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100 퀴즈에서 이기려면?   

2010. 11. 29. 09:00


여러분이 '1 대 100'과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10단계까지 문제를 다 맞히고 이제 최후의 문제인 11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퀴즈왕으로 등극할지 아니면 아쉽게도 5천만원의 상금을 잃을 것인지 나름대로 예상해 보면서, 이번엔 어떤 문제가 나올까 화면을 주시합니다.

드디어 11번째 문제가 화면에 나옵니다.

"다음 중 그룹 송골매의 1기 멤버가 아닌 사람은?"

1번 : 이응수
2번 : 지덕엽
3번 : 김기훈
4번 : 이봉환

(* 실제 1 대 100 프로그램에서는 보기가 3개이지만, 여기서는 4개라고 가정합니다)

최후의 문제답게 꽤 까다로운 문제군요. 과거부터 송골매의 열렬한 팬이라면 답을 금방 알아맞히겠지만, 여러분이 젊은 세대라면 송골매의 멤버로는 겨우 배철수 밖에 모를 겁니다. 하지만 4개의 보기엔 배철수가 없어서 맞힐 확률이 더 적군요. 5천만원이란 거액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나왔으니 속이 타들어 갈 겁니다.


다행히 여러분에겐 '100인의 답'이라는 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11단계까지 오는 동안 한번도 찬스를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00인의 답이란 100명의 참가자들이 각 보기에 어떻게 답을 했는지 분포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여러분은 그 분포를 보고 4개의 보기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해야 합니다(실제 1 대 100 프로그램의 진행방식과 다를 수 있으나 여기에선 이렇게 가정합니다).

아마 이 순간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100인의 선택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내가 그냥 찍어야 하나"란 생각이 왔다갔다 합니다. 다수가 특정 답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100인도 여러분처럼 송골매 멤버로는 배철수 밖에 몰라서 아무렇게나 찍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100인의 답(100인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을 정답이라고 결정해야 할까요? 위 문제의 정답을 미리 말하자면, '3번 김기훈'입니다. 제가 그냥 임의로 가져다 쓴 이름입니다(독자 중에 동명이 있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이럴 때 100인의 답 중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응답 역시 '김기훈'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서 100인이 가장 많이 답하는 보기가 진짜 정답일 확률이 꽤 큽니다. 그래서 송골매에 대해 일말의 단서도 없는 여러분은 혼자 결정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100인의 답을 따르는 게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100인 중에서 송골매의 골수팬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송골매가 1기부터 어떤 멤버인지 줄줄이 꿰차고 있겠죠. 그런 사람이 100인 중에서 3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사람들은 3번이 정답임을 금세 알 겁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송골매에 대해 불완전하게 아는 탓에 위의 보기 중에서 두 사람만 정확히 송골매의 멤버였음을 압니다. 예를 들어 '이응수와 지덕엽'만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2명이 있다면, 그들은 김기훈과 이봉환 중에 하나를 찍을 겁니다. 둘 중 하나를 찍는 것이기 때문에 김기훈은 확률적으로 1표를 얻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응수와 이봉환'아는 사람도 2명, '지덕엽과 이봉환'만 아는 사람도 3명이면, 김기훈은 모두 3표를 얻겠죠.

송골매에 대한 기억이 더 불완전한 사람들, 즉 위의 보기 중에서 한 사람만 정확히 멤버였다고 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응수'만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3명이 있다면, 그들은 지덕엽, 김기훈, 이봉환 중에 하나를 찍겠죠. 그래서 김기훈은 확률적으로 1표를 얻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덕엽'만 아는 사람이 3명, '이봉환'만 아는 사람이 3명이 있다면, 김기훈은 여기에서도 총 3표를 얻습니다.

하지만 100명 중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82명은 송골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4개의 보기 중에서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훈은 4분의 1인 20표 정도(혹은 21표)를 얻을 겁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100인 중에서 김기훈을 선택하는 사람은 모두 29명 내지 30명일 겁니다. 그리고 이응수, 지덕엽, 이봉환을 선택한 사람들은 각각 23명 내지 24명이겠죠. 김기훈이 다른 보기보다 6~7표를 더 얻는다는 말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82명을 4로 나눌 때 소수점 아래는 '버림'을 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위와 같이 100인의 답 분포가 제시되면(즉 김기훈이 가장 많이 나온다면), 고민하지 말고 김기훈이 정답이라고 결정하는 게 아주 유리합니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100인 모두가 송골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찍는다면, 김기훈은 다른 보기와 마찬가지로 확률적으로 25표 밖에는 못 얻기 때문에 다른 보기와 구분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100인이 김기훈이 아닌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지목할 확률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100인 중에서 조금이라도 송골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다면 김기훈이 정답이라고 알려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수의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경우엔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위의 사례가 알려줍니다. 각 구성원이 해답에 대해 아주 작은 정보를 안다면 집단 전체는 어려운 문제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죠.

물론 복잡한 문제를 무조건 다수의 손에 맡기겠다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일 때는 집단의 지성을 이용하는 방법이 현명합니다. 모든 걸 틀어쥐고 독불장군처럼 혼자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수의 선택을 따르라' 이 논리는 이미 기원전 4세기 때 아리스토텔레스가 간파했습니다. 그는 "탁월함과 실용적인 지혜를 분담하는 대중 속의 개인들이 모인다면, 그들은 많은 발과 손과 감각기관을 지닌 한 사람처럼 되며, 성격과 사고 측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집단의 지혜를 모으면 실수는 줄고 최상의 해법이 떠오른답니다.

(*참고도서 '스마트 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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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jaya.jt 2010.11.29 21:04

    여기서 전제조건은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과, 각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정보를 갖고 있다는 믿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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