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들의 팀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얼마나 잘 수용하는지 혹은 얼마나 독단적으로 행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관리자들과도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는데요, 이때는 관리자가 팀의 리더로서 얼마나 자신의 리더십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 가는지를 알 수 있죠.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팀장은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상사'인데, 직원들이 각자의 상사를 이렇게 평가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들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묵살하거나 못들은 척 한다고 평가하죠.
그런데, 인터뷰에서 제가 흥미롭다고 여긴 부분은 '리더로서 자신감이 약한 상사'라 해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참 이상하죠? 자신이 리더로 역할하기엔 부족하다고 느끼면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저는 ‘본인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게도 이 가설의 참/거짓을 가려줄 연구가 2014년에 이미 발표되었더군요. 짧게 연구 결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구자는 유전 개발과 정유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모 다국적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였습니다. 관리자들에게는 본인이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자주 의견과 도움을 구하는지 물었고, 직원들에게는 얼마나 자주 상사에게 반대 의견과 이슈를 제기하는지, 상사가 직원들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대해 얼마나 자주 목소리를 내는지 등을 질문했죠.
또한 연구자는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감(Managerial Self-Efficacy)’을 측정하는 문항을 관리자들에게 따로 던졌습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관리자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역량을 본인이이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일수록 직원들로부터 의견과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또한 ‘직원들은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들에게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도출됐습니다. 정리하면, 본인이 리더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려 하지 않고, 직원들은 그런 리더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죠.
왜 그럴까요? 후속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그 이유가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온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스스로 리더로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관리자일수록 주저 없이 의견을 제기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니까요.
혹시나 여러분이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에 의하면 ‘자아 확인(self-affirm)’이 자기 방어적 행동을 줄일 수 있고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고 합니다. 자아 확인이란, 본인의 정체성을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단어를 고른 다음 그 이유를 써보는 과정을 말하죠.
여러분이 자신감을 잃은 관리자라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자신이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적어보고 간단하게나마 에세이를 써보세요. 사랑, 평화, 정의, 예의, 희망, 긍정, 결단, 화합, 노력 등 어느것이든 좋습니다. 혼자만 보는 글이니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받아야했던 모든 상처를 치유해내는 글쓰기가 될 겁니다.
*참고논문
Fast, N., Burris, E., & Bartel, C. (2013). Managing to stay in the dark: managerial self-efficacy, ego defensiveness, and the aversion to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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