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논리는 건전합니까?   

2009. 7. 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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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트(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에서 연역법의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연역법을 적용할 때 나타나는 오류에 대해서도 설명했지요. 오늘은 연역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오류를 '타당성'과 '건전성'의 개념을 통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역 논증은 반드시 타당하고 건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목소리가 큰 사람의 주장이라도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저기 문제(?)가 달려오네요. 긴장하십시오~!


다음과 같은 연역 논증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어떤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하는 말입니다. 

(대전제)  훌륭한 안목을 가진 분들(A)은 이 제품을 구입하십니다(B).
(소전제)  그런데 선생님(C)은 이 제품의 구입을 고려하시는군요(B)!

(결론)     그러므로, 선생님(C)은 훌륭한 안목을 지닌 분이십니다(A).

이 논증은 오류입니까, 아닙니까? 언뜻 보면 세일즈맨의 말이 옳게 보입니다. 이런 식의 말을 세일즈맨으로부터 자주 들어보셨을 텐데요, 만일 여러분이 세일즈맨에 이런 말을 듣고서 기분이 우쭐해진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름신' 같은 세일즈맨의 현란한 입놀림에 현혹되어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돈을 써버리는 건 아닌지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합니다.

이 논증은 명백히 거짓이며 오류입니다. 굳이 훌륭한 안목이 없더라도 물건을 사게 될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제품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훌륭한 안목의 존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세일즈맨의 논리적인 오류를 당당히 지적해 주던가 그냥 듣기 좋은 소리로 웃어 넘기는 게 좋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왜 이런 논증이 오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역의 오류 1 

(대전제)  A → B
(소전제)  C → B
(결론   )  C → A

이번엔 문제해결사가 다룰 만한 연역 논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의 진술은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연역 논증으로 주장하는 대목입니다.

(대전제)  기업들은 요즘 성과관리 도구인 BSC를 도입해서(A) 높은 성과를 달성합니다(B).
(소전제)  우리 회사(C)는 BSC를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 회사(C)는 절대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B).

이 논증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이런 식의 논리가 가득 담겨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듣는다면, "이봐요, 문제해결사. 논리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거든 당장 짐 싸세요!" 라고 독한 말을 해도 무방합니다. 명백히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회사의 성과가 반드시 저조해질 거란 이유가 있습니까? 설령 회사 성과가 나빠진다 해도 BSC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 클레임이 늘었다든지,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됐다든지 등의 이유일지 모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비용을 아끼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회사 성과가 높아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간이 되면 여러분의 회사에서 돌아다니는 보고서를 몇 개 살펴 보십시오. 내부 직원들이 작성했든, 비싼 수수료를 주고 컨설턴트로부터 받아냈든 이런 식의 논리적 오류를 금세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무엇을 하지 않으면, 나빠질 것이다' 라는 식의 오류는 차라리 협박에 가깝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오류가 훤히 눈에 보입니다.

연역의 오류 2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 표시는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위의 2가지 예는 연역법의 형식을 올바르게 적용하지 않아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입니다. 이런 연역 논증은 '타당하지 않다(not valid)'고 말합니다. 연역 논증이 타당하려면 형식적으로 완벽한 연역을 갖춰야 합니다. 아래의 논리식은 타당한 연역이 무엇인지를 보여 줍니다.

'타당한(valid)' 연역의 올바른 형식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연역 논증이 타당하지 않으면, 즉 잘못된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건전하지 않다(not sound)'고 말합니다. 문제해결사가 위의 예시처럼 보고서를 쓴다면 BSC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형식을 속인 것이므로 '건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연역의 형식이 올바르다고 해서 항상 건전한(sound) 것은 아닙니다. 형식이 완벽해도 대전제와 소전제 중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면 건전하지 못한 논증입니다. 다음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사랑하는 사람들은(A) 항상 1~2년 안에 이별합니다(B).
(소전제)  나와 당신은(C) 서로 사랑합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는(C) 조만간 이별하고 말 겁니다(B).

이 논증은 위에서 제시한 타당한 형식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대전제인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1~2년 만에 이별한다'는 명제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서 죽을 때까지 해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거짓인 전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냈으니 비록 형식적으로 타당할지라도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엔 비즈니스의 사례를 보십시오.

(대전제)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A)는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소전제)  우리회사는(C)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입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회사는(C)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언뜻 수긍이 가는 이 논증 역시 올바른 형식을 지닌 연역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는 대전제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면 이 논증을 인정해도 될까요? '업계'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한 용어입니다. 산업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개별 산업(이를테면 전자산업)을 일컫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서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만한 용어입니다. 또한 BSC를 도입하지 않아서 성과가 저조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불황이 큰 원인이라면 대전제는 명백히 거짓이 됩니다. 따라서 이 논증은 건전하지 않습니다. 

건전한(sound) 논증이 되려면, 형식을 올바로 갖춰야 하고 결론을 이끄는 데 사용된 전제사항들이 모두 참이어야만 합니다. 

'타당하고 동시에 건전한' 연역

(대전제)  A → B  (참)
(소전제)  C → A  (참)
(결론   )  C → B

논증의 타당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아래의 도식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건전하지 못한 논리들이 독버섯처럼 곳곳에 퍼져있는지 문제해결사는 남이 만든 보고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야겠습니다.

올바른 형식 → 타당함(valid) → 전제가 모두 참                → 건전함(sound)
                                        ↘ 전제 중 하나 이상이 거짓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그릇된 형식 → 타당하지 않음(not valid)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이 도식은 귀납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언급했듯이, 귀납법은 사례들이 죽 나열되고 거기서 일반화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증인데요, 귀납법의 타당성과 건전성은 다음 글(아마도 내일)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건전한 마음으로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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