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베스트셀러에 속지 않는 법   

2011. 4. 18. 09:00
반응형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요소를 살펴본 결과, 그들 중 78%는 핵심사업에 집중한다." 여러분이 최신 경영 베스트셀러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도 "우리 회사도 핵심사업에 집중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혹은 "이렇게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해서는 성공은커녕 나중에 실패하기 딱 좋을거야"라고도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간단한 수학을 할 줄만 안다면, 수학 중에서도 간단한 집합 개념만 이해하고 있다면, 최신의 경영 베스트셀러가 주장하는 말이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이란 말은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매출, 이익, 시장점유율 면에서 남들보다 탁월한 성적을 거둔 기업을 일컫는 말이겠죠. 그들 중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핵심사업 집중이 곧 성공'이라는 도식을 머리에 떠올리겠지만, 밴다이어그램을 그려보면 그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성공한 기업의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란 말을 밴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낸 것입니다(그림을 손으로 그린 터라 그림의 비율이 맞지 않은 점을 양해 바랍니다).



경영 베스트셀러의 주장에 따르면, 성공기업 중 78%에 해당하는 부분은 '성공기업'의 집합과 '핵심사업 집중기업' 집합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됩니다. 나머지 부분은 22%가 되겠죠. 문제는 물음표라고 표시된 부분입니다. 만일 물음표 부분의 크기가 아주 작다면, 경영 베스트셀러의 주장이 상당히 타당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물음표 부분의 크기가 아주 크다면,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됩니다.

'성공기업'의 집합 입장에서 보면 겹치는 부분(그림에서 빗금 쳐진 부분)이 78%나 되지만, '핵심사업 집중사업'의 집합의 입장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고작 몇 %에 불과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78%'란 말을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의 78%'라는 말로 오인하여, 핵심사업에 집중하기만 하면 성공이 78%의 확률로 뒤따라오는 것이라는 판단에 이릅니다. 핵심사업에 집중했다가 실패할 확률은 22%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고 말죠.

실제로 따져보면 어떨까요? 스탠포드 대의 저커 덴렐(Jerker Denrell)은 '성공한 기업들 중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 중 얼마나 성공했는가?'라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꿔 말하면, 위의 벤다이어그램에서 물음표 부분이 얼마나 클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가 동료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 중 성공한 기업은 겨우 3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78%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치죠. 35%라는 수치는 성공을 보장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덴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핵심사업 집중기업'의 입장에서 벤다이어그램을 다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65%의 기업이 핵심사업에 집중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납니다.



수많은 경영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전체 혹은 대부분은 무엇무엇을 했다"라는 말하면서 "그 무엇무엇을 하면 성공에 이른다"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위에서 살펴봤듯 논리적으로 따지면 엉터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 무엇무엇을 했음에도 실패한 경우는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초우량기업의 조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 대형 베스트셀러에서 성공모델로 추앙 받던 기업들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톰 피터스가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상위 43위에 드는 기업들을 초우량기업으로 치켜세웠지만, 우습게도 그 책이 출간되고 2년 후에 그 기업들 중 14곳이 경영 악화로 허덕이고 말았습니다.

또한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에서 '위대하다'고 칭송하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책이 나온지 10년 안에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작년에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책을 출간함으로써 왜 위대한 기업들이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이렇게 해서 실패했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않아야 실패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성공한 기업들은 이렇게 한다. 그러니 그렇게 하면 성공한다'란 말처럼 논리적으로 엉성할 뿐입니다.

경영 베스트셀러를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요? 또 왜 우리는 성공기업처럼 되지 못할까, 라며 자괴감에 빠진 기업은 얼마나 많을까요? 아마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성공기업의 방식을 100%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입니다. 참 편리한 논리죠?

성공기업의 성공요소는 모든 기업에 들어맞는 경영의 진리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고 어울리는 성공의 포인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성공기업을 바라보는 중용의 시각입니다. 적어도 그들의 성공요소에 현혹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참고도서 : '욕망을 파는 사람들',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참고자료 : http://www.gsb.stanford.edu/news/research/ob_successfulfailures.shtml )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