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조직은 위험하다   

2011. 5.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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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병원이 있습니다. 한곳은 투약 과정에서 실수가 거의 없는 곳이고 다른 한곳은 100배나 많은 투약 실수가 발생합니다. 여러분이 두곳 중 한곳을 택해 입원해야 한다면 어떤 병원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마도 여러분은 전자를 택할 겁니다. 투약 실수가 적다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이러한 통념이 옳은지를 밝히기 위해  한 대학병원(하버드 의대 소속)에 딸린 8개 병동을 대상으로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병동들은 모두 인력 구성, 전문성, 업무량 등에서 비슷했습니다. 그녀는 4가지 유형의 투약 실수(피할 수 있는 실수, 피치 못할 실수, 잠재적인 실수, 중간에 바로잡혀진 실수)를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6개월 동안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서 의료진의 리더십, 업무지시능력, 팀워크, 치료 성과,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등을 폭넓게 조사했죠.



그녀는 사전에 의료진의 실력이 좋을수록, 팀워크가 좋을수록, 만족도가 높을수록, 병동의 분위기가 우호적일수록 모든 유형의 투약 실수가 적을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이 연구에 임했습니다. 즉 최고의 병동일수록 실수가 적으리라 예상했죠.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의사들의 차트를 분석하고 불시에 방문해서 살펴본 결과, 최고의 병동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이 발견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수간호사들의 업무지시능력과 투약 실수 건수와의 상관계수가 0.74이 나왔고, 나머지 독립변수에 대해서도 0.7 이상의 상관계수가 측정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결과였죠. 병동 관리자의 능력과 리더십이 긍정적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에드먼슨은 추가 분석을 통해 이런 아이러니를 설명했습니다. 실수를 드러내고 실수를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연시하는 병동일수록 기록된 투약 실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죠. 즉, 겉으로 보기에 투약 실수가 많은 것은 실력이 떨어지고 병동의 근무 분위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실수를 드러내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려는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문화 때문임을 알아냈습니다. 반대로 투약 실수가 적은 병동은 누군가가 실수를 보고하면 질타 받거나 징계 받는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가급적이면 실수를 감추려는 동기가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실수를 드러내지 않고 억압하려는 문화는 의료진의 치료 성과와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됐으리라고 에드먼스는 추측했습니다.

우리는 실수를 용인하고 장려하라는 말을 자주 듣고 또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실수가 '능력 없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실수는 나쁜 것이고 저지르지 말아야 할 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기업에서는 관리자들이 부하직원들이 실수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조용히 덮으려는 동기가 강합니다. 겉으로 드러내면 상위 관리자(예 : 임원)에 자신과 그 부하직원이 '찍힐'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부하직원을 따로 불러 호되게 야단친 후에 조용히 문제를 위장하거나 피해가려고 조치하죠.

이렇게 되면 문제를 일으킨 부하직원은 실수를 통해 뭔가를 학습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학습의 결과가 전파되지 못합니다. 또한 부하직원이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면 혼날 것을 염려해 보고하지 않고 자신이 처리하려 들겠죠. 겉으로 보기엔 실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완전무결한 조직이 알고보면 문제투성이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이 사람으로 이루어진 이상 크고 작은 실수가 생기지 않을 리 없습니다. 실수와 문제가 없는 조직일수록 무언가 감추는 게 있다고 생각해야 옳습니다. 시끄러울 정도로 실수를 드러내고 지적하는 조직이 조용한 조직보다 성과가 높을뿐더러 오래 갑니다. 그런 조직은 실수를 환경에 적응해 가는 '진화'의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의 건강성은 무결점의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그것을 고쳐 나가려는 동적인 과정에서 찾아야 합니다. 

조용한 조직은 성과를 높일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조직입니다. 조용한 조직은 성과 향상은 기대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과 적응'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모릅니다. 조용한 조직은 위험한 조직입니다. 그들은 억누르고 있는 실수가 언제 큰 파국으로 번질지 모릅니다. 

공자는 말했습니다. "지혜란 무엇을 아는지 그리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말은 실수는 잘못이나 죄가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수단이자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실수를 용인하고 권장한다는 말이 더 이상 듣기 좋은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실천에 옮기는 일이 지혜로운 경영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조용한가요, 아니면 시끄러운가요?

(*참고논문 : Learning from mistakes is easier said than d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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