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하고 자유분방한 팀 분위기. 팀원들은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자유롭게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리더는 "우리 팀은 쓴소리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심리적 안전감이 최고인 팀이야"라고 흐뭇해 하는데요, CEO가 이 팀을 볼 때는 전혀 다릅니다. 실패 확률이 높은 어려운 도전 과제를 부여할라치면 누구 하나 선뜻 총대를 메려 하지 않거든요.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며 한발 물러섭니다. 왜 이럴까요?
심리적 안전감이란 단어가 유행하면서 많은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만드느라 노력합니다. 하지만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조건'일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는 조직에 어떠한 혁신도, 성과도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브레이크를 푸는 것'과 같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무능해 보일까 봐 질문을 숨기는 태도, 상사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라는 조직 내의 억압적인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것이죠. 하지만 브레이크를 푼다고 해서 자동차가 앞으로 달려나가지는 못합니다. 엔진이 있어야 자동차는 비로소 목적지까지 달려가는데요, 엔진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목표에 대한 높은 기준'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책무(accountability)'입니다.
높은 목표 기준이나 책임감 없이 심리적 안전감만 존재한다면, 그 조직은 그저 '안락한 동아리(Comfort Zone)'로 전락하고 맙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수평적 문화를 조성하겠다면서 직급을 폐지하고 평가를 대폭 완화했다고 해보죠. 분명 좋은 점도 있지만, 서로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쓴소리를 기피하고, 누군가 실수를 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지"라며 덮어두기 일쑤라면 어떻게 될까요? 조직 전체가 하향 평준화의 길로 가겠죠.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진행할 때마다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이 프로젝트가 끝난 후 우리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결과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이 '책무'라는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겁니다.
따뜻한 침낭은 혹독한 추위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침낭 속에 가만히 누워 있다고 해서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침낭에서 빠져나와 거친 산길로 걸음을 옮기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과를 창출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끝)
*참고기사
https://www.fastcompany.com/91509049/psychological-safety-is-step-one-most-companies-forget-step-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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