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가 먼저다   

2025. 3.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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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일기’ 구독자라면 아시는 분이 많겠지만, 저는 ‘워크맨 수리’를 취미로 즐기고 있습니다. 작년(2024년) 초부터 했는데 수리 고수들에는 미치지 못하긴 하지만 이제는 취미 수준을 약간 넘어서서 짭짤한 용돈벌이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처음에는 정크를 구해 수리를 한 후에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에 가끔씩 매물을 올리는 정도였는데 몇 주 전부터는 고장만 워크맨을 수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있죠. 

 

전파사를 운영하던 ‘순돌이 아빠’가 다 된 듯한 느낌인데요, 어쩌다가 워크맨 수리를 ‘사이드 허슬’로 하고 있는지 저조차도 어리둥절합니다. 컨설팅이나 글쓰기가 아니라 납땜 인두기를 들고 워크맨을 수리하며 (적은 액수나마) 돈을 번다는 것. 몇년 전에는 상상을 못했던 저의 모습이거든요. 인생 참 모를 일입니다.

 

오늘은 2년째 워크맨 수리를 취미로 즐기면서 조직 경영 혹은 자기 경영의 차원에서 느꼈던 점 여러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청소가 변화의 기본’이라는 점입니다. 워크맨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정크 상태로 전락해 사람들의 손길이 끊기고 마는 이유는 기계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판에 단선이 생겨서 혹은 특정 부품에 이상이 발생해서라기보다 제대로 제때 청소를 하지 않아서라는 걸 워크맨을 수리할 때마다 느끼거든요. 

 

 

고무벨트가 여러 기어에 눌어 붙어 있으니 모터가 돌아가겠습니까? 기어 사이에 검은 때가 끼거나 그리스가 굳어버렸는데 올바른 소리가 날 수 있겠습니까? 수리 과정 전체 시간 중 80%는 녹아붙은 고무벨트를 제거하고 기어 사이사이에 낀 때를 없애는 데 드는데요, 이렇게 청소만 해줘도 굳어있던 모터가 어느덧 돌아가고 워크맨은 힘찬 소리를 내줍니다. 물론 청소만으로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꽤 많지만, 청소만 해서 30~50%의 ‘승률’을 기록한다는 건 꽤나 신기한 일입니다.

 

저에게 수리를 의뢰한 분들은 새생명을 얻은 워크맨을 받아보고 “정말 금손이시다.”라고 칭찬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좀 죄송하더라고요. 제가 전기전자에 지식과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저 청소를 열심히 하고 새로운 벨트를 껴넣은 것에 불과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수리비를 적게 받긴 합니다.) “에이, 별것 아닙니다.”라는 제 대답은 겸손떠는 게 아니라 진짜 별것이 아니라서 드리는 말씀이거든요. 청소의 효과를 잘 모르시는 분들 덕에 제가 커피값 정도는 버는 것이겠지만요.

 

조직 혹은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혹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뾰족한 해법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지금까지 쌓이고 쌓여 굳을대로 굳은 관행과 나쁜 습관 혹은 불필요한 지출, 생산성 낮은 활동 등을 싹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방이 더럽고 어지러운데 여기에 모던하고 깔끔한 새 가구를 들여봤자 빛이 나겠습니까? 머지않아 그 가구도 기존의 쓰레기에 오염되고 말겠죠.

 

‘청소가 먼저’라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인데요, 청소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없애는 활동을 수반하기에 누군가의 저항에 부딪힙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방 치우기를 어려워 하고 심지어 불가능해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조직의 프로세스를 지연시키는 쓰레기 같은 시스템이 분명 존재해도 그걸 없애자고 용기있게 말하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그 쓰레기를 권력자가 만든 것이라면 더욱 그렇죠. 쓰레기를 안 보이게 하려고 나중에 또다시 쓰레기가 될 시스템이나 제도로 덮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요즘 어떤 기업이 ‘p 발음 금지’라는 우스꽝스러운 지시로 인구에 회자되었는데요, 그 기업에 드리고 싶은 말도 ‘청소부터 하라’는 것입니다. 누가, 어떤 시스템이 ‘신성한 암소’처럼 길바닥에 길게 누워 통행을 방해하는지 찾아내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말입니다. 혁신을 외치지 마세요.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마세요. 먼저 청소부터 하세요. 그 잘난 기업이 제 말을 들을까 싶습니다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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