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소리   

2009. 11. 28. 01:04
반응형

겨울의 소리



메조소프라노와 나는 사랑을 한다
시절이 깊어져 눈 내릴 때면
낮은 음 하나 밀며 가는 몸짓을 나는 기억한다

찬 입김이 성에가 될 때
그 날, 잠길 듯한 안개의 속살 같이
소리 없는 노래 위에 입술을 댄다

가느다란 숨 몰아 쉬며 나는 돌아눕는다 
무제(無題)의 계절과 나의 이연(異然)은
더 이상 회상되지 않는다
오로지 낮게 사라질 뿐, 그 날,
손 건네고 받은 찬 손과
고개 숙여 안기는 이마와 
그 위로 녹아 내리는 눈처럼
오로지 높이 휘날릴 뿐이다

메조소프라노와 나는 사랑을 한다
머무는 바람의 저향(低響)같이
숲을 헤치는 울림같이
아픈 겨울 소리를 공명하며
함께 가라앉는다







반응형

'유정식의 서재 > [자작] 詩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과의 화해  (1) 2010.11.27
그 도시  (0) 2010.01.13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2) 2009.11.23
그 날, 그 시(時)  (0) 2009.11.20
가을밤  (0) 2009.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