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이름의 지적(智的) 깡패   

2009. 4. 7. 23:10
반응형

종합병원에 가본 사람들은 안다. 특히 '특진의'를 만나본 사람들은 안다. 그들이 의사라는 하얀 가운을 입은, 지적(智的) 깡패라는 사실을. 요 며칠 병원 신세를 지면서 특진의들의 권위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또 제3자로서 목격한 나는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단언한다.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생명에 위중한 병이든 그렇지 않은 병이든, 모든 환자들은 약해진 마음으로 의사 앞에 선다. 의사 앞에서 환자들은 언제나 약자다. 그리고 이런 약자들에게 한없이 강한 자들이 의사다. '아니다'라고 반론을 제기할 자, 얼마나 될까?



  • 집도를 했으면서 자기 과 환자가 아니라며 수술 후에 환자를 찾지 않는 의사
  • 그게 자신의 스타일이라며 잠자코 있으라며 환자에게 강요하는 의사
  • 환자의 반문에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며 언성을 높이는 의사
  • 급기야 책상을 내리치며 눈을 부라리는 의사
  • 환자의 불안한 심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술이 잘못되면 다시 수술하면 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의사
  • 20년이나 넘으신 자신의 의사경력에 고마워나 하라고 비꼬는 의사
  • 마취 여부는 자신에게 묻지 말고 마취과 의사에게 찾아가 물으라는 의사


굴러다니는 잡배나 깡패와 다를 바 없다. 간혹 뉴스에서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포함된....' 사건이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의사가 사회지도층이라는 말, 과연 적정한가? 빈민과 난민을 구호하는 의사라면 모를까, 일반 의사들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주도한다고 사회지도층이란 거룩한 칭호를 붙이는 걸까?

병실에 붙은 '환자권리장전' 액자를 보며 비저나오는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우습게도 환자권리장전은 헌법 10조를 그대로 표절하면서 시작한다.

헌법 10조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환자권리장전
모든 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가지며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환자의 권리]
1. 환자의 생명은 존중되며,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2. 환자는 가난하다거나 그 밖의 이유로 차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3.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4. 환자는 진료상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5. 환자는 병원내의 각종 위험으로부터 신체적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의 책임]
1. 환자는 의료진에게 정확하고 완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2. 환자는 의료진에 의해 제시된 치료계획을 존중하여야 한다.
3. 환자는 병원 내 공공질서를 지키고 다른 환자의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건 모르겠으나, 환자의 권리 중 2번과 3번은 너무나 쉽고 우습게 침해 당한다. 병원의 고객 마인드 교육, 친절 교육 등은 간호사와 업무직원들에게만 강요된다. 환자들이 믿고 의지해야 하는 의사들은 언제나 '열외'다.

존경 받고 돈 많이 벌고 게다가 사회지도층 감투까지 쓰신 지체 높으신 의사들이시다.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술은 막강한 권리를 자랑한다. 이런 권위 앞에서 환자권리장전은 박제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병실을 나오며 그 액자를 깨버리고 싶은 충동을 무던히 억제해야 했다.

지적 깡패에 해당하는 의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라는 식의 판에 박힌 변론은 듣고 싶지 않다. 부당함을 당한 자에게 생각을 올바르게(?) 가지라 충고하기 전에, 먼저 지적 깡패 의사가 과연 극소수인지 세어 볼 일이다. 지적 깡패로부터 당한 자들에게 극소수 여부를 증명하라 떠넘기지 말라. 특히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위대하신 의사들께서는.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