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보다 나은 2등, 3등이 있다   

2010. 2. 25. 09:00
반응형

(어제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서열을 매길 때 평가자의 평가성향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상사들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상당히 후하게 평가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론적인 상황이지만, 수행하는 업무도 똑같고 역량수준도 똑같은 사람이 A, B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년이 지나면 그들은 똑같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겁니다.  A의 상사는 후한 평가성향을 지니고 있어 100점을 주었으나, 지나치게 냉정한 B의 상사는 70점을 주는 것에 그쳤다면, 서열상 A는 1등이 되고 B는 꼴찌가 됩니다. 

이 때 인사담당자는 평가자별로 서로 다른 평가성향을 동일한 선에 위치시키고자 무진 애를 씁니다. 그래야 A와 B처럼 능력이 똑같고 실적도 똑같은데 서열 차이가 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떻게든 그 둘을 동률로 만들 수 있는 로직(Logic)이 무엇인지를 궁리합니다. 완벽한 평가조정 방식을 찾으려고 골머리를 앓지요.

완벽한 평가서열을 만들어 내기란 어려울뿐더러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혹시 이 난제를 푼 사람이 있다면 단언컨대 노벨상을 받을 겁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평가서열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일까요? 

평가점수나 서열은 참고사항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평가점수 따위는 폐지하고 피평가자의 장단점을 조언하는 형태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면 수긍은 하면서도 여전히 서열 매기기의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반에서 몇 등이다, 전교 혹은 전국에서 몇 등이다, 라는 식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예전의 학력고사나 수능시험이 끝나면 누가 수석인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지요. 그런 관성이 회사 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의 글에서 등장한 '어떤 사람'처럼 학력고사 점수를 들먹이는 ‘점수 신봉자’ 수준은 아닐지라도, 서열을 매겨놓고 서열로 사람을 평가하지 못하면 뭔가 불편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성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량을 완벽히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지표는 존재할 수 없으며 평가자도 완벽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용한다면, 인사평가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불완전한 제도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리고 불완전한 제도로부터 나온 평가결과를 완벽히 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평가조정으로 나온 서열 역시 불완전하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불완전한 서열만을 가지고 사람을 완전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자명해지는 것이 아닌가요?

1등보다 나은 2등과 3등이 있으며, 그들은 불완전한 인사평가의 피해자라면 피해자였지 결코 1등보다 열등한 존재는 아닙니다. "네가 전교에서 25등이니까 더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국어와 수학과목이 약하니까 그걸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식의 말을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인사평가를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서열을 맹신하면 인사평가가 가야 할 옳은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