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일본은 여러 지각판이 충돌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탓에 크고 작은 지진이 늘 발생하는 나라입니다. 몸으로 느껴지지 않는 작은 지진들은 거의 매일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지진의 기록을 살펴보면 도카이 지역에서 각각 1707년과 1854년에 일어난 소위 '도카이 대지진'이 가장 유명합니다. 또한 1923년에 일어난 관동대지진 뿐만 아니라 1927년, 1943년, 1948년에도 여러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죠.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5분에는 지질학적으로 수백 년 간 안정된 곳이었던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진으로 지각은 15킬로미터나 갈라졌고 핵폭탄의 100배가 넘은 위력으로 땅을 흔들어댔습니다. '고배 대지진'은 단 몇 초만에 5천명이 사망하고 3만명이 부상 당하는 참사로 이어졌죠. 그때 TV로 전해진 고베 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 금요일에 지진해일(쯔나미)을 동반한 대형 지진이 일본 열도를 흔들어놓았습니다. 최대 10미터 높이의 해일이 바닷가 마을을 덮치면서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방송 화면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밀려오는 검은 물을 피해 도망치던 자동차, 그 자동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느꼈을 공포심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집니다. 지진에 철저히 대비한 일본이었지만 지진이 발생한지 몇 분 만에 시속 6~7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들이닥친 쯔나미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구 여기저기에서 계속되는 지진 참사를 볼 때마다 왜 지진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기예보는 90% 이상의 확률로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여 하루에도 수십 번 발표하는데, 왜 지진은 그렇지 못하는지 의아해집니다. 애석하게도 지질학자들은 지진 발생 시점을 동전 던지기 이상의 확률로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앞에서 말한 도카이 대지진은 1707년과 1854년에 각각 발생했습니다. 두 지진의 시간 간격은 대략 150년이라서 2000년대 초반에 도카이 지역에 대지진이 다시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도카이 대지진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방송에서는 이번에 발생한 '동북지방 태평양 지진'을 보도하면서 일본인들이 곧 도카이 대지진이 도래할 거라 우려한다는 소식을 전하더군요. 물론 앞으로 도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서 일어난 두 개 지진의 시간 간격으로 앞으로 일어날 지진의 시점을 예측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추측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진의 발생은 예보가 불가능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예보란 '향후 1년 내에 OO지방에 지진이 발생한다'와 같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예측이 아니라, 적어도 동전던지기 이상의 확률, 1일 정도의 정확도,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의 적중도를 지닌 예측을 말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미리 알고 대피할 수 있겠죠.

1915년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도 베게너(Alfredo Wegener)가 대륙이동설이란 가설을 제안함에 따라 발전된 ‘판(板)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고 각 판은 지구 내부의 맨틀이라고 불리는 반(半)고체 상태의 물질 위를 떠다닙니다. 대류 작용으로 인해 뜨거운 맨틀을 떠다니는 판들은 서로 밀고 밀리다가 어떨 때는 정면으로 충돌하여 맞물리기도 하죠. 이 때 서로 맞물리게 된 두 개의 판은 마찰력 때문에 서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게 되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서 움직이지 못했던 동안 축적됐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발산합니다. 이것이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메커니즘임에도 불구하고 지진 예보가 불가능한 이유는 판 구조의 복잡성 때문입니다. 각 판은 수백 수천 종의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바위는 무르고 어떤 바위는 단단해서 마찰력의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가해도 쉽게 미끄러지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꿈쩍거리지 않고 그 힘을 내부에 축적하는 바위가 있죠. 이런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지각의 여러 단층에 복잡한 패턴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쉽게 지진의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퍼 백(Per Bak)과 차오 탕(Chao Tang)은 두 개의 나무판과 용수철로 연결된 나무토막을 가지고 지진의 발생 원리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들은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판에 있는 수많은 바위 중에서 어느 것이 최초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는지에 따라 대지진과 작은 지진의 여부가 결정되고, 대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지진은 예측 불가능하고 사전에 아무런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죠. 지진의 크기는 최초에 어떤 바위가 어느 만큼 미끄러졌는지, 또 그 미끄러진 바위가 다른 바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등 미세한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과 탕은 단층의 바위들은 복잡한 상호작용의 그물망, 즉 네트워크 위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나의 바위가 미끄러지면 인접한 여러 개의 바위에 영향을 미치고 바위들의 성질에 따라 그 움직임이 판 전체로 확산되거나 혹은 흡수됩니다. 바위들 간의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미세한 차이에 의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과도하게 민감한 상태를 임계상태(Critical State)라고 하죠.

이러한 임계상태가 원래 자연의 특징인지, 아니면 인간이 조장한 결과인지에 대해서 말들이 나옵니다 소위 '가이아 이론'을 들먹이면서 대지진 발생을 두고 인간이 지구를 혹사시켰기에 지구가 그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들려오더군요. 지진 발생 회수가 근래 들어 급증했다는 근거를 대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진 발생 회수의 증가는 늘어난 지진 감지 장치의 수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대지진이 연달아 발생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성의 오류'일 뿐입니다. 인간이 지진 발생을 부추긴다는 증거는 아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물론 온실가스 증가에 인간이 기여(?)하는 건 사실이죠).

어쨌든 지진 예보는 불가능하다는 우울한 결론으로 이 글을 끝내야겠군요. 예측보다는 대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이번에 일어난 지진처럼 도망칠 여유도 없이 들이닥친 경우를 보니 철저한 대비도 완벽할 수는 없음을 느낍니다. 예측도 실패하고 대비도 실패한다면, 우리는 무엇에 기대야 할까요? 자연 현상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이번 지진의 희생자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참고도서 :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크 뷰캐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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