월 31일까지 하루 1갑 정도 피던 저는 1999년 1월 1일부로 금연을 단행했고, 지금까지 단 1개비도 피우지 않았죠.
담배를 끊게 된 계기는 '자기모멸감' 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저는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는 중이었는데요,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하자마자 잽싸게 내려 몇 시간 '굶었던' 담배를 허겁지겁 피웠습니다. 제 주위를 둘러보니 혈중 니코틴 저하 증상을 자가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저마다 공장 굴뚝마냥 하얀 연기를 연거푸 뿜어댔습니다.그 모습이 마치 담배라는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는 데 동원된 숙주들 같았습니다.
그 순간 엄청난 자기모멸감이 밀려들었습니다. 담배에 내가 끌려다니고 있다니! 여유 있게 쉬어야 할 시간에 고작 혈중 니코틴 농도 따위나 높이려고 이리 허겁지겁대다니! 담배에 완패한 제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더없이 무능해 보였죠. 1시간 간격으로 나를 괴롭히는 흡연 욕구로부터 탈출하여 제 존엄을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조지 오웰이 세상의 종말을 예언했다는 1999년이 다가와서 그랬을까요? 세상의 ‘마지막 해’만큼은 존엄하게 살아야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보통 자기모멸감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여겨지지만, 반대로 뒤집으면 변화의 동기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됩니다. 자기모멸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그걸 억제하거나 삭제하면 더 이상 그로 인한 자기모멸감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이 생기니까요. 혹시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충분한 자기모멸감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오늘은 긍정적인 의미의 자기모멸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슴이 아프도록 찌르는 모멸을 경험한다면 그게 바로 변화의 시작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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