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을 만나다   

2008. 2. 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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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도 강의가 있었다. 힘든 어제의 강의 때문에 오늘 강의는 좀 꾀가 났다. 설 연휴 전날이라 강의를 일찍 끝내고 와이프와 영화를 보러 갔다. 아들녀석은 유치원에 있는 시간이라, 간만에 자유로왔다.

오늘의 영화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이다. 황정민이 슈퍼맨이었던 사람으로, 전지현이 프로덕션의 PD로 나온다. 약간의 반전이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말하지는 않으련다. '대머리 악당'이 누굴 지칭하는 말인지, 영화 말미에야 깨달았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영화였다. 현실과 환타지가 교차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황정민의 천연덕스러운 '미친 사람' 연기도 좋았다. 나중에 황정민의 개인사 이야기가 나올 때 눈물이 조금 질금거렸다.

아쉬운 점 하나는 전지현의 연기다. 평이했다. 영화에서의 보이쉬한 행동과 말투는 CF퀸으로서의 이미지를 떨쳐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메이크업의 투혼(주근깨가 살짝 보이는)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저 예쁠 뿐이었다. 영화배우로 이름을 남기려면 알을 깨는 고통이 그녀에게 필요하리란 생각이다.

아쉬운 점 두번째는 교훈적인 내러티브의 지나침이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통해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은 욕심이 좀 과한 느낌이다. 절제를 좀 했으면, 예를 들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허진호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3인칭 관찰자적 관점을 견지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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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도 슈퍼맨이길 바랬다. 빨간 보자기를 망토 삼아 골목을 뛰어 다니며 악당 녀석(주로 나보다 어린...)을 꿀밤 놓고 달아나는 재미 때문에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악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침 방역차가 오는 날이면 허연 연기를 쫓아 다니며 마치 구름 위를 나는 듯 황홀했다. 엄마의 목소리는 약 뿌리는 소리에 묻히고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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