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설, 명품 색안경을 쓰세요   

2009. 7. 1. 10:58
반응형

지난 포스트에서 관찰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기 전에 먼저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필수적임을 언급했습니다. 가설을 설정해야 문제의 상황, 원인, 해결책의 실마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요. 오늘은 원래 실증의 과정을 다루려 했으나,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그만큼 가설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설에도 품질이 있습니다. 좋은 가설과 나쁜 가설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접한 문제해결사가 현상을 밝히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해 보죠.

1) 직원들이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2) 사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다.
3) 회사의 정책을 비방하는 글을 인트라넷에 자주 올린다.

이렇게 3개의 가설을 세우고 인터뷰에 임했다면 문제해결사가 현상(구체적 상황,원인,해결책 실마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그다지 '섹시한' 가설은 아닌 듯합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 사적인 용무, 정책 비방 등은 모두 문제의 상황을 몇 개 예로 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가설로도 문제의 현상 중에 '구체적 상황'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식하는 데 도음을 얻을수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관찰이 현상을 파악하기 위함이고, 현상 중에는 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구체적 상황이 포함되지만, 그것에만 집중된 가설은 좋은 가설이 아닙니다. 'So What?'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할말을 잃게 됩니다.

좋은 가설 = 명품 색안경


좋은 가설이란, 문제의 현상 중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초점을 둔 가설을 말합니다. 그래야 문제해결의 속도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능수능란한 문제해결사라면, 가설 목록의 90% 이상을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해당하도록 구성합니다. 다음의 예처럼 말입니다.

a) 직원들에게 충분한 양의 업무가 배정되지 않는다.
b) 관리자들이 대외적인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직원들의 근무태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c) 회사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일방적으로 지시 내리는 경향이 있다.

좋은 가설의 예를 보면 모두 문제의 원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의 예에서는 문제의 변죽만 울리고 말았는데 이 가설들은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깊이 파고듭니다. 그래야 관찰(인터뷰 등)을 행할 때 관찰의 대상을 명확히 하기가 용이합니다. 관찰의 대상이 분명해야 올바른 척도를 가지고 측정(measurement)에 임할 수 있고 산출된 측정값을 신뢰할 수 있지요.

앞의 가설 '1) 직원들이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를 가지고 관찰을 행한다면, 멍한 표정을 하고 앉은 순간부터 스톱워치를 작동시키기도 어려운 노릇입니다. 인터뷰로 '멍한 시간'을 파악한다는 것도 우스꽝스럽습니다.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측정이 용이하려면 업무량, 대외업무시간, 정책홍보시간 등 측정의 대상을 가설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거나 충분히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가설입니다.

또한 좋은 가설은 해결책에 대한 시사점도 함께 제시합니다. 업무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면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업무를 찾아내어 하루 8시간 동안 충분히 일할 거리를 부여해야겠지요. 업무량을 추가부여하는 방법이 한계가 있다면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을 골라내 명예퇴직을 시키거나 일이 많은 부서로 이동시키면 됩니다. 

물론 좋은 가설이 제시하는 몇몇 해결책은 불합리하거나 효과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해결책의 효과는 관찰 단계에서 고민할 거리가 아닙니다. 해결책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해결책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알려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가설입니다.

정리하면, 좋은 가설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문제해결을 빨리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좋은 가설입니다.

1) 문제의 원인을 파고드는 가설
2) 측정 대상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가설
3) 해결책의 실마리와 방향을 제시하는 가설

가설의 참/거짓 여부가 가설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나중에(실증 후에) 참으로 판명되거나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 좋은 가설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명품 썬글라스'가 폼나고 눈에도 좋은 것처럼 좋은 가설이 문제해결의 명품 가설임을 기억해 두십시오.


【한RSS로 편하게 제 블로그를 구독하세요】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