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드 발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   

2024. 3.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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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보노보 같은 영장류를 평생 연구한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을 아십니까? 이 분이 아쉽게도 75세를 일기로 지난 14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30대에 첫 책으로 출간한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책은 인간 권력의 심리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죠. 제가 ‘절대 버리지 않는 책’ 중 하나로 꼽을 만큼 훌륭한 책이니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소설처럼 읽히는 몇 안 되는 교양과학책입니다.

 

그의 연구 중 대표적인 것은 흰목꼬리감는원숭이 2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포도 대 오이’ 실험입니다. 사라 브로스넌(Sarah Brosnan)과 그는 원숭이가 조약돌을 건네면 그 대가로 오이를 주었습니다. 오이는 원숭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이렇게 조약돌을 ‘화폐’ 삼아 오이를 받아먹는 행동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드 발은 중간에 실험 조건을 바꾸기로 합니다. 한 원숭이에게는 조약돌을 받은 대가로 포도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계속 오이를 주기로 한 것이었죠.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포도를 받아 먹는 원숭이를 보며 ‘불공정하다’란 감정이 들었겠죠? 원숭이에게 당분이 많은 포도는 오이보다 훨씬 ‘비싼’ 음식이니까요.이렇게 ‘보상 차등’을 주니가 오이만 받아먹던 원숭이는 화를 내면서 조약돌을 던져 버렸고 잘 먹던 오이까지 내동댕이쳐 버렸습니다. 

 

프란스 드 발

 

이 유명한 실험은 ‘사람들은 항상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한다’, ‘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살피고 계산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우리의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원숭이가 그러니까 인간 역시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죠. 굳이 실험을 해보지 않더라도 인간은 원래 비교를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프란스 드 발이 그걸 이렇게 단순명료한 실험으로 증명했던 겁니다.

 

프란스 드 발이 동물 행동학에 기여한 업적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그는 동물 역시 키스를 하거나 껴안는 등 스킨십으로 서로 화해를 도모하는 행동을 취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 행위에 ‘화해 행동(Reconciliation)’이라는 용어를 붙였습니다. 특히 보노보는 성행위를 화해의 수단으로 삼을 만큼 독특한 종인데요, 하지만 문제는 그가 이 연구를 진행하던 당시에 학계의 주류를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동물들에게는 ‘자기인식’이 없기에 화해 행동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키스하고 껴안는 행위는 그저 자극에 의해 자동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죠. 왜냐하면 그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동물은 쥐, 다람쥐, 비둘기였기 때문입니다. 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모든 동물은 어느 종이 다 마찬가지’란 접근방식으로 연구하던 그들에게 동물의 화해 행동은 있을 수 없었죠.

 

드 발이 그들을 동물원으로 데리고 가서 화해 행동의 장면과 패턴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싶어했지만,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초청을 거절했고 앞으로 관여도 하지 않겠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이론을 무너뜨릴 무언가를 보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사실을 대체해서 그럴까요? 행동주의 심리학은 현재 퇴물 학문이 되었습니다.

 

75세면 요즘은 조금은 이른 나이입니다. 아쉽습니다. 당분간 그가 남긴 책들(총 16권이라고 합니다)을 다시 읽으며 인간 본성의 비밀을 복기하고 싶군요. 그의 명복을 빕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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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잡게 그냥 두세요   

2024. 3.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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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 중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많이들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심리학에서 말하는 ‘더닝-크루거 효과’과 바로 이 속담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합니다. 코넬 대학교의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이 밝힌 현상이라서 두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상인) 학생들을 모아 놓고 ‘유머 감각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유머 감각 점수는 두 사람만 알고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자네의 유머 감각은 평균보다 얼마나 높은가?’라고 질문했어요. 재미있게도 실제의 유머 감각 점수가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본인의 유머 감각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질수록 ‘자신감’을 더 많이 내보였던 거죠.

 

실력은 별로 없으면서, 즉 아는 건 조금밖에 없으면서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심리가 바로 ‘더닝-크루거 효과’이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의 의미겠죠. 보통은 이를 부정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는 심리로 여기는데, 오늘 저는 자동차 타이어 교환을 카센타에 맡겨 놓고 근처 커피숍에서 공상에 잠겼다가 ‘글쎄, 더닝-크루거 효과가 나쁘기만 할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긴 자신감이 과연 의미없는 것일까?’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워크맨이나 데크 같은 음향기기 수리는 젬병이던 제가 본격적으로 오디오 수리를 취미로 삼게 된 것은 더닝-크루거 효과가 가져다 준 뜻밖의 선물일지 모릅니다. 몇 개 고쳐서 오디오가 돌아가는 걸 보고 ‘아, 이거 별거 아니잖아!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라고 자신감을 얻었기에 시작이 가능했던 새로운 취미니까요. 그렇게 초기에 선무당이 사람잡는 ‘자신감의 도약’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고장난 오디오를 방치해 뒀거나 고쳐볼 의지가 있다 해도 그저 누군가에게 수리를 의뢰하는 것에 그쳤을 겁니다. 

 

더닝-크루거 효과가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아직 인간에게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게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득이 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발전시키려면 자신감이라는 도약대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러니 자신감이 지나쳐 리스크를 크게 발생시키는 경우가 아니라면, 또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면, ‘나 잘났다’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선무당 마인드를 오히려 귀엽게 봐주고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요? 

 

굳이 그에게 다가가 ‘너는 정말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구나’라고 힐난하는 ‘일침쟁이’가 될 필요가 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는 별 거 아니구나’라고 반성할 텐데, 한창 재미를 느끼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꼰대가 될 필요가 있을까요? 선무당이 사람잡게 그냥 두세요. 자녀들에게나 직원들에게나.

 

지금 저는 선무당 시기를 지나 자신감 저하라는 골짜기를 지나는 중입니다. 자신감에 불타서 무작정 정크품 수리에 돌입했다가 소위 ‘해먹은’ 경험들이 쌓이니 초기의 자신감은 옛일이 됐습니다. 이 시점에서 ‘몰라, 못하겠어’라고 나가떨어지는 게 진짜 선무당이고 ‘바보’겠죠. 제가 그런 진짜 선무당에 그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고치다가 망가뜨린 워크맨이 테이블 위에 사체처럼 누워 있는 걸 보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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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이나 독립을 생각하는 분들께   

2024. 3.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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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에게 이직과 관련하여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 외에도 아예 1인 기업으로 독립해 활동하면 어떻겠냐는 문의도 들어오곤 하죠. 저번 주에도 한 분이 이메일로 문의해 오더군요. 아마 제가 조금 이른 나이(30대 초)에 독립하여 지금껏 (가늘고 길게) 1인 기업 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문의에 저는 “웬만하면 옮기지 마세요.” 혹은 “그냥 월급 받으면서 일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는 식으로 경력 전환 의지를 꺾어(?) 놓는 편입니다. 

 

물론 무턱대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요. 이직하는 게 좋겠습니다.” 혹은 “독립해서 활동해도 충분히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라는 조언도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이 왜 이직하려 하는지, 왜 힘든 1인 기업(혹은 사업)을 목표로 하는지를 충분히 묻고 난 다음에 내리는 결론이 대개는 “이직하지 마세요. 그냥 회사 생활 하세요.”이거든요.

 

왜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는지 아십니까? 그건 이직이나 독립을 결정하기로 한 ‘동기’가 건설적이지 않고 대개는 도피성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기 어려운 상사나 동료, 이상한 회사 문화를 이유로 이직/독립을 원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저 그런 문제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뿐이지 이직/독립 자체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당연히 그런 문제 상황이 이직/독립의 계기를 던져줍니다. 그렇다면 문제에 매몰돼 있기보다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저는 즉각 “계속 다니세요. 뭘 그만두려 해요. 다른 데 가도 똑같아요.”라고 말하거나, 이직/독립에 약간의 성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속 회사에 다니면서 더 준비하고 고민해 보세요.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아주 가끔 진지하게 이직/독립 자체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해줄 말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더 신나서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 주면 ‘다 알아듣고 행동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들이 되도록 적게 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이직/독립을 계획하는 이들은 설령 현 직장에서 겪는 문제 때문에 이직/독립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저에게 와서 그런 문제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더군요. 이미 계획이 섰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어서겠죠.

 

이직과 독립은 굉장히 위험한 과정입니다. 옮겨간 직장이 예전 회사보다 더 ‘악질’일 수 있고, 1인 기업으로 독립했더니 파리만 날릴 수 있으니까요. 이직/독립을 진지하게 계획한다는 것에는 플랜 B가 반드시 포함됩니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되돌아가거나 다른 경로로 트는 계획이 어쩌면 이직/독립 계획 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잘 될 때보다 잘 안 될 때가 더 많은 법입니다. 우수한 야구 선수도 10번 타석에 나서면 7번 가량 아웃되니까요. 

 

현재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이직/독립을 원하는 사람은 플랜 A도 없지만 플랜 B도 없습니다. 현재의 직장을 벗어나면 뭐든 잘 될 거라 믿습니다. ‘근거없는 자신감’인지 ‘희망 회로’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희망의 배신’을 두려워 해야 합니다.

 

저에게 이메일로 문의해 온 분에게 답장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분이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지만, 이 글로 답장을 대신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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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느끼기에 좋은 노래 5곡   

2024.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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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영일기 시즌 2가 시작된 지 이제 2주일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연재를 하려니까 (몸에 익지 않았는지) 약간 버벅이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여러분에게 유용한 컨텐츠이길 바랍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가벼운 걸로 일기를 채우려 합니다. 봄이 왔음을 조금씩 느끼는 중인데요, 봄을 더욱 느끼기에 좋은 음악 5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제가 근래 들어 자주 듣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서른 몇 살까지 들었던 음악을 평생 듣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실 별로 좋은 말은 아닙니다. 그만큼 ‘경험의 폭’을 넓히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이 다섯 곡이 여러분의 경험 세계를 1밀리미터 쯤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너무 거창한 듯.. ㅋㅋ)

 

Lizzy McAlpine - Called You Again

https://www.youtube.com/watch?v=RIbASLKRSrE

 

Stacey Kent - Nobody’s Heart(Belongs to Me)

https://www.youtube.com/watch?v=o2sdotRVeEU

 

Norah Jones - Paradise

https://www.youtube.com/watch?v=FOaGTPHd0R4

 

The Walters - Wishing Well

https://www.youtube.com/watch?v=cgSzrm7mKHQ

 

NAFTA - A Salvo

https://www.youtube.com/watch?v=08fsFaz9v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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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의 엉덩이를 보며 든 생각   

2024. 3.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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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고,객사를 방문하러 경인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공기 질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완연한 봄이 느껴질 정도로 햇살이 따뜻하더군요. 요즘 제가 즐겨듣는 Lissy McAlpine의 노래(특히 Older라는 곡)를 들으면서 약간은 노곤한 기분으로 운전을 하던 중이었데, 상습정체구역에 들어서자 여지없이 차가 밀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하품을 하다가 앞차 트렁크에 있는 엠블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이한 엠블럼은 전혀 아니었어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기아자동차의 새 엠블럼이었으니까요. 나온 지 좀 됐기에 새 엠블럼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됐기에 그 모양만 보면 바로 ‘기아’를 연상하겠지만, 아직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생경하다란 인상을 받습니다.

 

KIA를 옆으로 흘려 쓴 듯 하고 A의 가로선을 없애서 V를 거꾸로 만든 로고. 찬찬히 뜯어보면 그게 KIA란 단어를 멋스럽게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지만, 불현듯 볼 때마다 ‘저게 뭐더라?’라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이런 어색함이 사라지겠지만, 자사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가 이렇게 익숙해질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어쩌면 제 인지능력의 부족이겠죠, 뭐.)

옛날 기아자동차의 로고는 공장 굴뚝을 연상시키는 모양이었습니다(기아측은 굴뚝 연기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만). 그리고 현재의 로고로 바뀌기 전은 빨간 타원 안에 빨간 글씨로 KIA가 들어간 모양이었죠. 이때도 A에는 가로선이 없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아자동차 로고의 변천을 보면 KIA란 회사명을 계속 고집하는 듯 합니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쓰던 로고를 제외하곤 그렇죠. 왜 회사명을 로고에 넣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집스런 패턴입니다.

 

알다시피 메르세데스 벤츠의 로고(엠블럼)은 ‘삼각별’이고 아우디의 것은 ‘네개의 고리’이고 쉐보레는 십자가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게 어느 회사의 자동차인지 대번에 인식합니다. 토요타, 혼다, 현대자동차와 같이 회사명의 맨앞 철자를 엠블럼에 활용하는 회사도 있는데, 역시 그 모양만 봐도 기업명과 바로 연결시킬 수 있죠. 오랜 브랜딩 노력의 결과죠.

 

물론 기아자동차처럼 회사명을 엠블럼에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도 있지만, 대개의 기업들은 로고나 엠블럼을 하나의 상징으로 형상화합니다. 굳이 글자로 설명하지는 않죠. 당연히 기아 엠블럼에 쓰인 글자의 각도나 색깔 등에 나름의 상징이 있을 것이고 (잘은 모르지만)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을 겁니다. 허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네요. 그저 예전 빨간 타원 로고를 세련된 모양으로 바꿨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한번 회사명을 로고(혹은 엠블럼)에 담으면 계속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관념이 자리잡는 것은 아닐까, 앞차 트렁크에 붙은 엠블럼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왕 바꾸는 로고를, 한번 바꾸면 다시 바꾸기 어려운 로고를 ‘확!’ 바꿀 용기는 나지 않았을까, 라고도 생각했죠. 그리고 참신한 발상을 가두는 ‘과거부터 그래왔다’는 감옥이 상당히 완강하구나, 라고도 새삼 느꼈습니다. 혁신은 꽤나 어렵다는 것도요. 이렇게 오늘은 앞차의 엉덩이에 찍힌 엠블럼을 보며 이 생각 저생각 해 봤습니다.

 

덧글 1:  들리는 바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내에서 새로운 엠블럼(새로운 브랜딩 전략)의 성패를 궁금해 한다고 하는데, 어줍잖은 저의 생각이지만 아직 성패를 따지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고객과 충분한 ‘브랜드 대화’가 이루어진 후에 판단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덧글 2: 개인적으로 기아자동차는 저의 첫 직장이었기에 그만큼 애정이 가는 기업입니다. 미안하지만, 생각의 감옥을 탈옥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예로 든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아의 리브랜딩 성공을 기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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