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로트(Roth)란 사람이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 실험은 '양복점'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옷을 만들어 내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습니다. 로트는 양복점 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낸 참가자와 나쁜 결과를 낸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요.

그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의 차이였습니다. 그는 참가자들이 게임에 임하는 동안 나누는 말을 녹음한 다음에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양복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낸 참가자들, 즉 '나쁜' 결과를 낸 참가자들에게서 주로 나온 단어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언제나, 항상, 완전히, 확실하게, 의심할 여지없이, 오직, 반드시, 꼭 해야 하는, 매번, 예외없이, 전체적으로, 명백히, 단독으로, 계속해서...

이 단어를 죽 보면 느끼겠지만, 자신의 의사결정에 확신을 주려는 듯한 어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면밀하게 추이를 지켜보기보다는 예상치 못할 다른 상황이란 아예 없음을 확신하는 단어들입니다.

반면에 '좋은' 성과를 낸 참가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은 아래와 같았다고 합니다.

가끔씩, 이따금, 보통, 약간,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아마도, 생각해볼 만한, 의심스러운, 여러 가지 중에서도, 한편, 또한, 게다가, 가능한, ~할 가능성이 있는...

이 어휘들은 나쁜 결과를 낸 참가자들의 경우와 확연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의사결정을 사려 있게 검증하여 수정하려는 태도가 이 단어들에서는 엿보입니다. 문제를 둘러싼 상황과 배경을 염두에 두면서 변해가는 추이를 살펴보자는 의도가 담긴 단어들이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느냐를 살펴보기만 해도 문제해결을 잘 할지 못 할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을 로트의 실험이 시사합니다. '좋은' 결과를 낸 참가자들의 어휘에서는 문제와 상황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나쁜' 결과를 낸 사람들은 독선과 허황에 찬 확신으로 문제를 꺾어버리려 합니다. 

로트의 실험에서도 봤듯이, 문제해결에 서툰 사람들은 지나친 확신과 자신만만함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자신감이 아닙니다. 문제가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죠. 이런 사람들은 문제로부터 압박을 느낄수록 '나'라는 대명사를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상황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확신에 차서 아이디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진짜' 단호하게 자신의 계획을 밀고 나갈까요? 자주 쓰는 어휘에서 나타나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꽤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말로는 호기롭게 떵떵거렸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부실한지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로만 내뱉으면 문제가 다 풀릴 거라 스스로를 기만하고 그 이후엔 나몰라라 합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새롭게 '확신에 찬' 아이디어를 또 쏟아내며 주위 사람들을 닥달하고 밖으로 내모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맙니다. 문제가 복잡하고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허황된 자신감은 하늘을 찌릅니다.

문제는 감정이 없습니다. 문제를 협박한다고 해서 문제가 스스로 풀릴 리 없습니다. 면밀하게 문제와 상황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겸손한' 자세가 문제해결사의 덕목이겠죠. 문제해결의 세계에서는 겸손함이 자신만만함을 이깁니다.

'A방법이야말로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한 해법이야'란 자신감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전자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감이겠죠. 그것은 문제해결사의 적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주위엔 '언제나, 항상, 완전히, 확실하게, 의심할 여지없이...'를 강조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그는 누구입니까? 부디 여러분 자신은 아니길 바랍니다.


(*사례 출처 : '선택의 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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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blog.daum.net/design11111 BlogIcon Yujin 2010.09.06 11:19

    겸손한 사람은 좋은기억에도 평생남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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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chatmate.egloos.com BlogIcon chatmate 2010.09.06 12:36

    잡스의 확신에 찬 어휘들이 청중을 열광하게 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사례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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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avicon of http://blog.jb.go.kr BlogIcon 전북의재발견 2010.09.06 16:27

    겸손하면서도, 확신에 찬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인 것 같아요 ^^ 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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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hcJung 2010.09.06 23:41

    겸손함도 너무 지나치면 우유부단하게 보여지는 듯 하더군요.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행동하는게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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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9.07 08:11 신고

      겸손하다고 해서 결단력까지 없으면 안되겠죠. 말씀하신 대로 중용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