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의 화해   

2010. 11. 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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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의 화해


아침은 한낮의 오만함 끝에
저녁 무렵 긴 그림자 내려놓고
야윈 등을 보인 채 멀어진다
그만 화해하자는 미소를 내게 보였지만
난 모른 척 시계만 들여다 보았다
얕게 숨을 쉬면서, 믿음 따윈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길을 잃은 건 나지, 나의 아침이 아니다
한밤 중 어지러운 눈으로 찬물 들이키고
어둠이 그대로 아침이기를 바랬던 나지,
가엾은 아침이 아니다

떠나는 아침에게는
편지지 위 한 방울 눈물 같은 냄새가 난다
내 분노에 놀라 급히 흘린 그의 눈물이다

마른 눈물 자국처럼 어둠이 접힐 때
어둠 속 나는 아침이 그립다
나를 떠난 아침은
입 다문 지평선 너머로 쉴 참도 없이 길을 가겠지
 
내 분노가 식고
내 용서가 너를 맞이할 때까지
고된 길을 가고 또 가겠지

아침이 오면
나는 바란다, 시간이 존재하는 한,
너와 나는 꿈이 아니기를,
차마 슬픈 현실이기를



* 1999년 어느 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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