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데보라 그륀펠트, 대처 켈트너, 카메론 앤더슨은 학생들을 3명씩 한 팀으로 편성한 다음 낙태, 공해와 같은 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짧은 글을 완성하게 했다. 그러고는 무작위로 3명의 학생 중 2명에게는 글을 쓰도록 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다른 학생이 써 온 글을 평가하고 그 글이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렇게 해서 3명 밖에 안 되는 팀 내에 상하관계를 구축했다.


실험을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연구자들은 글을 쓰면서 먹으라고 팀마다 5개씩 쿠키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쓰라는 지시보다는 이것이 진짜 실험의 의도였다. 팀원은 3명인데 쿠키가 5개가 주어졌으니, 1개씩 먹고 나면 2개가 남는다. 이때 보통의 사람들은 4번째 쿠키로 선뜻 손을 뻗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4번째 쿠키를 집어먹으면 나머지 두 명에게는 하나의 쿠키만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보스(boss) 역할을 맡은 학생은 다른 두 명의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4번째 쿠키를 집어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듯한 표정은 물론이고, '난 이렇게 4번째 쿠키를 먹고 있다고!' 라고 과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쿠키를 씹어댔다. 입 주변과 테이블에 쿠키 부스러기를 잔뜩 흘리면서 말이다.


이 간단한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2가지이다. 첫째는 작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실험을 위해 남이 써온 글을 평가하는 역할을 잠시 맡겼을 뿐인데도 상대적으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둘째는 그렇게 탐욕스럽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한 시사점일지 모른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으면 나머지 두 명의 팀원들에게 하나의 쿠키만 남게 된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권한을 가진 자가 중앙에 앉아 있으면 그가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고 판단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믿곤 한다.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는 그런 믿음이 환상일지 모른다고 꼬집는다. 오히려 권한과 권력이 눈을 가리는 탓에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팀원들이 애처롭게 하나의 쿠키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를 '중심 역할의 오류(the fallacy of centrality)'라고 칭한다. 이것이 권력이 가진 속성 중의 하나이다. 다른 학생이 쓴 글을 평가하라는 권한만을 주었는데 쿠키를 혼자 2개나 먹을 권한까지 부여 받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월권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요즘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인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및 성폭력 역시 이 실험의 결과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흔히 '권력이 깡패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중심 역할의 오류'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와닿는다.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이 깡패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런 언행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라고 생각하면서 권한 이외의 월권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부하 직원들과의 권력 차이를 증폭시키지 않고 반대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논문)

Dacher Keltner, Deborah H. Gruenfeld, Cameron Anderson(2003), Power, approach, and inhibition, Psychological Review, Vol. 110(2)


** 이 글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자발적 원고료'로 글쓴이를 응원해 주세요. **

(카카오톡 > 더보기 > 결제) 클릭 후, 아래 QR코드 스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