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은 왜 반란군이 되었는가?   

2010. 8. 31. 09:00


유명한 철학자인 칼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장기적인 예언이 가능하려면 충분히 고립적이고 정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 자연에는 그런 계(界)가 극히 드물고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은 시도조차 필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앞으로도 더욱 복잡해진다. 인간들이 지식을 더 많이 축적함과 동시에 쌓은 지식을 더 많이 더 자주 나누게 되면서 상호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호작용의 폭증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낳는다. 그러므로 포퍼의 말처럼 어디서 어떤 일이 갑자기 터져서 전세계로 확산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거리면 멕시코 만에 허리케인이 발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임계적인’ 현상은 이미 현대인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들은 인간의 행동이 무작위적이고, 일회적이며, 불규칙하고,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패러다임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알버트 L. 바라바시는 포퍼의 단정적인 선언과 우리의 상식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갖다 댄다. “과연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할까?” 물론 저자는 사회 차원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 개개인 차원의 예측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잘게 나눠 볼 때 우리들은 서로 굉장히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나 학교에 다니는 패턴과, 여러 일이 몰리면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간이 출간되거나 애플에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긴 줄을 마다하고 구매하느라 열을 올리는 광기만 봐도 우리에겐 소위 ‘일반적’이라 할 만한 행동양식을 지녔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당신의 삶이 얼마나 예측가능한가’를 측정하는 지표를 예측가능도라고 할 때, 여러분의 예측가능도는 얼마나 될까? 20%, 아니면 30%? 아마도 여러분은 50% 이상의 값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북모닝CEO를 살펴보다가 갑자기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로 나갈지 누가 알겠는가? 또한, 여러분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대부분의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여러분의 삶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단정할지 모른다. 요컨대 ‘내 삶은 나의 것이라서 누구로부터 조종 받지 않는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의 삶은 매우 예측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주장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보통 충동적인 성향이 크기 때문에 예측가능도가 낮으리라 예상되지만 MIT 교수인 샌디 펜틀렌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일하던 대학원생 네이선 이글은 MIT 학생 100 명에서 스마트폰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다. 언제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얼마나 오래 대화를 나누는지, 어디에 있으며, 누구와 함께 있는지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 실험을 1년 동안 진행해서 45만 시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니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의 삶은 거의 비슷하고 예측 가능했다. 학생들이 오전에 어디에 있는지 알면 90%의 확률로 오후에 있을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학생 각자가 파티다 데이트다 해서 예측가능도가 떨어졌지만, 주중에는 하루 24시간 중 22시간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들어왔다.

굳이 펜틀렌드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잘 안다.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하다가 6~7시 무렵에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는 일상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 끔찍할 정도다. 저자에 의하면, 실제로 예측가능도가 80% 미만은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직업이 무엇이건, 지위가 높건 낮건, 어디에 살건 간에 그 사람의 과거를 알면 미래 또한 예측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가?

예측가능성과 폭발성이란 모순?
높은 예측가능도와 함께 인간의 행동 속에는 폭발성이 함께 잠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제목 ‘버스트(Bursts)'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폭발성으로서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다. 개인의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과 인간 행동의 폭발성은 서로 양립되기 어려운 이질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측 가능한 행동 속에서 폭발적인 양상이 비롯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들이 일이 몰리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습성은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그러나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하게 되면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는 맨 밑바닥에 깔려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해 우선순위가 높으면 곧바로 처리되지만, 우선순위가 낮으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다. 우선순위가 낮을수록 ’대기시간‘이 갑작스레 폭발한다. 예측 가능한 습성이 폭발성을 낳은 것이다. 

여러분은 매일 폭발을 경험한다. 만일 기회가 있으면 하루 동안 자신이 전화를 거는 시각을 기록해보라. 그 시각들이 무작위적일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거의 100%일 것이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몇 통의 전화를 하고, 몇 시간 동안 전화를 하지 않는 휴지기를 지나 갑자기 전화를 또 걸어대는 폭발적인 패턴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에 집중하거나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처럼 전화를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헌데, 우리가 업무를 하고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는 행위는 바로 누구나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역시 예측 가능한 행동이 폭발성을 야기함을 알 수 있다.

십자군은 왜 반란군이 되었는가?
폭발이라고 말하면 폭탄이 떠질 때의 광경이 연상되기 때문에 ‘대기시간’의 무한정 증가나 전화의 패턴이 폭발성의 예로 가슴에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폭발처럼 느껴지지 않는 일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는 일이 허다하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16세기에 일어난 내전의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헝가리의 추기경인 버코츠는 교황 선출식 ‘콘클라베’에서 탈락한 이후 교황에 재도전하기 위해 바티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했다. 하지만 새로 권좌에 오른 젊은 교황 레오 10세는 버코츠를 견제하기 위해 십자군을 일으키라는 명령을 내리고, 두 사람 간의 ‘우선순위의 충돌’은 무명이었던 ‘죄르지 세케이’라는 장수가 십자군의 선봉에 서게 만들었다. 결국 죄르지 세케이는 이슬람을 향해 달리던 말을 돌려서 헝가리 왕과 귀족에게 칼을 겨누는 반란의 수괴가 되어 버린다. 이는 교황이나 버코츠 추기경,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폭발성이었다. 한 사람, 이슈트반 텔레그디는 예외였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에는 폭발성에 관련한 이야기와 죄르지 세르케이를 둘러싼 역사 이야기가 챕터를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처음엔 이와 같은 구성이 무슨 의도인지 몰랐으나, 인간들 개개인의 예측 가능한 행동과 습성들이 모여서 합쳐지거나 서로 충돌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적인 사건이 발생됨을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구성임을 알게 됐다.

과학자임에도 소설처럼 써내려간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해서 십자군 이야기에 숨겨진 폭발성의 의미가 손에 잡힌다. 아울러 유럽의 변방으로만 알았던 헝가리가 십자군을 주도할 만큼 강국이었고 십자군(16세기 초에 일어난)이 종교적인 신념 때문이 아니라, 두 개인 간의 암투에서 비롯된 ‘사생아적’인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에서 얻은 수확이었다.

여러분의 인생은 80% 이상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예측가능성 속에는 이율배반적이지만 폭발성이 내재한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저자의 주장도, 현대 사회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멍청한 짓이라는 칼 포퍼의 주장도 모두 맞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회는 무작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불확실하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까? 저자인 알버트 L. 바라바시가 이 책 ‘버스트’에서 친절하게 알려 줄 것이다.

(글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 이 글은 오늘 자 '북모닝 CEO(http://www.bmceo.co.kr/today/boardView.laf?bcode=TODAYBK)'에 실린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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