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직은 얼마나 불평등합니까?   

2010. 1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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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쉬블리는 짧은꼬리원숭이의 여러 집단에서 서열이 높은 원숭이들만을 따로 모아 집단을 구성해 인위적으로 서열을 조작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의례 원숭이들끼리 치열한 서열 쟁탈전이 벌어졌는데, 원래 높은 서열을 점하던 원숭이들은 서열 추락의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권력자가 출현하면서 치열했던 서열 다툼은 일단락되었는데, 쉬블리가 관찰하고자 한 것은 서열의 재편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원숭이들이 생리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쉬블리는 서열이 낮아진 원숭이들을 검진했는데, 그들에게서 동맥경화증, 복부비만, 고혈압 등의 이상 증세가 퍼져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실험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모든 원숭이에게 똑같은 먹이를 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질병은 사회적 지위의 하락 때문에 발생한 것이 명백했습니다.

서열이 낮은 원숭이는 서열이 높은 원숭이로부터 언제 공격 당할지 불안에 떨기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더 많이 분비합니다. 코르티솔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인데 과다 분비 상태가 장시간 계속되면(즉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우울증에 빠뜨리며 질병인자를 활성화히는 부작용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서열이 낮아진 원숭이들에게서 질병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죠.

기업의 입장에서 이 실험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서열이 낮은 말단 사원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서열 체계는 구성원들에게 당연시되고 물리적인 위협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말단 사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스트레스를 더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자신과 처지가 같은 동기들이 있으니 서로 위안이 되죠.

이 실험의 핵심 메시지는 원래부터 서열이 낮을 때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서열이 변동될 때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경영자가 임원이었던 사람을 말단 사원으로 강등시키고, 대리를 부장으로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는 조치를 취하면 아마도 서열이 낮아진 원숭이들의 고통을 인간들도 겪게 되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의 위계 체계가 이처럼 갑자기 뒤섞이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 조직은 원숭이 사회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서열이 뒤바뀌는 현상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면서 기업 혁신의 도구로 찬양 받는 무언가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성과주의 제도들입니다. 성과주의의 핵심논리는 동일한 직급과 연차라 할지라도 역량과 업적에 따라 연봉을 차별적으로 지급해야 성과를 창출하려는 직원들의 동기를 고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일 잘하면 그만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기회의 평등’ 논리는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유혹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저기서 발견됩니다. 남들보다 덜 받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더 받는 사람은 보상이 보잘것없다며 투덜대면서 서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합니다.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며 목표 달성에만 매달리느라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등 여러 문제가 성과주의의 효과를 압도해 버리죠.

그 이유는 성과주의 제도가 기존 서열 체계를 흔들어대면서 동일 직급에 동일 연차면 동일한 보상을 받았던 평등한 조직을 불평등한 상태로 몰고가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자 이치로 가와치는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구성원 간의 신뢰가 미약하며 적대감이 강화된다고 말합니다. 소득의 절대적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그 상대적인 차이가 크면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성과를 높이려면 직원들 간의 신뢰와 정신적인 건강이 필수적인데, 무리한 성과주의가 오히려 그것들을 파괴해 조직의 장기적인 성과를 저하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상의 차등폭 확대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도깨비 방망이로 여기는 기업을 종종 목격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불평등을 완화하고 서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 그래서 하나된 목표를 향해 몰입하는 것이 위기 탈출의 진정한 해법입니다.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성과주의를 강화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발상은 100미터 달리기 우승을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겠다는 육상선수의 생각처럼 근시안적이고 자기파괴적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똑같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 즉 결과의 평등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동시에, 기회의 평등을 무조건 추구하는 것도 큰 부작용과 해악을 야기합니다.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 이 또한 경영의 중용은 아닐까요?

(* 2년 전에 발행한 글을 수정 보완하여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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