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값을 정당하게 치르는 방법   

2010. 10. 29. 09:00


오늘은 금요일이니 딱딱한 경영 이야기 말고, 머리 회전에 좋은(?) 퀴즈 하나를 내보겠습니다. 

수박을 파는 상인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런 광고를 띄웁니다.

맛좋고 싱싱한 꿀수박 팝니다!

수분 함량이 99%인 싱싱한 수박 1통이 단돈 1,000 원! (배송비 포함)

이 광고를 본 여러분은 1,000원을 결제하고 수박 1통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배송 중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수박의 수분이 증발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집에서 수박을 받을 때는 수분 함량이 98%로 줄어 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러분은 수박 상인에게 얼마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까요?


이 퀴즈를 어제 트위터에서 냈는데, 맞히신 분이 딱 한 분 계시더군요. 다양한 답이 나왔습니다. 수분 함량이 줄어 오히려 맛이 달아졌을 테니 수박 상인에게 총 1,2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수분 함량이 떨어졌다 해도 가격은 여전히 1,000원이다, 산간 지역으로 배송할 경우에 할증료를 받아야 한다, 등등 다양했죠.

아마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수분 함량이 99%에서 98%로 줄었으니, 그 줄어든 비율 만큼 환불을 받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1,000원 * (98% / 99%) = 약 990원   → 10원을 환불 받는다

그러나 여러분이 돌려 받을 금액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그 값은 500원입니다. 즉 수박 값으로 500원만 지불해도 된다는 뜻이죠. 왜 그럴까요?

위의 문제에서 수박의 무게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수박 1통의 무게를 1kg 라고 가정하겠습니다(2 kg 라고 해도 5 kg라고 가정해도 계산 결과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최초 수박의 수분 함량이 99%라고 했으니, 수분의 양은 990 g이고 섬유질이나 씨와 같은 고형물의 무게는 10 g입니다.

최초의 수박 1통 무게 1kg
수분 99% = 990 g
고형물 1% = 10 g

배송 후 수박의 수분 함량은 98%로 떨어졌다고 했는데, 여기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수분 함량이 떨어져도 고형물의 무게는 변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10 g이죠. 헌데, 수분 함량이 98%이므로 고형물 10 g은 수박 무게의 2%에 해당하는 값입니다.

10 g이 수박의 2%이므로, 수박 안에 들어있는 98%의 수분은 무게가 얼마일까요? 비례식으로 풀면 되겠죠?

10 g  :  2%  =  x  :  98%
x = 10 * (98 / 2)
x = 490 g

∴ 배송 후 수박 1통의 무게 
    = 10 g + 490 g 
    = 500 g

따라서 여러분이 집에서 받은 수박은 1 kg짜리가 아니라, 고형물 10 g에 수분이 490 g인 500 g짜리입니다. 최초의 수박 무게가 얼마인지 몰라도 수분 함량이 99%에서 98%로 떨어졌다는 것만 알면, 최초의 수박 무게보다 반으로 줄었다는 걸 간파할 수 있는 거죠.

원래의 수박 무게보다 반이나 줄었으니, 여러분은 1,000원을 다 지불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500원을 환불해 달라고 요구해야겠죠. 물론 현실에서는 1,000원을 다 환불해 달라고 해야겠지만요.

이 문제의 트릭은 수분 함량을 '비율'로 표시했다는 점입니다. "최초에 수분이 990 g 이었는데, 배송 후에 980 g 으로 줄었다"라고 했으면 이렇게 머리를 쓰며 문제를 풀 일이 없겠죠. 비율을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비율이 마치 절대치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것이죠.

기업에서 경영분석을 위해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의 비율(ratio)을 사용합니다. 비율이 성과를 측정하는 데 꽤 유용한 도구이지만, 위의 문제처럼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눈속임을 하기 위해서 악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율로는 겨우 1%P 떨어졌다 해도 절대치의 변화는 그보다 훨씬 클지 모릅니다. (관련된 글 - '망원경 효과'를 조심하세요 )

비율을 검토한 후에 반드시 그 비율에 해당하는 절대치가 얼마인지도 함께 따져 봐야만 옳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수박 문제가 주는 교훈입니다.

금요일이라 딱딱한 경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더 딱딱한 이야기가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참고도서 : '범죄수학', G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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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openwrld 2010.10.29 12:00

    애독자 입니다.

    퀴즈를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하여 억울해서.. _-_ 딴지를 조금 걸어보고자..!!


    일단 이 퀴즈는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도록 (엉뚱한 방향으로 고민하도록) 속임수가 숨어 있습니다. "수박의 양이 얼마나 줄었나?" 라고 물었다면 어렵지 않은 문제인데, "수박의 값을 얼마를 내야 하나?"라고 물었기 때문이죠. 질량(수분)이 50%가 줄었다고 하면 그 질량만큼 수박의 가치가 정해지고, 그 가치에 맞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가정이 있어야만 해당 퀴즈에 대한 올바른 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새 냉장고를 주문했는데 파손되어 배달되었고, 이에 대하여 파손된 부분에서 발생할 유상A/S 비용을 제하고 가격을 받겠다고 물건을 판 사람이 제안했다면 OK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요.
    아니면 이 문제처럼 파손되어 유실된 무게-_-만큼 비율로 빼고 돈을 받겠다면 더더욱 골때리는 제안이죠.

    수분이 98%가 되어 더 맛있어 졌다거나 더 맛이 없어졌다거나, 쭈글쭈글해져서 먹기가 불편하고 외관이 심하게 보기 좋지 않아져서(50%의 질량이 손실된 정도면..) 가치가 없다던가-_- 영양소는 손실되지 않았으므로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던가, 뭐 수박의 가치에 대하여 평할만한 수많은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질량이 50% 줄었으므로 50%만 지불한다는 것은, 비율로 표기하였을 경우의 문제점을 꼬집는 99% 신선한 이 퀴즈의 맛을 1% 상실시키는 요소임에 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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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nowall.tistory.com BlogIcon snowall 2010.10.29 15:24

      수박 반통과 질량이 50%로 줄어든 수박의 가격이 같은것이 공정한지 다른것이 공정한지 따져봐야겠군요.

      가격이 같은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증명은 별 이유없이 생략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