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매뉴얼 때문에 못 배운다   

2010. 5. 28. 13:18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기 때문에 빨리 기계를 다루고, 어른들은 매뉴얼을 보기 때문에 쉽게 기계를 다루지 못한다

왜 그럴까요? 개미의 생태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어떨까요?


개미 사회가 유지되는 기간은 보통 15년 정도입니다. 여왕개미의 수명이 대략 그렇기 때문이죠. 개미 생태 전문가인 데보라 고돈(Deborah Gordon)의 연구에 따르면, 개미 사회는 마치 인간인 것처럼 유아기, 청년기, 성년기적인 성격을 뚜렷하게 나타내면서 15년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군체의 크기가 1만 마리 정도가 되는 초기 5년 동안은 마치 ‘미운 네 살’인 어린 아이처럼 별 이유 없이 이웃 개미 집단을 자주 공격한다는 사실이죠. 

고돈은 두 개의 개미 사회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젊은(군체가 생긴지 얼마 안 된) 집단이 더 활동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젊은 집단의 개미들에게 어떤 실험을 반복해서 실시해 봤더니 매번 다른 반응을 보였죠. 반면 ‘늙은’ 집단은 언제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젊은 집단은 호전적이고 도전적이며 활동적이고 민감하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입니다.

개미 사회는 15년 정도 유지되지만, 개미 한 마리의 수명은 겨우 12개월 정도라서 군체는 매년 새로운 개체들로 물갈이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 사회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성징(性徵)’을 겪고 점차 보수적이 되는 이유는 학습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돈의 추측입니다.

많이 알면 그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이 많아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축적된 집단의 지식이 지적 탐구욕을 제한합니다. 어쩌면 집단의 보수적인 성향은 개미 사회가 축적한 지식의 양이 특정값을 넘을 때마다 불연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인지도 모르죠.

개미 사회가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를 겪듯이 기업 역시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성징을 겪습니다. 도입기의 기업은 성숙기 기업에 비해 활력이 넘치고 더 도전적입니다. 이익보다는 매출을 우선하고, 재무 상태보다는 시장에서의 지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죠.

반면 성숙기 또는 쇠퇴기의 기업은 그 반대로 행동하는 보수적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기업이라는 집단이 왜 생명체처럼 성징을 겪는 걸까요? 개미 사회와 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줄 압니다. 하지만 인력 흐름이 거의 없는 기업은 물론이고, 수시로 인력이 들고나는 기업(특히 서구의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성징의 패턴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지적 체계의 축적과 답습 때문입니다. 기업이 오래될수록 보수적 색채를 띠는 이유는 선임자들이 남긴 시스템과 인프라 때문이죠. 그것들은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긴 하지만 후임자들의 사고와 행동을 오랫동안 지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젊은 구성원들로 물갈이가 돼도 청년기의 기업으로 쉽게 변모되기 어렵습니다. 그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조직의 변화는 요원한 일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젊습니까, 나이들었습니까?

(*참고도서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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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젊은사회인 2010.05.29 00:37

    전 30년정도 된 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30년 사이 회사는 훌쩍 성장했습니다. 매출은 5조 가까이 되고, 직원은 만명이 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덩치는 커졌지만 시스템이 없습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 집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부분이 비효율적입니다. 설립자는 매출과 신규사업에만 집중하고, 재무건전성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시스템이 없고,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젊은 기업의 특징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다니는 이 회사도 젊으니까 그렇다고 해야 할까요? 덩치가 커지만 그에 맞게 안정적인 관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안정과 혁신은 양립불가능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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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5.31 00:11 신고

      회사의 체계가 잡히지 않아 고민인 경우 같습니다. 30년이나 됐으니 아마도 나름의 관리법이 정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으로 보여서 그럴 테지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문제가 큰 분야 하나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서 성공케이스를 만들기 바랍니다. ^^

    • 베이지 2010.06.01 14:09

      시스템이란것이 중요하지요. 인력이 바뀌어도 시스템이 정착되면 결과물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란것이 나쁠경우 오히려 없는것보다 낳을때도 있지요. 30년이 된 기업이 시스템이 없다면 그것은 의도된 것이 아닐지요? 직원이 바뀌긴 하지만 관리자가 쉽게 바뀌는 기업은 없을텐데요.

  2. 젊은사회인 2010.06.02 02:10

    유정식// 문제를 파고 들어서 성공케이스를 만들라는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사실 불평하긴 쉬워도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운데 제가 불평만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문제가 많긴 합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들은 이전에 이미 했더라구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인지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베이지// 오너가 변화를 좋아합니다. 사람과 구조를 끊임없이 바꾸려고 하죠. 전에는 이쪽에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데에 가있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변화무쌍해서 지루하지 않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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