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꼭 필요한 초식 몇가지   

2009. 7.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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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 인터뷰 때 지켜야 할 원칙을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3번부터 6번이 오늘 설명할 부분입니다.

인터뷰 원칙
1)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
2)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3)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4) 가설 하나에 '왜'를 세 번 묻는다
5)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6)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문제해결도, 인터뷰도 충분한 연습이 열쇠입니다.


세번째 원칙,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인터뷰 시간을 100으로 본다면 인터뷰어가 말하는 시간은 5% 미만이어야 합니다.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는 95%이상의 시간을 인터뷰이가 이야기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몇몇 어설픈 문제해결사들은 인터뷰이보다 오히려 더 많이 이야기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50% 이상 혼자서 인터뷰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혼자 떠드는'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라고 잘못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이가 "이런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평을 토하면 어설픈 문제해결사들은 100% 말려들고 맙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의 목적을 언급하고 넘어가면 충분한데도,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부터 시작해서 절차와 방법, 기대되는 아웃풋 이미지, 협조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 등등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면 인터뷰이가 만족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잘 이해했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지만, 이런 기대는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인터뷰 시간은 인터뷰이를 위해 마련한 무대입니다. 그를 무대 위에 세워두고 그냥 인터뷰어의 장황한 설명만을 듣도록 놔두면 어떻겠습니까? 겉으로는 잘 이해했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말할 기회를 빼앗겨서 불만이 더 쌓이고 맙니다.

그가 프로젝트에 관해 불평을 던지면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답변을 듣고서 계속 질문을 이어가는 흐름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인터뷰이가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인지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불평불만이더라도 인터뷰이에게 충분하게 발언 시간을 줘야 합니다. '불평 들어주다가 인터뷰 질문을 하나도 못하겠네'라는 생각에 인터뷰이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 '그건 이러저러 해서'라며 변명을 늘어놓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어는 질문을 하고 듣는 사람이지 답변을 하는 사람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기존에 수립한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을 관찰하기 위한 기회로만 인터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다면, 사전에 인터뷰어들을 모두 모아놓고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 과정, 아웃풋 등을 공지하고 협조도 요청하는 설명회 시간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말없이 무턱대고 인터뷰를 시작하면, 위에 언급했듯이 인터뷰어가 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마니까요.

질문도 너무 길면 곤란합니다. 하나의 질문에 10초를 넘기지 마십시오. 가령 하나의 질문을 던질 때마다 질문의 배경부터 시작해서 예상되는 효과나 리스크까지 총망라해서 질문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100분 토론 같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쓰이는 전술이지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지양해야 할 질문 형식입니다. 인터뷰는 상대방을 추궁하고 공격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문장 하나에는 한 가지 내용만 질문하십시오. '이것에 대해 답변해 주시고요, 또 저것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식의 질문은 토론이나 심포지움에나 어울리는 질문 형식입니다. 하나의 질문을 오래 하는 것보다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인터뷰이가 질문과는 다른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일단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터뷰이가 평소에 꼭 하고싶은 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타 질문할 때의 Tip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니, 충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1) 질문을 하는 데에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2) 질문 하나엔 한 가지 주제만 담는다
3) 어떤 경우에도 답변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4)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냐는 식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5) 추궁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6) 질문 후에 인터뷰이가 생각할 시간을 준다
7) 답변이 틀렸다고 생각돼도 절대 교정하지 않는다
8) 답변을 들으면서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는다

네번째 원칙, '가설 하나에 '왜'를 세 번 묻는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충분히 탐색하려면 이 원칙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질문을 받으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표면적인 원인과 이유만을 답변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터뷰는 사실 관계를 밝히는 과정이라서 때때로 인터뷰이가 방어적인 입장에서 답변에 응합니다. 속으로 '이런 답변을 해도 되나?'는 걱정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사고의 한계와 우려를 깨뜨리려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합니다. 저는 가설 하나에 최소한 세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권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왜 그것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왜 그것이 가능/불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이어가야만 가설 속에 내재된 근본원인으로 다가갈 수 있고 해결책의 실마리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연속적으로 '왜'를 세 번 이상 질문해야 합니다.

- 문제해결사 : 업무량이 적다는 말이 오고 가는데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 인터뷰이    : 팀장이 우리에게 일을 별로 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 문제해결사 : 왜 팀장이 일을 주지 않습니까?
- 인터뷰이    : 인력이 갑자기 늘었는데 팀장이 자기 일에 바빠 신경을 안 씁니다.
- 문제해결사 : 왜 팀장이 바쁩니까?
- 인터뷰이    : CEO가 팀장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비밀사항이라 알 길이 없네요.

이런 방식으로 '왜'를 파고 들면 직원들이 태만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팀장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고, CEO가 팀장에게 팀 관리 업무보다 더 중요한 임무를 맡겼기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팀장에게 맡긴 임무가 중차대하다면 팀 관리를 맡을 사람을 새로 영입하고 기존 팀장은 프로젝트에 전념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잠정적인 해결책일 겁니다.

하나의 가설에 너무나 많이 '왜'를 질문하면 인터뷰이의 짜증을 유발할지도 모르니 유의해야 합니다. '왜'를 여러 번 하면 추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서너 번 정도 '왜'를 질문하고서도 더 궁금하다면, 일단 다른 가설로 넘어갔다가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제 생각엔 중요한 것 같아서 좀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라고 질문해야 좋습니다.

다섯번째 원칙,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조직의 규모와 프로젝트(문제해결 과정)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명에서 50명 정도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는데요, 보통 3~4명 인터뷰를 하다보면 모든 인터뷰이들이 동일하게 답변하는 질문(즉 가설)들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인터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똑같은 질문들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인터뷰이 모두가 동일하게 답변하는 질문(가설)은 참/거짓 여부가 일단 증명됐다고 보고, 다른 가설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위주로 뒤에 이어질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새로운 가설을 파악하는 데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짧은 인터뷰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인터뷰에 임하기 전에 이슈 트리 형태로 가설 목록을 꾸며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가설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거짓이라 생각되는 가설은 날려버리고인터뷰이가 새롭게 제기한 가설이 있다면 추가해서 다음 인터뷰이에게 질문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팀장이 CEO가 시키는 중요한 일 때문에 팀원들에게 신경을 못쓴다'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위에서 제시한 '3 Why 질문'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하는 건 의미 없는 행동입니다. 하나의 가설 목록(질문서)을 끝까지 고수하는 건 설문지에서나 통용되는 방법입니다.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켜야 폭넓은 관점에서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섯번째 원칙,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이 원칙은 매우 당연한데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인터뷰 결과가 머리 속에 다 있는데 굳이 기록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문제해결사가 있다면, 그 말은 그가 표면적인 질문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증거입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만한 답변만을 얻었다는 뜻이니까요.

인터뷰 기록의 목적은 단지 문제해결사 본인의 기억을 돕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첫째, 인터뷰 기록을 다른 이와 공유하려면 반드시 문서 형태로 정리된 기록이 필요합니다. 둘째, 이렇게 기록된 문서는 가설 검증의 증거가 됩니다. 셋째,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됩니다. 인터뷰를 하고서도 기록하지 않는 것은 과학자가 실험을 하고서도 실험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실험기록이 없는 연구 결과는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죠.

한 사람의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인터뷰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인터뷰 중간중간에 메모를 하지만 대개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필체로 적혀서 기록으로서는 적절치 못합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인터뷰 기록을 정리하고 가설 목록(이슈 트리)을 업데이트한 후에 다음 인터뷰에 임해야 합니다.

인터뷰 기록 작성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 기록하는 사람(보통 노트북 PC로)을 대동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가 꼭 취조 당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인터뷰 기록이 윗사람에게 보고되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줄까 우려하기도 하죠. 물론 손으로 적거나 PC로 적거나 근거로 남게 되지만, 딸각거리는 키보드 소리는 그런 우려를 확대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킵니다.

인터뷰 장소에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둘만 참여하고 노트북 PC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냥 백지에 인터뷰이의 답변을 키워드 중심으로 적으면 충분합니다. 토씨 하나까지 모두 적겠다는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인터뷰이의 눈을 맞추기도 힘들고 교감을 이끌어 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문제해결 과정에서 관찰의 도구, 가설 실증의 도구로 필수적으로 쓰이는 인터뷰의 원칙 6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이 원칙 이외에 인터뷰어가 준수해야 할 사항이 더 있겠지만, 대부분 지엽적이고 이 원칙들에서 파생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인터뷰 역시 경험이 중요합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바람직한 인터뷰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겠지만, 이 원칙들을 염두에 둔다면 시행착오의 수를 줄이고 문제해결력도 키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실증의 일종인 '분석'의 내용을 다룰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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