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오는 번호 찍으면 로또에 당첨될까?   

2009. 5. 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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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추첨이 방송되는 토요일만 되면 '로또 확률'이란 키워드로 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 많아진다. 예전에 올린 '로또 1등 확률에 대한 실감나는 비유'란 글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로또 밖에는 희망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경제가 좋지 않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리라.

당첨번호를 예측해서 알려준다는 사이트가 여기저기 성황인데, 과연 어떤 로직으로 당첨번호를 찍어주는지 알길이 없다. 몇 개 찾아서 3주 정도 추적해 봤는데, 그들이 예측한 당첨번호는 숫자를 3개 맞히는 5등에도 당첨되지 못했다. 고로, 엉터리다.

어떤 사람들은 자주 출현한 번호를 위주로 6개의 번호를 찍으면 로또 1등에 당첨될 거라 기대한다. 로또번호가 적힌 고무공을 내뱉는 기계에 근원적인 편향이 존재해서 특정 번호를 더 자주 뽑는다고 믿거나, 왠지 모르지만 기분상 '그럴 것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진짜 그럴까? 확인해 보자. 로또 사이트(http://www.645lotto.net/)를 방문하면, 1회부터 337회까지 어느 번호가 가장 많이 당첨번호로 선택됐는지 그 순위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1회부터 168회까지 나온 당첨번호의 출현횟수를 사이트에서 얻었다. 그런 다음, 가장 많이 나온 번호부터 내림차순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1'이 가장 많이(35번) 나왔고, '24'가 가장 적게(17번) 출현했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이 결과를 보고 있으면, 1, 42, 36, 2, 3, 26.... 과 같이 상위권에 랭크된 번호가 169회 이후에도 잘 출현하리라 기대하게 된다. 숫자와 그래프의 힘이 그러한 '경향'으로 판단력을 유도한다.

그렇다면 169회부터 337회(현재)까지 그 번호들이 여전히 자주 출현했을까? 위의 그래프의 X축을 그대로 두고 169회~337회의 출현빈도 곡선을 얹어 보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패턴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일종의 '잡음'처럼 보인다. 1~168회때 가장 적게 나온 번호인 '24'가
169회~337회 때는 7번째로 가장 많이 나왔다. '1'은 여전히 잘 나오는 번호 중 하나지만 우연의 소산으로 보인다. 이 그래프로 초기의 패턴이 후기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비교 구간을 달리해도 마찬가지다).

항간에 떠다니는 로또 조작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45개의 숫자는 고루(비슷한 출현빈도) 나와야 한다. '평균으로의 회귀' 때문이다. 자주 나오는 번호가 있는 듯이 느껴지거나 보이는 이유는 지금까지 실시된 337번의 로또 추첨 횟수가 너무 적어서다. 

이와 같이 초기의 결과로 후기의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는 로또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펀드 매니저의 실적이다. 연구 결과, 1991년부터 1995년 까지의 실적 순위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의 실적 순위를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위의 그래프처럼 뒤죽박죽이었다.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로또를 한 장 더 사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허나 그 말이 유일한 해답이다. 로또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그 어떤 유혹에도 속아넘어가지 말자. 환상을 버려야 행운이 찾아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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