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밤 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은채 TV를 보거나 공부를 합니다. 해가 지면 곧이어 잠을 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이렇게 밤 늦게까지 깨어있는 습성은 진화적으로 볼 때 최근의 일입니다. 과거에 인간들은 어둠 속에 웅크린 맹수나 적으로부터 공격 당할 것을 염려하여 해가 뜨면 일과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패턴으로 생활했죠. 이는 선사시대의 생활습성이 남아 있는 부족들을 대상으로 한 민속지학적 연구에서도 규명되었습니다.
런던 대학교의 사토시 카나자와(Satoshi Kanazawa)는 지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낯선 자극과 새로운 상황을 저항감 없이 수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IQ가 높은 사람일수록 밤 늦도록 깨어 있는 '올빼미족'일 거라는 가설을 수립했습니다. 원시인들에게 밤에 깨어 있다는 것은 낯설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상황이기에 그런 낯선 자극을 '즐겼던' 조상들은 지능이 높았을 거라고 추정한 것이었죠.
(출처: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카나자와는 미국에서 중고등학생이 성인이 될 때까지(1994년부터 2002년까지) 3차례 실시된 조사를 토대로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했습니다. 조사 당국은 응답자들에게 "학교나 직장에 갈 때 언제 일어나는가?", "보통 언제 잠자리에 드는가?", "휴일에는 언제 일어나는가?" 등을 질문하여 평균 기상시간과 평균 취침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Peabody Picture Vocabulary Test(PPTV)라는 방법을 써서 응답자들의 IQ를 조사했죠.
카나자와는 응답자들의 연령, 성별, 인종, 학력, 수입, 종교 등의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평균 취침시간과 IQ와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IQ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Q가 가장 낮은 응답자군은 주중에 평균 23시 41분에 잠을 자는 반면, IQ가 가장 높은 응답자군은 평균 0시 29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또한 IQ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07시 20분 대 07시 52분). 간단히 말해, IQ가 높을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족이었던 겁니다.
(출처: 아래의 논문)
이 결과를 보고 지능이 높아지려면 올빼미족(혹은 저녁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IQ가 낮다고 일반화하면 곤란하겠죠. 카나자와의 연구는 지능과 취침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어둠'이라는 두렵고 낯선 상황을 수용하게 된 계기로부터 나왔을지 모른다는 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자신의 생체리듬에 가장 잘 맞는 시간대를 선택한 것일 테니 말입니다. '밤 늦도록 깨어 있는 나는 필시 IQ가 높을 거야.'라고 자기 자신을 뿌듯해 하는 것까지 뭐라 할 수 없겠지만요. ^^
(*참고논문)
Kanazawa, S., & Perina, K. (2009). Why night owls are more intelligent.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7(7), 685-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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