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강 이쪽 편에서 오두막을 짓고 아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을 깨어보니 아내가 사라져 버린 걸 발견합니다. “어찌된 일일까?” 여러분은 당황하여 맨발인 것도 모르고 강가로 달려갑니다. 

실눈을 뜨고 바라보니 강 건너편에서 푸른 옷을 입은 누군가가 배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러분은 담박에 그 사람이 아내임을 알아차립니다. 아내는 평소에 푸른 옷을 즐겨 입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무슨 일로 아무런 말 없이 새벽에 강을 건너 간 걸까요?


강 사이에는 2개의 작은 섬이 있고, 각기 조그마한 마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섬들을 훑어 보면서 아내가 어떤 경로로 강을 건넜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섬 마을에 사는 총각들이 미인으로 소문난 아내에게 평소 흑심을 품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혹시 아내가 그 중 누군가의 유혹에 넘어간 것 아닐까? 아내는 그 섬 중의 하나를 거쳐서 누군가와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간 걸까? 아니면 강 건너에서 미리 기다리는 남자를 만나러 곧장 배를 저어 간 걸까?’ 아내와 다른 남자가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여러분은 비명을 지르고 맙니다.  

“으어어어~~”

“여보, 왜 그래요?”  아내가 놀란 눈을 하고 여러분을 흔들어 깨웁니다. 

“악몽 꿨어요?” 라며 아내가 곱게 눈을 흘깁니다.

"휴우~ 꿈이었구나"

여러분은 다음 날 아침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비록 꿈이지만 요즘 녀석들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니, 아무래도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어.’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그림을 종이에 그립니다.


여러분은 강 너머로 아내가 건너가 버린 상황을 미래의 특정 사건으로 간주합니다. 이를 와일드 카드(wild card)라고 하죠. 그런 다음에, 배가 강 건너에 도착하기 전에 아내가 어디에 들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내는 홍도를 들를 수도 있고, 밤섬을 들를 수도 있겠죠. 혹은 둘 다 들르거나, 아니면 어느 곳도 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짚어 나가면 다음과 같이 모두 4개의 경로가 나옵니다. 이 경로들 각각이 하나하나의 시나리오가 됩니다.

여기 --- 홍도 --- 강 너머
여기 --- 밤섬 --- 강 너머
여기 --- 홍도 --- 밤섬 --- 강 너머
여기 --- 강 너머

이렇게 하는 방법이 바로 '퓨처 백워드'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이 방식에서 얻게 되는 시나리오들은 특정한 미래 사건을 발생하도록 만드는 경로가 됩니다. 

위에서 ‘여기’라고 적힌 부분은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각기 다른 '가상의 현재'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홍도를 거쳐 강 너머로 가게 만든 현재의 상태와, 밤섬을 거쳐 강 너머로 가게 만든 현재의 상태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홍도에 길동이가 살고 있고, 밤섬에는 만수가 산다면 아내가 그 중 누구의 유혹에 넘어갔는지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도 다르겠죠.

4개의 각기 다른 가상의 현재와 실제의 현재를 비교해 보면, 아내가 어떤 경로로 강을 건너갈지 예상이 됩니다. 아내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서 아내가 누구에게 호감을 가지는지 알아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홍도에 사는 길동이를 두둔한다는 반응을 아내가 보인다면, 아내가 홍도를 거쳐 강 건너로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하겠죠. 

그렇다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다면, 아내가 다른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아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아니면, 길동이나 만수가 살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여전히 길동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악의 경우 아내가 달아나는 걸 붙잡기 위해서 매일 밤 아내 몰래 숨어서 홍도로 가는 뱃길을 감시해야 할 겁니다.
 
퓨처 백워드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위와 같은 예를 들었는데요, 퓨처 백워드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3개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미래의 특정 사건으로부터 그전에 일어났을 법한 일을 밟아오면서 몇 개의 시나리오를 추출합니다. 둘째, 각 시나리오가 도달한 ‘가상의 현재’와 ‘실제의 현재’를 비교해서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합니다. 셋째, 미래의 특정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취할 수 있는 방지 전략을 마련합니다.


퓨처 백워드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보통 컨틴전시 플래닝의 방법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컨틴전시 플래닝이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발생한 다음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미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를 말합니다. 

‘우리 회사 창고에 큰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걸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만들어 낸 제품이 고객에게 커다란 손해를 입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 퓨처 백워드 방식이 사용됩니다. 

화재 발생과 같은 위급 상황을 거꾸로 되짚어 와서 이르게 된 가상의 현재들이 실제의 현재와 상당히 많은 부분 일치할 경우,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파업, 고객의 대대적인 클레임, 부동산 가격의 폭등 등이 퓨처 백워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퓨처 백워드 방식은 위기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고 사후에 대처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지만, 하나의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방식을 사용할 때 우리가 손에 쥐는 시나리오는 특정한 미래 사건을 발생시키는 시나리오들입니다. 항상 미래의 특정 사건을 먼저 설정하기 때문에 그 사건이 아닌 다른 부분의 미래를 그려보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비유하자면, 퓨처 백워드 방식은 '아내가 어떤 경로로 강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지'만이 관심의 대상입니다. 아내의 마음 속에 웅크린 불확실성이 아내를 강 너머가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갈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합니다. 퓨처 백워드 방식을 쓰면 고객의 대대적인 클레임과 연관된 미래 시나리오만 볼 수 있을 뿐이지, 그것 이외의 미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아내가 사내와 도망치는 것'과 같은 위기를 예방하려면, 시나리오를 꼭 세워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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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www.itgling.com BlogIcon 잇글링 2010.10.14 10:50

    [잇글링] 음헤헤님이 이 글을 [아내가 결혼했다 속 손예진 스타일]의 아랫글로 연결하셨습니다.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174457 )

    perm. |  mod/del. |  reply.
  2. 푸코 2010.10.15 09:25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질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퓨처 백워드 방식을 어떤 미래에 일어날 특정 사건을 방지하는 데에 사용하지 않고 어떤 특정사건을 달성하는 데에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일종의 미래일기라고 할까. 예를 들어 나는 10년 후에 이렇게 되어있을 거다. 그 한 가지를 목표로 해서 거기 까지에 이르는 미래일기를 꾸준히 써보니 정말 그대로 되었다던 모 연예인도 있었는데 그것도 일종의 퓨쳐 백워드 방식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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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10.15 10:41 신고

      좋은 의견이십니다. 말씀하신 대로 꿈(비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퓨처 백워드 방법이 쓰입니다. 꿈을 이루기 바로 직전엔 무엇을 해야 하고, 또 그걸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재로 끌어 당기면서 추출해 가면,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꿈을 이루기 위한 로드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