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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11월이 간다
잎을 잃은 나무는
늙은 병정마냥
헐벗은 시절을 지키고 섰다
하늘을 본다
타워크레인으로 반쯤 가려진 하늘은
제 빛을 잃고 제 높이를 잃은 채
구름 아래로 누웠다
길이 흐른다
잿빛 연무 사이로 음향을 잃은 자동차들이
사람조차 잃은 거리를 흐르다가
각기 다른 서식처로 고인다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늙은 병정의 기침처럼 앓는 얼굴이다
찬 바람에 나뒹구는 11월은
타워크레인 끝에 걸린 채로
얕은 어둠에 잠긴다
제 색을 잃고 제 깊이를 잃은 시절이
1밀리씩 흐른다
11월이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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