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잘 하려면 암기하지 말고 공부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습과 관련한 책에서도 암기보다는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죠. 하지만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외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암기는 기본기와 기초를 다지는 필수 요소임을 그들은 알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를 말하기 전에 유명 예술가들을 떠올려 보세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직 20세가 되지 않은 어린 제자들을 가르칠 때 절대로 붓과 물감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고 해요. 오직 거친 철필만을 써서 유명한 작품을 똑같이 따라서 그리게 했습니다. 몸으로 기술을 '암기'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이런 건 나도 그리겠다’라는 느낌이 들 텐데요, 하지만 피카소가 명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힘든 훈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입체파 화풍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훨씬 전인 7살 때 그린 데생을 보면(아래 사진) 그가 얼마나 기본기가 탄탄한 화가였는지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손 끝으로 미술의 기법을 암기했습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장영주. 사람들은 그녀에게 천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받아칩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매일매일 연습한다. 성공의 비밀은 끊임없는 연습이다”라고 말이죠.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나도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라고 다짐합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몸으로 기본기를 연마하는 스포츠 선수나 예술가들의 노력은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뭐 하러 힘들게 외워? 인터넷이나 책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요즘엔 챗GPT도 있으니까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머리로 기초를 다지는 암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고의 폭을 좁히고 창의력을 저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암기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 참 이상하지 않나요? 모순 아닌가요?
암기해 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눈 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 때 기본 지식을 외우고 있는 사람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화(發火)시킬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겁니다.
노벨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 사람들은 그가 천재인 줄 압니다. 하지만 그의 IQ 점수는 고작 125였어요. 천재의 아이큐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그럼에도 그는 중요한 논문이나 수학적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한 자 한 자 끝까지 파헤치고 암기했기에 나중에 양자 운동을 독창적으로 설명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선천적인 지능 때문에 위대한 업적을 세운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저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초심이라고 봅니다. 기본이 기교로 변질됨을 막는 것은 부단한 연습과 암기 이외에는 없어요.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느낌이 든다면 기본을 멀리하고 기교 높이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기교의 유혹을 뿌리치고 기본기가 되는 지식을 하나만이라도 암기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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