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널리티(liminality)’라는 단어를 혹시 아시나요? 이 말은 ‘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 limens(리멘스)’에서 유래했는데요, 문지방을 넘으면 방 안에서 방 밖으로 환경이 바뀌듯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이’되는 시점을 뜻합니다.
보통 새해 첫날이나 학기 시작과 같이 달력 상의 이벤트가 리미널리티의 역할을 하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나 사태가 리미널리티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로나 19 팬데믹입니다. 바로 엊그제 일인 것 같은데, 벌써 발발 시점으로부터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네요.
이때 여러 가지 리미널리티 현상이 목격됐는데요, 일터에서는 전염을 막으려는 조치로 재택 근무가 일상화됐고 그에 따라 원격 동영상 회의 서비스가 금방 상용화되었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폭발적인 기세로 전세계에 파급되었고, 해외 여행이 제한된 탓에 사람 적은 곳에서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캠핑이 붐을 이루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캠핑을 한두 번 갔다가 이제는 안 가는 이가 많을 겁니다. 당근에 캠핑 용품을 내놓으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상식으로 인식하는 리미널리티 요소 외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이 코로나 때 벌어졌다고 해요. 바로 남자들의 수염이 이전보다 길어졌다는 점입니다. 수염을 깎지 않고 그대로 기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인데요, 재택 근무를 주로 하다 보니 밖에 나갈 일이 적어져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집에 머물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게을러졌기 때문일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리미널리티의 관점으로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코로나 이전의 ‘정상 상태’에서는 면도를 하지 않는 모습이 사회적으로 그리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각종 봉쇄령이 내려지는 팬데믹과 같은 ‘비정상 상태’에서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은 바로 그 비정상적 현실의 상징이라고 말이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시절의 간난’을 수염으로 표시한다는 것입니다.
어느덧 3월 중순이니 이제는 봄이라고 말해도 이상치 않을 계절이지만,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여전히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겨울보다 옷은 얇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검고 어두운 색상의 옷들이 주류입니다. 어떨 때는 까마귀같달까요? 어쩌다 흰색 계통의 옷을 보면 무척 반갑기까지 합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행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서 있는 모습이 마치 피아노 검은 건반 같이 느껴질 정도로 무채색 복장 일색인 것을 보면 2025년 3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비정상을 경험 중이라는 뜻일지 모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춥고, 가장 어둡고, 한없이 긴 3월입니다. 사람들의 검은옷에서 노랗고 빨간 꽃이 피어날 때가 어서 오기를 고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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