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에 약속이나 계획을 빼곡하게 적고 그걸 준수하는 것을 ‘훌륭한 시간관리’라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약속이 많을 때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껴서 오히려 일을 많이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하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일수록 중요한 일이 가능성이 큰데, 다이어리에 일정이 빼곡할수록 중요한 일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일만 처리하기 십상입니다. 중요한 일에 오랜 시간을 집중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성을 쌓기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다이어리가 크고작은 일정으로 가득하다면 정말로 중요하거나 긴급한 일정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여주면서 “10분 단위”로 일정을 짜는 자신이 얼마나 시간관리를 잘하는지 자랑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빈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든 일정으로 채워 넣는다고 말했고, 그래야 자투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이더군요. 원치 않는 조언을 건네면 그게 바로 ‘꼰대짓’이기에 나는 겉으로는 "대단하시네요!"라고 칭찬을 했습니다.
혹시나 여러분 중에 그 사람과 비슷한 ‘시간관리관(觀)’을 가진 분이 있다면 제가 조언하는 시간관리 팁 몇 가지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로스 타임(loss time)을 최소화하는 것은 좋은 시간관리법이 아닙니다. 좋은 시간관리란 우발성을 충분히 감안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미팅 장소까지 1시간 거리라면 1시간 30분~2시간 전에 출발하여 우발적인 상황을 미리 대처하는 게 좋은 시간관리법입니다.
- 주어진 시간을 다 쓰는 것은 좋은 시간관리법이 아닙니다. 좋은 시간관리란 '리뷰'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2일이 주어진 업무라면, 1일 안에 일단 끝내고 나머지 1일 동안 천천히 검토하면서 새로운 업무 발생이라는 우발성을 대처하는 게 좋은 시간관리법입니다.
- 마감일을 염두에 두는 것은 좋은 시간관리법이 아닙니다. 좋은 시간관리란 일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실행함으로써 새로운 업무 발생으로 인한 load 가중을 미리 막는 것입니다.
- 10분 단위로 스케쥴을 짜는 것은 좋은 시간관리법이 아닙니다. 좋은 시간관리란 시간이라는 숫자를 신경쓰기보다 '일에 집중하는 것’ 자체입니다.
- 주어진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일을 하는 것은 좋은 시간관리법이 아닙니다. 시간을 알차게 쓴다는 착각만 불러일으킬 뿐이죠. 좋은 시간관리란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집중하고 사소한 일은 미룰 줄 아는 데 있습니다.
일정표를 빼곡하게 채우지 마세요. 일정이 많을수록 일을 많이 하지 못하고 심도있게 하지도 못하니까요. 오래 집중하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가중될 뿐입니다.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사람이 언제 진중하게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까요? 좀 게으르게 살아야 전문가가 됩니다.
*참고논문
Tonietto, G. N., Malkoc, S. A., & Nowlis, S. M. (2019). When an hour feels shorter: Future boundary tasks alter consumption by contracting tim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5(5), 108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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