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버려야 크게 얻습니다   

2025. 3.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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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 독일의 참모총장을 지낸 알프레드 폰 슐리펜(Alfred von Schlieffen)은 일명 ‘슐리펜 계획’을 전쟁 승리의 전략으로 제안했습니다. 독일은 서쪽의 프랑스와 동쪽의 러시아와 대치 중이었는데, 슐리펜은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하고 병력 소집이 더디던 러시아보다는 강대국인 프랑스를 신속하게 제압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봤죠. 

 

그래서 그는 프랑스와 면한 서부 전선에는 79개 사단을 배치하고 러시아 쪽의 동부 전선에는 10개 사단만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거의 8대 1의 차이로 서부 전선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러시아로부터 반격을 당해 독일의 동쪽 지방(동프로이센)을 잃는다 해도 좋다는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슐리펜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인 1913년에 사망할 때 자신의 계획을 유언으로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프랑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독일이 승리하려면 병력을 넓게 분산시키지 말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집중 배치해야 한다고 그는 믿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슐리펜이 1906년에 퇴임하고 후임자로 임명된 헬무트 폰 몰트케는 슐리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많은 병력들이 프랑스와 면한 서부 전선의 북쪽으로 쏠려 있으면 러시아와 대치 중인 동부 전선이 약해질까 두려웠습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상대하는 동안 러시아가 급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몰트케는 슐리펜이 중요도를 낮게 여겼던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의 남쪽 지역에 병력을 크게 보강하여 7대 1이었던 병력 집중도를 3대 1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하고 말았죠.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서부 전선의 북쪽으로 프랑스를 공략하기로 했던 슐리펜의 계획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서부 전선의 북쪽에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반격을 뚫지 못한 채 마른(Marne) 전투에서 패해했고 독일군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참호전을 벌이며 서로 대치하는 국면이 형성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연합군의 입장에서 슐리펜 계획을 무산시킨 몰트케에게 감사할 일이지만, 병력을 분산시켜 모든 전선을 지키려 한 몰트케의 실패는 ‘집중’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자신의 강점에 자원을 최대한 집중하고 약점이 되는 부분은 무게중심을 두지 않으려는 배짱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려줍니다.

 

중국 속담에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 집중하지 말아야 할 것, 힘을 쏟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한번 궁리해 보세요. 고작 1미터 전진을 위해 수천 명을 희생시켜야 했던, 1차 세계대전과 같은 덫에 빠지 않으려면 말이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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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갈 때'를 조심하세요   

2025. 3.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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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새와 배부른 새에게 생전 처음 보는 먹이를 던져 주면 둘 중에 누가 먼저 쪼아댈까요? 배고픈 새일까요? 아닙니다. 정답은 배부른 새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굶주린 새가 아무것이나 쪼아댈 것 같지만 이상하게 보이는 먹이를 본능적으로 피하려 합니다. 처음 보는 먹이를 먹었다가 안 그래도 허약한 몸이 치명적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배부른 새들은 맛있는 먹이만 골라 먹을 것 같지,만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먹이를 찾아 다니곤 한다고 해요. 환경이 풍족하면 적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환경이 척박하면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동물의 생태입니다.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는 환경의 변화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수치를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자신감, 공격성, 대담성, 그리고 심지어는 광기를 유발하는 호르몬이죠. 다른 무리를 이루는 붉은원숭이들은 서로 서식지가 겹치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서식지를 지키는 일은 먹이와 암컷들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한 무리가 다른 무리를 제압하면서 서식지를 독차지하게 되고 두 집단은 하나로 통합됩니다. 그런데 현장을 관찰하던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패배한 원숭이들은 예전보다 적게 싸움을 벌이고 유순해진 반면, 승리한 원숭이들은 예전보다 더 포악한 행동을 나타냈기 때문이죠.

 

연구자들은 양측 원숭이들을 포획해서 호르몬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했는데요, 승리한 원숭이들에게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게 상승했지만 패배한 원숭이에게서는 수치가 떨어졌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상승이 폭력적인 성향을 키웠던 겁니다.

 

여러분이 ‘잘 나갈 때’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테스토스테론의 상승 때문입니다. 자만감에 빠지고 마니까요. 기원전 3천년 당시 이집트는 사방 600마일에 이르는 초강대국이었습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풍요롭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지요. 하지만 풍요는 안정을, 안정은 나태를 낳았으며, 미개한 민족이라 무시해 온 힉소스인들에게 멸망 당하고 말았습니다.

 

연예 뉴스를 보면 ‘성공의 피크’를 찍는 연예인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모습일 자주 접하는데요, 그들을 보며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잘 나갈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행동에는 뒷탈이 있을 거라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한번 더 새겨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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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2025. 3.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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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본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처음 꺼낸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호텔업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호텔업은 서비스업.”이라고 하는 상투적인 대답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호텔업은 장치 산업이다.” 호텔 방 한 곳에만 해도 천여 가지가 넘는 비품들이 들어가는데, 그 질에 따라서 좋은 호텔과 그렇고 그런 호텔이 나뉘니까 정유 공장이나 반도체 같은 장치 산업이라고 말한 것이죠.

 

업의 본질은 사실 ‘고객 가치’를 무엇으로 구현하느냐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패스트 패션업의 본질은 '생선 장수'라고 하는데요, 옷도 오래되면 생선처럼 상한다는 개념을 적용해 소량을 생산하고 재빨리 철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벌기 때문이죠. 백화점 사업의 본질은 유통이나 서비스업이 아니라 부동산업이고, 신용카드 사업의 본질은 회원 모집이 아니라 부실채권 관리죠. 게임업의 본질은 사용자들의 '동맹'이고, 자동차 산업의 본질은 모빌리티가 아니라 '취향 창조'이며, 노트 북PC업의 본질은 '장신구’입니다.

 

 

여러분도 각자가 영위하는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저는 ‘작가’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데요, 작가라는 직업의 본질은 ‘크리에이티브한 컨텐츠 생산’이라고 그간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인플루언싱’이 바로 작가란 직업의 본질임을 깨달았습니다.

 

작가들은 "컨텐츠가 좋으면 책이 잘 팔릴 거야."라고 기대하지만, 그렇게 '뜰 확률'은 아주 작습니다. 알다시피, 도서 판매는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좌우됩니다. 책 앞면이나 뒷면에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의 찬사가 있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책 판매량이 크게 좌우되곤 하죠. 또한 인플루언서 본인이 책을 내면 그 사람이 그 전에 책을 한번도 내지 않았다 해도, 즉 ‘작가’라고 불릴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수많은 팬들이 그의 책을 앞다투어 구매한다. 거의 무차별적으로 "이건 사야 돼!"라고 달려들죠.

 

원래 작가였다 해도 인플루언서의 위상을 확보한 자들이 대량의 책을 판매하곤 합니다. 실명을 거명하진 않겠지만 대략 누구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 텐데요, 소설가도 있고, 자기개발 강사도 있으며, 연예인도 있습니다. 저는 인플루언서형 작가는 분명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기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좀 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이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든, 아니면 크리에이터이든 이번 주말에는 각자의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업의 본질을 ‘적확하게’ 꿰뚫는 자에게 진정한 경쟁력이 있을 테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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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는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2025. 3.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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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어떤 심리학자가 투자은행에 다니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다른 내용의 동영상을 보여줬는데요, 첫 번째 그룹에게는 ‘스트레스가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보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스트레스가 몸을 쇠약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다’는 식의 동영상을 시청하게 했습니다. 

 

몇 주 후에 참가자들은 직장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스트레스 받는 수준은 어떤지 각자 글을 썼는데, ‘스트레스가 도움이 된다’는 동영상을 본 참가자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또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업무 성과도 높다고 이야기했고, 몸에 생리적인 문제도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하게 동영상을 봤을 뿐인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수용하는 마인드가 달라졌다는 게 신기하죠.

 

 

그런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성과는 왜 향상될까요? 조사를 해보니까, 그런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피드백을 더 많이 원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타인의 조언이나 충고를 더 많이 원하고 더 많이 수용했던 것이죠. 그들의 이런 태도가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흔히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는데,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마음 먹기에 따라 여러분에게 나쁠 수도 있고, 반대로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몸을 혹사시키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유익한 방법이니까요.

 

어떤 사건이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일으킨 상황이나 사건을 보고 과연 그게 그렇게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 따져 보세요.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보면 스트레스가 스트레스가 아니게 됩니다. (끝)

 

 

(덧글) 그런데 말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미룸에 따라 고구마 천 개를 물없이 먹는 것처럼 스트레스가 급등하는 요즘인데요, 이런 스트레스도 과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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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구조가 바뀌어야 진정한 학습   

2025. 3.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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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4월 18일에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사망한 후에 많은 과학자들이 그의 뇌를 아주 궁금해 했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죠? 뉴턴의 절대론적 과학관을 무너뜨리는 상대성이론을 제시하고 양자물리학의 기초를 닦은 20세기의 위대한 지성이었기에  그의 뇌가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겠죠. 

 

아인슈타인의 시신을 부검하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는 뇌만 빼내고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법적 문제가 걸린 민감한 사건이었지만 어찌어찌해서 하비는 가족을 설득해서 뇌를 연구할 수 있도록 승낙을 받아냈고, 아인슈타인의 뇌는 240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여러 신경학자들에게 보내졌습니다. 연구해 보라는 의미로 말이죠.

 

 

그의 뇌 구조를 조사한 신경과학자 샌드라 위틀슨은 ‘하두정소엽’이라는 부분이 일반인들에 비해 상당히 크고 형태도 특이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하두정소엽은 공간적 추리력과 수학적 직관을 관장하는 부분인데요, 이 부분이 평균 이상으로 발달되었기에 일반상대성 이론과 같은 천재적 업적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위틀슨은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결론이었습ㄴ다. 아인슈타인만 특별히 발달된 하두정소엽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쿠빌레이 에이디나라는 신경학자가 수학자와 일반인의 뇌를 비교해 봤는데요, 수학자들의 하두정소엽이 일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인슈타인만 하두정소엽이 큰 게 아니라는 뜻이죠.

 

어떤 분야든 직관’을 발휘하고 논리를 추구하며 ‘머리 쓰는 일’에 초집중한다면 여러분의 하두정소엽은 다른 사람들보다 클 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것만큼은 클 겁니다. 성장판은 20세 이후에 닫히지만 뇌는 죽을 때까지 성장합니다. 뇌는 훈련을 통해 언제든 커지고 더 발달할 수 있는 성질, 즉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고 있거든요.

 

진정한 의미의 학습이란 여러분의 뇌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은 아닐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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