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현대인들이 밤 늦도록 TV를 보거나 공부를 한다. 해가 지면 곧이어 잠을 청하던 옛사람들의 수면 습관을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밤 늦게까지 깨어있는 습성은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볼 때 최근의 일이다. 과거에 인간들은 어둠 속에 웅크린 맹수나 적으로부터 공격 당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해가 뜨면 일과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곧바로 잠을 자는 패턴으로 생활했다. 이는 선사시대의 생활 습성이 남아 있는 부족들을 대상으로 한 민속지학적 연구에서도 규명된 사실이다.


그런데 런던 대학교의 사토시 카나자와는 지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낯선 자극과 새로운 상황을 저항감 없이 수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IQ가 높은 사람일수록 밤 늦도록 깨어 있는 '올빼미족'일 거라는 가설을 수립했다. 원시인들에게 밤에 깨어 있어야 하는 상황은 매우 낯설고 두려웠기 때문에 그런 자극을 즐겼던 조상들의 지능은 높았을 거라고 추정한 것이다.





카나자와는 미국의 조사기관에서 중고등학생이 성인이 될 때까지 3차례 실시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했다. 조사기관은 응답자들에게 "학교나 직장에 갈 때 언제 일어나는가?", "언제 잠자리에 드는가?", "휴일에는 언제 일어나는가?" 등을 질문하여 평균 기상시간과 평균 취침시간을 확보했고 별도로 응답자들의 IQ를 조사해 놓았다.


응답자들의 연령, 성별, 인종, 학력, 수입, 종교 등의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평균 취침시간과 IQ와의 관계를 분석하니, IQ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IQ가 가장 낮은 응답자군은 주중에 평균 23시 41분에 잠을 자는 반면, IQ가 가장 높은 응답자군은 평균 0시 29분에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 또한 IQ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간단히 말해, IQ가 높을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족이었던 것이다.


이 결과를 보고 지능이 높아지려면 올빼미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IQ가 낮다고 일반화하면 곤란하다. 카나자와의 연구는 지능과 취침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어둠'이라는 두렵고 낯선 상황을 수용하게 된 계기로부터 나왔을지 모른다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도 '밤 늦도록 깨어 있는 나는 필시 IQ가 높을 거야.'라고 뿌듯해 하는 올빼미족이 있다면, 학업 성적까지 좋기를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프랜지스 프레켈이 272명의 독일 학생들의 성적과 그들의 수면 습성을 조사했는데, 올빼미족 학생들이 수학, 과학, 언어 전반에 걸쳐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것이 나타났다. ‘종달새족’ 학생들과 인지능력과 학업 동기, 사고력, 성실성 등이 비슷했는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성적을 좋게 받으려면 자신에게 최적인 시간대에 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가 아침 일찍 수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올빼미족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최적이라고 볼 수 없는 시간대에 종달새족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러니 성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게 프레켈의 설명이다. 경기도가 올해부터 9시 등교제를 실시하면서 한동안 찬반 여론이 비등했다. 프레켈의 설명에 의하면, 밤늦도록 사교육에 시달리거나 게임과 TV 프로그램 등에 노출되는 바람에 자연스레 올빼미족이 된 학생들에게는 9시 등교제가 학업 성적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올빼미족이라 그런지 어쩌다 저녁형 인간을 옹호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는데, 아침형 생활습관의 장점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로라 베르너는 아침 8시 15분에 시작하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 300명의 수면 습관을 조사했는데, 종달새족 학생일수록 제시간 안에 강의실에 도착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의 여부가 강의실 도착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변수였던 것이다. 이 결과는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에 비해 미래를 좀더 앞서 고려하고 대비하는 성향이 높다는, 크리스토프 랜들러의 연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식의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다. 아침형으로 살아보려다가 ‘아, 나는 루저인가?’라고 좌절한 경험이 내게도 있다. 하지만 올빼미가 종달새의 탈을 쓰면 행복할까? 행복하지 않은 성공이 과연 의미있을까? 아침형이든 저녁형이든 자신의 생체리듬에 가장 잘 맞는 시간대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최적의 시간대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게 성공 아니겠는가?



(* 본 글은 월간 샘터 2015년 5월호 '과학에게 묻다' 코너에 실린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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