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지능 2.0>이란 책을 쓴 트레비스 브래드베리(Travis Bradberry)는 포브스 지에 기고한 <당신은 리더인가 아니면 팔로워인가?>라는 글에서 팔로워는 다른 사람의 재능과 성취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리더는 그걸 자산으로 바라보고, 팔로워는 변화를 문제로 받아들이는 반면 리더는 그걸 기회라고 여기고, 팔로워는 매일의 업무에 묶여 있지만 리더는 미래의 가능성에 집중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사람들은 리더와 팔로워를 서로 반대되는 유형으로 이분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리더처럼 행동하라. 팔로워처럼 굴지 마라'고 흔히들 조언하곤 하죠. 팔로워처럼 행동하면 리더십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리더 대 팔로워' 혹은 '리더십 대 팔로워십'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퀸즈랜드 대학교의 킴 피터스(Kim Peters)와 그의 동료 알렉스 해즐럼(Alex Haslam)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그들은 영국 해병대의 신병훈련소에서 관찰한 결과를 통해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먼저 훌륭한 팔로워가 돼라'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팔로워십이 없으면 리더십도 없다'는 것이죠.




피터스와 해즐럼은 218명의 신병(모두 남자, 평균 20.9세)들에게 설문을 돌려 스스로 본인을 얼마나 리더로 생각하는지(리더 정체성, leader identity), 얼마나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평가하는지(팔로워 정체성, follower identity)를 평가했습니다. "나는 천성적으로 리더라고 생각한다"와 같은 문항으로 리더 정체성을, "다른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나는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할 준비를 한다"와 같은 질문으로 팔로워 정체성을 평가한 것이죠. 또한 지휘관들에게는 각자 통솔하는 신병들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신병들에게는 동료들의 리더십을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신병 훈련이 진행되는 32주 동안 이러한 평가가 모두 5번 진행되었죠. 


신병 훈련이 종료되고 나면 신병들과 지휘관들 모두가 참여해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 자'를 투표로 결정하여 '특공대 메달(Commando Medal)'을 수여하는데, 피터스와 해즐럼은 과연 스스로를 리더라고 여기는 자가 표를 얻는지, 아니면 자신을 팔로워라고 생각하는 자가 많은 표를 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석해 보니, 스스로를 천성적인 리더라고 여기는 신병들(자신의 리더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은 동료들에게 그리 느껴지도록 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은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하더라도 동료들은 그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생각하는 신병들(자신의 팔로워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이 동료들로부터 리더십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더가 되기를 원하면 동료들에게 '봉사하는' 팔로워가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에 지휘관들은 리더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즉 리더처럼 행동하는 신병들)에게 더 높은 리더십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동료들의 평가 경향과는 달랐죠. 집단 내부에 있느냐(동료들) 집단 외부에 있느냐(지휘관)에 따라 리더십을 다르게 평가하는 건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동료들은 팔로워 정체성이 높은 사람을 리더로 여기지만, 집단 밖의 지휘관은 리더 정체성이 높은 사람을 리더로 생각하니 말입니다. 




피터스와 해즐럼의 연구 결과는 기업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 번째 시사점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리더가 되려면 먼저 좋은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료들에게 좋은 팔로워라는 평가를 받아야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고 리더가 되어서도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리더로 성장하려는 꿈을 지닌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입니다. 동료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동료들을 도우며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리더가 진정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기업에서 행해지는 리더십 교육의 방향도 리더로서가 아니라 팔로워로서 정체성을 먼저 형성하도록 만드는 쪽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냅니다. 최고경영자들은 리더처럼 행동하려는 자를 리더로 선발하려고 하는 반면, 직원들은 그런 사람보다는 팔로워로 좋은 면모를 보이는 자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고경영자가 리더로 선발하는 사람을 직원들은 리더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직책자 임명 결정이 덜 민주적일수록(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되어 있을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리더 임명에 동료들과 부하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이런 괴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미국 육군사관학교(West Point Military Academy)는 교육의 방향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팔로워가 되라는 가르침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합니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기꺼이 책임을 지며 집단에 봉사하려는 팔로워가 동료들로부터 리더로 인정 받고, 그렇게 해서 실제로 리더가 된 사람이 신뢰를 통해 동료들을 훌륭하게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았던 것입니다. 리더가 되려면 먼저 팔로워가 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https://www.forbes.com/sites/travisbradberry/2015/08/18/are-you-a-leader-or-a-follower/#2f1cbc136091


Peters, K., & Haslam, S. A. (2018). I follow, therefore I lead: A longitudinal study of leader and follower identity and leadership in the marine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DOI: 10.1111/bjop.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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